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산위기를 모면했다. 용산개발은 12일 은행 영업 마감시간을 2시간 넘겨 59억원의 금융이자를 갚았다. 급한 불은 껐지만 25일 32억원, 27일 122억원 등의 추가 금융이자 상환이 남아있다. 다음달 21일까지 서울시에 실시계획인가를 접수하지 않으면 개발구역지정이 자동해제 된다. 업계에서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결국 부도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만약 용산개발이 백지화될 경우 약 1조원에 이르는 매몰 비용이 발생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개발은 용산역 일대를 국제적인 업무 지구로 조성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도심 개발 프로젝트다. 철도청 부지와 서부이촌동 지역을 통합 개발하여 용산을 국제 업무기능을 갖춘 서울의 부도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수변도시로 조성할 계획으로 2006년 8월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사업비 31조원, 개발 규모는 17만평에 이른다. 이 지역에 들어설 계획인 초고층 빌딩의 디자인들과 개발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조감도는 개발에 탄력을 붙였다. 개발을 위한 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용산참사’로 불리는 용산4구역 남일당 화재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파산 및 부도 위기를 맞은 용산개발은 대한민국을 지배해 온 개발 논리에 경종을 울린다. 경제성과 심미성을 근거로 해 개발 논리는 국토 전체를 공사장으로 만들었다. 현재 서울만 해도 용산을 제외하고도 성동구 왕십리, 서대문구 남가좌, 마포구 아현․상수․염리․용강, 노원구 월계 등 수많은 지역들이 경쟁하듯 재개발 아파트 건축에 들어간 상황이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합정 메세나폴리스, 여의도 IFC 등의 랜드마크 몰도 우후죽순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래의 낡은 건물에 거주하던 사람들, 낡은 것들은 어딘가의 뒤켠으로 밀려난다. 무수한 경제적 효과가 창출된다는 것만으로 철거와 재개발은 합리화되었다.

이러한 경제성의 논리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이는 작동하지 않는 현상들이 포착된다. 서울의 뉴타운, 재개발 아파트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기도 했다. 메세나폴리스와 IFC몰이 기대에 비해 한산하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용산개발이 다름 아닌 ‘돈’ 때문에 황폐화된 공터만 남기고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계획과 조감도가 보여주는 환상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증거들이다. 이제 개발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때가 됐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앞으로의 지역 공간 계획에 있어 민간 기업에 대한 개발이 아닌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좋은 공간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층 빌딩이 없어도, 대규모 상업 시설이 없어도, 원래 지역의 특색을 지키면서도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글. 페르마타(fermata@goham2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