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에게 흔히 붙는 수식어가 바로 ‘절대권력’ 이다. 학점에 관한 전권을 쥐고 각종 입사 및 인턴 추천서, 대학원 진학 등에 적지 않은 입김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맥으로 학생에게 그 연줄을 대주기도 한다. 교수의 권력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다. 상하관계에 있는 조교, 근로학생 등 학내 구성원도 그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수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들에게 각종 사적업무를 지시한다.

 

전라도 A대학에 재학중인 K씨는 학과 근로학생으로 일하며 교수의 개인 의상 등을 나른 경험이 있다. “예대 특성상 소수인원이라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수업이나 과목과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공적업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수업과 전혀 관련 없는 교수의 일을 도우면서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보다 성적이 잘 나온 사람들의 ‘무용담’은 이미 흔한 이야기다.

 

교수의 자택이나 가족과 관련된 일에 조교와 학생이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 B대학에 재학 중인 L씨는 김장철에 교수의 개인 텃밭에서 배추와 무를 수확한 경험이 있다. ‘강제동원’의 답례는 무 하나였다. 해당 교수는 무거운 짐이 아닌데도 교내에서 이동 시 학생들에게 늘 개인가방을 들게 했다. 이 모 씨는 “학과에 얼마 없는 정교수였기 때문에 학점을 못 받을까봐 걱정한 학생들은 교수의 지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C대학 졸업생인 H씨는 학교에서 상담사로 일했다. 스승의 날, 상담받던 학생 한 명이 선물을 들고왔다. 대학교수이던 학생의 어머니가 조교에게 구입을 지시한 선물이었다. “조교로 하여금 자신의 중학생 아들에게 수학과목을 가르치도록 지시한 일도 본 적 있다”고 밝혔다.

 

서울 D대학의 조교 B씨는 “교수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대학과제인 파워포인트 제작을 자신의 조교에게 지시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교무팀에서 일하는 M씨는 “예대 모 교수가 학과 조교에게 출장기간 동안 자택 반려견에게 밥 을 줄 것을 지시해 논란이 됐었다” 고 했다. 누가 봐도 아주 사적인 일을 지시한 경우지만 모두 학내 논란거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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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에서 교수의 각종 업무 지시는 관례로 인식된다. 커피심부름, 은행 및 우편 업무부터 운전이나 큰 짐 나르기 등 갖가지 일들이 마치 개인 비서를 고용한 듯 반복된다. 그러나 업무지시에 관련된 지침이 학칙이나 근로계약서에 나와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명시된 경우라도 ‘사무보조’ 등의 애매한 단어로 뭉뚱그린 경우가 더 많다. 심지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학교도 있었다. 근무조건이 서류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일의 범위와 경계를 알 수 없고, 교수는 마음대로 업무를 지시할 수 있게 된다. 고용된 조교는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업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학교생활을 포기하고 자퇴나 긴 휴학을 생각하지 않는 이상 불만 표출이 불가능한 것이다. 학점 등 개인 신상에 불이익이 가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

 

학교라는 공간 특성상 교수와 조교·학생의 관계는 ‘사제지간’ 이라는 인식이 압도적이다. 어떤 업무를 부탁하더라도 거절하기 어려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사적업무 지시를 공론화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또한 한국의 대학 시스템 상 담당교수 한 명의 영향력으로도 학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쉽게 문제제기할 수 없는 주제다. 서울 E대학에 재학 중인 S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문제다. ‘조교는 교수의 봉’이라는 태도 말이다. 뭘 시키든 정중하게 부탁을 한다면 솔직히 누가 거절하겠느냐”고 말했다.

 

교수의 개인논문 업무 역시 논란이 많다. 서울 F대에 재학중인 C씨는 “교수 개인 화학실험에 학생들이 동원된 친구들의 경험을 들었다”고 했다. 그 정도는 학과 일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해당 실험은 교수의 개인 논문 집필에 필요한 실험이었다.

 

G대에 재학 중인 K씨는 조교의 역할은 “교수의 일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교수는 학생을 가르칠 의무와 동시에 학술연구의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약이나 번역 등 논문과 관련된 업무 또한 조교가 해야 할 일에 해당되지 않는다. “커피심부름이나 은행업무 등은 교수의 일과 전혀 관계없다. ‘이정도가 뭐가 어렵다고’ 하는 식의 사고는 큰 문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역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J씨도 학과 근로 경험이 있지만 생각은 반대다. 교수가 기계 작동 등에 서툴러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논문에 손을 대게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교수들은 조교나 학생에게 적정선을 넘은 사적업무를 빈번하게 지시하고 있다. 공식·비공식 업무를 구분할 학칙과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교수와 학교 구성원간의 수직적 관계 또한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