매년 학기초만 되면 학생회비 강제수금 논란이 뜨겁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보니 걷는사람과 내는사람 모두 불만이 많다. 학생회비 강제납부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들어봤다. 

매년 초 학생회에서는 OT, 새터 등 각종 행사를 통한 1년 예산 집행이 시작된다. 지출과 동시에 ‘학생회비’라는 수입이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등록금 고지서에 포함된 총학생회비와는 다르다. 과학생회와 같이 학과 자치기구의 행사진행을 위한 기금이다. 학생들의 편의와 복지를 위해 걷는 돈이지만 신입생에게 납부 의향을 묻는 곳은 드물다. 모든 신입생의 회비 납부를 전제해 예산안이 확정되는 것도 흔하다. 문제점을 찾기 위해 전국 20여개 대학/학과의 학생회비 현황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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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면 ‘술래’ 되는 학생회비

2010년 서울의 A대학 B과는 학생회비 미납자 명단을 학회실 복도에 내걸었다. 자보를 통해 학과 내 일을 사실상 전교생에게 알린 셈이다. 논란이 되자 당시 과학생회장은 “논란이 되기 전에는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입생들을 직접 만나 사과 하겠다”는 글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남겼다. 학생들은 이 학과 대표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했지만 결국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결과 이처럼 학생회비 미납자 명단을 모두가 보는 곳에 내건 학과는 수도권에 3곳이 더 있었다. 
 
갓 입학한 신입생들은 재학생, 특히 학생회 임원들의 공지에 학생회비를 ‘꼭 내야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행사에 참여하기 어렵고, 앞으로의 학적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학기초에도 ‘일단 내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신입생들을 옭아멘다. 학생회비를 내는 신입생만이 과활동에 참여할 명분이 생긴다. 회비를 안 낸 학생들은 아싸(아웃사이더)로 취급을 받는다. 
 
경기도의 C대학에 입학한 강유경(가명)씨의 어머니는 총무에게 학생회비에 대해 문의하고 뜻밖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총무는 전화통화에서 “학생회비를 내지 않으면 과 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며 미납 학생은 과내에서 왕따를 당할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씨가 입학한 학과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학생회비 납부가 어렵다고 말한 학생에게 두 번에 걸쳐 분할납부 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같은과에 다니던 윤하늘(가명)씨는 입학식 직후 학생회장의 회비 공지를 들었다. 30만원이라고 했다. 윤씨는 당시 분위기에 대해 “내지 않으면 학생회 활동에 큰 차질이 생긴다는 듯 말했다.”고 한다. 회비를 안 낸 사람에겐 학생회 차원에서 직접 전화를 돌렸다. ‘무조건’ 납부를 말로 하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공지 형태는 학생회비 납부를 강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너무 비싼 학생회비, 어디에 쓰이나?
입학금과 첫 등록금으로 이미 심적 부담이 큰 상태에서 신입생들은 학과 회비 납부까지 내야 할 처지에 놓인다. 보통 2~4년치를 한꺼번에 거두어 액수도 높다. 전국 대학의 20여개 학부·학과 20곳의 학생회비를 비교한 결과 경기도에 위치한 D대의 E학과가 36만 8천원으로 가장 높았다. 10만원 미만인 곳은 없었다. 수년간의 과 생활을 고려해 많은 금액을 내지만 재학생이 된 후 행사 참여 시 비용을 보태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경기도 F대학에 재학 중인 장다영(가명)씨는 새터 직후 선배로부터 “부모님께 보여드리라”는 설명과 함께 봉투 하나를 받았다. 20만원의 학생회비를 납부하라는 ‘가정통신문’ 이었다. 과 생활에 생각이 없었고 반수를 고려중이던 장씨는 회비를 내지 않았다. 그때부터 학생회의 독촉 연락이 이어졌다. 한 달 정도 버티다 어쩔 수 없이 납부했지만 행사 관련 연락을 받지 못했다. 장씨는 “심지어 내 번호도 모르고 있더라. 20만원이나 냈는데 공지조차 제대로 안되니 학생회 운영에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학생회비에 어느정도의 강제성은 필요한 점은 인정했다. 다만 입학 직후 한 번에 4년치를 모두 내라고 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2학년이 되니 개강총회에서 돈을 또 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타과에서 회비 낸 학생은 비용을 면제하거나 깎아주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제주도의 G대학을 졸업한 이기영(가명)씨는 과행사에 참여한 기억이 없다. 그는 “학생회비뿐만 아니라 MT같은 행사 역시 반강제”라고 잘라 말했다. 참여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아싸’가 된다고 한다. 이씨는 회비 대부분이 과활동 후 유흥비에 쓰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공동공모전 재료비·참가비 등 생산적인 일에 학생회비가 사용된다면 학생회비의 반강제적 성격을 감수하더라도 많은 학생이 납부할 것이라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학내 구성원의 논의 빠진 책정기준과 예산안

학생회비는 보통 수년 간 책정된 가격이 그대로 유지된다. 전 학생회가 같은 가격의 회비로 행사를 진행하고 사물함 관리비 등 기타 학생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적절한’ 가격이라고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회비 가격이 합리적인지 검토하는 과정은 생략된다. 1년동안 쓰고 남은 ‘이월금’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는 곳도 드물다. 

서울 H대학 I학과의 학생회비 가격은 4년 전부터 18만원으로 정해진 후 변동이 없다. 
회비 미납 시에는 행사 참여 때마다 따로 돈을 내야한다. 학과 활동에 생각이 없는 학생들에겐 납부를 강제하지 않는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발생한 횡령사건에 대한 반감으로 회비를 내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과는 학생들에게 학생회비 사용 내역이 열람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학생회 임원인 최윤성(가명)씨는 대부분의 학생회가 3월 안에는 회비를 모두 걷으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회비에 따르는 혜택과 안 냈을 경우의 불이익을 말해준다. 처음에는 과 생활 안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낸다.” 회비 납부 의향을 묻는 과정은 없다. 다만 회비를 내고 행사에 오지 않는 학생에게는 참여를 강제하지 않는다.

충남 J대학 K학과 역시 회비 납부의사를 묻지 않지만, 형편이 어려운 신입생의 경우 학생회가 의견을 나누고 방법을 찾는다. 과 학회장인 정한나(가명)씨는 “회비를 안 걷을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학생회비 규모에 ‘규격’을 정해 걷지 않으면 행사 참가자 수 등에 변수가 많아지고, 따라서 한 학기 예산안을 짜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회가 마찬가지 이유로 회비 없이 학생회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유연하지 않은 1년 예산안과 책정 기준에 의문을 가지는 학생들은 많지만 논의는 쉽게 활발해지지 않는다. 학생회비 납입과정과 행사 진행에 갖는 의문은 ‘아웃사이더’의 푸념으로 쉽게 치부된다. 그러나 학생회 행사에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는 없다. 대학 내 조직과 구성원은 저마다 모양이 다르고 참여 의지 또한 제각각이다.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에 ‘반강제’ 학생회비의 맹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