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는 과거만큼 ‘특이한’ 사람들은 아니다. ‘오른손이 아니면 안 된다’는 편견도 많이 사라졌고, 요즘엔 왼손사용이 창의력을 높여준다고 해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 많기도 하다. 그럼에도 분명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어느 신체부위보다 많이 쓰이는 곳이 손이고 아직까지 많은 시설이 오른손잡이 위주이기 때문이다. 만나본 왼손잡이들은 분명 오른손과는 다른 방법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특이케이스’로 분류되는 왼손잡이에 소속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아솜(22)씨는 우연히 왼손잡이가 된 경우다. “다섯 살에서 여섯 살 때쯤, 한창 글 배울 시기에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왼손으로 글씨를 써야 했죠.”

이씨는 왼손잡이용 물건이나 시설에 대해 “갑자기 날 배려하는 물건이 나오는 것 같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잡이 물건을 쥐고 연습했기 때문에 그것이 더 익숙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왼손잡이들은 수저나 종이컵 등 좌우 구분이 되어있지 않은 물건은 왼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가위나 칼은 손잡이와 날의 방향 때문에 거꾸로 잡고 쓰거나, 왼손잡이용 물건을 써야한다. 이씨는 왼손잡이용 가위를 사서 써 봤지만, 이내 원래 있던 오른손잡이용 가위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전용 도구에 적응하는게 더 힘들어요. 물건을 따로 구입하는 비용과 적응하는데 시간이 드니까요. 또 집에서는 왼손잡이용 가위를 쓴다 해도 다른 장소엔 구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그냥 오른손잡이용으로 쓰게 돼요.”

이씨의 경우 손을 다쳐 어쩔 수 없이 오른손 사용을 강요받지 않았지만, 어른들에게 왼손의 ‘터부’를 교육받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혼자 자유롭게 있을 때는 왼손을 쓰다가 주변에서 지적하면 오른손을 쓰는 습관을 들인다. 그래서 왼손잡이 중에는 양손을 모두 쓰는 사람도 더러 있다.

최미소(24)씨는 식사 때마다 오른손잡이와 팔이 부딪히는 점이 불편해 양손을 쓰기 시작했다. “회식 등 여러 사람과 식사하는 자리에선 일방적으로 제가 끝자리로 밀려나요.” 왼손잡이인 사람에게 당연하다는 듯 자리를 바꿔 앉기를 권한다고 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은 왼손을 쓰는 어린 사람에게 ‘왼손잡이는 천한 습관’ 이라는 편견을 내비치기도 한다.

김영지(24)씨 역시 왼손만 사용하다 두 손을 다 쓰게 된 경우다. 어머니가 왼손을 묶어놓고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연습시켰던 경험이 있다. “나이프를 사용해 밥을 먹게 될 때면 다른 사람이 ‘내가 잘못 쓰는 건가?’ 하고 쳐다봐요. 각자 편한 손으로 사용하는 건데도요.”

김씨는 아직까지 가위질과 칼 사용에 불편을 느낀다고 했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용 가위를 쓰려면 거꾸로 잡고 사용해야 한다. 오른손잡이 위치에서 뒤집어야 손을 끼워 쓸 수 있는 것이다. “불편하긴 해요. 그래도 많은 글을 한꺼번에 써야 할 땐 양손을 쓸 수 있어 편하기도 해요.”

젓가락이나 가위 뿐만 아니라 왼손잡이들이 겪는 큰 불편 중 하나가 공책 필기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것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에 왼손잡이들은 필기를 하다 손이 쉽게 지저분해진다. 쓰는 방향 때문에 손목이 더 꺾이거나, 자세를 비틀게 되어 허리나 등이 쉽게 아프기도 한다.

보통 젓가락, 펜, 가위 등의 도구 사용법은 오른손잡이가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배우는 사람의 손의 오른쪽에 물건을 쥐어준다. 왼손잡이는 체계적인 조작법을 배우지 못해 서툴게 도구를 쓰게 된다.

이아솜씨 역시 젓가락 사용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보통은 오른손잡이 어른의 조작법을 보고 따라하게 되는데, 쥐는 손이 다르다보니 어설프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젓가락 사용법 교육을 위한 젓가락이 있어요. 고리가 달려 손가락을 끼우고 연습하게 되어 있는데, 그것도 오른손잡이 용이라 살 수 없었어요.”

많지는 않지만 시중에서 왼손잡이를 대상으로 한 물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용두가 왼쪽에 위치한 시계나 가위, 기타, 공책 등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런 편의는 소도구에 머물러있는 측면이 강하다. 강의실 책상이나 자판기, 지하철 개찰구 등은 대표적인 오른손잡이 위주 작동에 맞춰진 시설이다.

왼손잡이를 위한 편의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 마우스의 ‘왼손잡이 설정’ 등은 알고있는 사람이 드물다. 또 인식하고 있더라도 이미 오른손잡이 위주로 설정된 것을 왼손으로 바꾸어 쓰지 않는다. 강의실 책상 같은 경우, 왼손잡이용 책상이 많아야 한두개 정도다. 따로 표시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엉뚱하게 오른손잡이가 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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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잡이 세상에 두 손을 적응시키고 산다. 주변을 왼손잡이용으로 바꾸어 놓아도 바깥은 여전히 다수의 편의에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가위를 뒤집어 쓰듯, 오른손잡이용 ‘세상’도 뒤집어 놓는것은 어떨까. 소수는 다수에 적응해가야만 하는 존재인지 질문을 던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