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력채용은 줄어드는 반면 대학 졸업장을 받은 사람은 늘어나면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자격요건으로 인턴 경험이 주목받고 있다. 인턴 제도는 기업이 잡무를 떠넘김으로써 구조적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많은 당사자들은 인턴 제도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직무경험을 얻는 배움의 연장선이다라고 생각한다. 한 편 무급인턴의 존재 자체가 계층 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IT 회사에서 인턴으로 3개월간 근무한 박용희(25) 씨는 인턴근무가 노동이며,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박 씨는 무급인턴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지 않는 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박 씨는 “돈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캐나다에서 무급인턴으로 근무한 김민엽(25) 씨는 인턴이란 노동자이기 이전에 기업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이라고 말한다. 인턴 지원의 목적은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직업교육을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급인턴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보수를 일절 받지 못했더라도 “난 무급인턴에서 근무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험을 강조하는 인턴들의 주장은 무급인턴을 채용하는 기업과 단체들의 견해와 전혀 다르지 않다. 다수 기업과 단체들은 무급인턴이 지원자들의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무급이라는 사실을 미리 공지했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무급인턴에 지원한 것은 노동력의 대가로 임금대신 교육을 제공받는 것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기업과 단체들은 무급인턴을 통해 제공하는 교육과 경험이 지원자들에게 좋은 ‘스펙’이 된다며 무급인턴이 순기능적 역할을 역설한다.

기업과 단체의 의견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희망제작소의 무급인턴 논란에 대한 박원순 씨의 해명이다. 비영리단체인 희망제작소에서 인턴들에게 아무런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씨는 본인의 홈페이지인 원순닷컴에 해명 글을 올렸었다. 해명 글에서 박원순 씨는 희망제작소의 인턴은 ‘큰 경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월급은 주지 못하지만 꿈을 주고 비전을 주고 사랑을 줍니다”라는 박원순 씨의 해명은 무급인턴을 채용하는 대다수 기업과 단체들의 견해를 대변한다.

희망제작소 인턴들은 박원순 씨의 해명과 비슷한 의견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인터뷰에서 홍명근 씨는 “그곳에서 돈보다 더 가치 있는 배움과 경험을 얻었다면 돈이 그렇게 중요한지” 반문한다. 희망제작소 인턴들은 희망제작소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다른 비영리단체임을 구분하고, 기업이 아니라 비영리단체에서의 무급인턴으로 근무하는 목적은 돈이 아니라 교육이라고 말한다.

희망제작소 무급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재미, 보람, 배움이 넘쳤다”고 답하는 무급인턴들과 “월급은 주지 못하지만 꿈을 주고 비전을 주고 사랑을 줍니다.”라고 답하는 상임이사의 해명만을 본다면 무급인턴제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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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업 및 단체와 일부 인턴들의 생각과 만족 여부와 무관하게 무급인턴제의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무급인턴제는 교육 및 취업의 기회를 경제적 차이에 따라 제공하기 때문에 계급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재정적인 여력이 있는 경우에는 무급인턴으로 근무하면서 교육과 경험이라는 스펙을 얻을 수 있지만, 재정적으로 궁핍한 경우에는 그러한 스펙을 얻기 위해 무급인턴을 지원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청춘 착취자들(intern nation)’의 저자 로스 펄린은 “인턴 열풍은 부유한 학생들에게 기업에 취직할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가난한 학생을 평생 아무 전망도 없는 비정규직에 묶어놓는다”며 인턴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경제적 형편 때문에 무급인턴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인턴들은 하는 수 없이 부업을 하기도 한다. 무급인턴으로 근무하는 조수민(22) 씨의 경우에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2개의 과외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 그마저도 인턴근무시간과 겹치게 되자 하나를 그만둘 처지에 놓였다고 하소연한다. 그녀는 “물론 무급인턴을 지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래도 전 기왕이면 돈을 받고 근무하고 싶다”며 무급인턴에게도 최소한의 임금을 지급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로스 펄린은 계급적 문제를 야기하는 무급인턴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턴에게도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턴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인턴들에게 기본권을 되찾아 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재정적으로 부유하지 못해 무급인턴에 지원하지도 못했던 이들에게 동등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턴 최저임금제가 “문제를 풀기 위한 첫 번째 열쇠이자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88만원 세대>의 공동저자 박권일 씨도 프레시안과의 대담에서, 무급인턴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인턴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 박권일 씨는 신념에 기반을 두고 열정을 착취하고 있는 한국 시민·사회단체에서의 노동은 ‘지속 불가능한 것’이라며 무급인턴제의 문제를 지적하고, “비영리단체에도 노동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무급인턴 관련 시스템 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권일 씨는 무급인턴제도와 관련해 가장 안타까운 이면은 무급인턴 당사자들의 인식이라고 말한다. “단물 쓴물 다 빼먹는 착취를 당하면서도 이런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은 착취당하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스 펄린도 인턴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인턴들의 ‘자각’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는 본인의 저서를 통해 인턴들에게 “이제 맹목적으로 인턴십을 추구하는 관행은 끝나야 한다. 학생증을 지니고 있고 대학 기숙사에 살고 있다고 해도 노동을 하는 한 당신은 노동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