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연세대학교 학보인 연세춘추가 백지로 발행되었다. 계속된 예산 삭감을 견디다 못한 학보사 연세춘추가 보이콧을 선언했다. 등록금에 포함이 되어있던 교지 구독료가 올해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명령으로 선택납부제로 바뀌게 되면서 연세춘추의 예산이 대폭 감소했다. 학생들이 구독료 납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자 납부율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연세대 학생들의 평균 구독료 납부율은 불과 18%로 연세춘추의 전체 예산은 예년의 47.5%에 불과했다. 

이에 연세춘추는 ‘백지 발행’을 통해 대학당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예산부족으로 사실상의 학보사 운영이 힘들어 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세춘추는 다른학교의 예를 들어 학보 발행에 필요한 자금을 전액 학교가 지원해야 한다거나 자율납부 방식을 전부 해제된 상태에서 항목을 선택하는 방식에서 전부 선택된 상태에서 불필요한 항목을 선택해제 해야 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기술적 방법론을 제기하기 이전에 봐야 할 것은 현실앞에 발가벚겨진 학내언론의 현실이다. 

구독료 납부가 선택제로 바뀌자마자 납부율은 18%대로 곤두박질 쳤다. 신입생을 제외한 재학생 납부율은 불과 12%다. 학생들이 학보를 바라보는 인식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수 년간 학교를 다닌 학생들에게 더 이상 학보는 한 학기에 점심값 한 끼만큼의 돈도 지불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학내언론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논하기 이전에 마주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학생운동의 전성기와 맞물려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시기가 있었다. 학내자치활동을 기반으로 학생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활동을 펼칠 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학내언론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거나 학교가 학내언론을 후원하길 요구했다. 


그 뒤로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학생들의 관심은 정치로부터 멀어졌고 이내 학내문제로부터 멀어졌다. 대학에 경영학적 관리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CEO형 총장”이 등장하고 대학과 학생은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로 바뀌었다. 취업난은 점점 심화되고 먹고사는 것 이외의 문제들은 이내 삶의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되었다. 이 관계의 변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 판단하는 것은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것은 현실이 어떠하냐는 점이다.

시대가 달라졌다. 연세춘추는 자신들이 갖고있는 78년의 역사를 언급하며 학교 당국이 학내언론 회생에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긴 역사 속에 갇혀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연세춘추는 납부율 12%에 담긴 두 가지 의미를 읽을 필요가 있다. 하나는 88%의 학생들이 더 이상 연세춘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여전히 12%의 학생들은 연세춘추가 남아주길 원한다는 사실이다. 해결은 이 지점부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