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안전보장을 아주 중요한 위치로 끌어올렸다.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꾸면서까지 안전과 치안에 대해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이명박 정부 말기에 조성된 치안에 대한 높은 관심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주폭 척결캠페인과 캠퍼스 내 음주 금지령 등으로 촉발된 치안 중시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과 학교 내 CCTV 성능 강화 추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11일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된 이 시행령은, 기존에 즉결심판으로 처리되었던 과다노출, 스토킹, 장난전화 등에 대한 범칙금을 곧바로 지급하도록 하여 경범죄 처벌 절차를 간소하게 하였다. 첫 국무회의에서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을 바로 통과시킬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 시행령은 곧바로 논란거리가 되었다. 범칙금을 매기는 조항의 기준이 매우 애매한데다가, 시대착오적인 조항도 이곳저곳에 보여 자칫 범칙금이 남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다노출조항의 논란이 컸다. ‘과다한 노출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화하지 않다 보니 한동안 미니스커트를 입어도 범칙금이다등의 유언비어가 돌기도 했다. 또한 개인의 자유로운 노출을 법으로 규제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CCTV 성능 강화 추진은 지난 12일 학교폭력으로 한 고등학생이 자살한 데 따른 것이다. 13일 브리핑에서 김행 대변인은 시스템을 바꿔 학생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근본 대책이고 가장 확실한 대책이지만 시간을 요한다일단 50만 화소의 CCTV가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잡기에 무리가 있으므로 100만 화소로 높일 수 있는 재정 근거를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살한 학생의 유서에서는 ‘CCTV 사각지대에서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라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논란이 있다. 과연 CCTV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막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CCTV를 설치할 돈으로 차라리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교육을 하는 게 더 좋다고도 한다.


이처럼 정부가 어떤 문제에 대해 내세운 조치들은 하나같이 처벌과 억제 위주다. 술 취한 사람들이 행패를 부리자 유력 일간지와 경찰들이 나서 직접 이들을 척결했고, 대학가에서 음주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자 캠퍼스 내 음주 금지령을 내렸다. 학교폭력에 대해 CCTV 성능 강화와 개수 증가를 우선적으로 꼽은 것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의 경우 겉보기엔 처벌 절차가 간소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항목에는 가중처벌 조항을 둔 데다가 신설된 조항도 있어 전반적으로 처벌의 정도는 강해졌다. 또한 최소한의 판결 과정 없이 곧바로 범칙금을 매기도록 하면서 경찰력의 남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연이어 엄벌주의를 내세우며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불에 잔뜩 피어 있는 곰팡이를 없앤다고 해서 곰팡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왜 곰팡이가 피어나는지 살펴본 후, 곰팡이가 피어나는 환경을 바꿔 주는 게 궁극적인 문제 해결법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건지, 사회적 차원에서 무엇이 달라질 필요가 있는 건지 고민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4대 사회악(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척결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것이 지금과 같은 엄벌주의만으로 행해진다면, 박근혜 정부가 내내 주창해 왔던 국민행복대신 사회적인 혼란만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엄벌주의는 답이 될 수 없다. 사실상 책임을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