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은 바쁘다. 학과 생활 외에도 스펙을 쌓기 위해 각종 대외활동, 공모전 등 학교 외 활동에 여념이 없다. 흔히들 대학생들의 인간관계는 피상적이고 진정성이 없는 관계일 거라고들 생각한다. 과연 모든 대학생들이 외부활동을 하면서 일회적인 관계만을 유지하고 있을까. 여기 남들의 뒤를 쫓길 거부하고 독자적인 생활패턴과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영위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과나 동아리 사람들이 가족 같아요.”

대학생 김주용(24) 씨는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동아리도 안 들었다. 대신 1학년 때부터 열심히 참여해 온 과의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나 대외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주용 씨는 “과 생활이 워낙 재밌어서 굳이 동아리나 다른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동아리도 술 먹는 거 아닌가. 술자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과에서 술 마시면 됐지, 굳이 다른 데서까지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 라고 말한다. 주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묻자 “인간관계도 알고 있는 연락처의 70%는 학교 사람들이다. 과 동기 중 몇몇 사람들은 졸업하고도 계속 만날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과는 한 울타리에 있는 가족 같은 느낌이라 더욱 애착이 강했다.” 라고 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외활동이나 동아리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냐는 질문에 김씨는 “없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 어차피 과에서 사람 만나나, 동아리에서 사람 만나나 한 가지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 동아리 활동하는 사람은 결국 과에서의 경험이 없는 거다. 둘 다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자기 시간이 없어진다. 한 가지도 힘들지 않나.”

김주용 씨의 지적대로 과 생활 대신 동아리 생활만 한 경우, 과 활동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학생 차선영(24) 씨는 1학년 3월 말 교내 탁구 동아리에 가입해 자신만의 대학 생활을 만들어 나갔다. 동아리 생활에 대해 “넓은 학교 안에서 내가 마음 편히 머물 곳이 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회고한 차선영 씨는 한편 “전공이 경영인데 그와 관련된 활동이 소극적이었던 게 아쉬웠다”고도 말했다.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며 김주용 씨 못지않은 동아리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단체 활동을 하지 않아도 나만의 친구가 있어요.”

과 생활이나 동아리 생활을 하지 않는 대학생도 있었다. 대학생 이 모(23) 씨는 1학년 때부터 새터 외에는 과 행사에 줄곧 참여하지 않았다. 주로 만나는 사람들도 중고등학교 친구들이다. 과 생활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모씨는 “내 성격이 큰 이유인 것 같다. 원래 사람 대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고 낯가리는 게 심해서 친해지는 데 오래 걸린다. 그런데 대학 사람들은 오래 만나질 않으니까 결국 못 친해지는 것 같다. 이젠 시기를 놓친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 와서 만난 사람들 중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고등학교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있는 것 같다. 집 방향도 비슷하고 나처럼 학교를 늦게 들어온 데다 성격도 비슷한 동기 언니랑 친하다.” 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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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관계

이와 반대로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대학생들은 어떨까. 과 생활만 하거나 아예 과 생활을 하지 않는 대학생들에 대해 연합동아리와 독도아카데미 등 다양한 활동 경력을 갖고 있는 대학생 장 모(25) 씨는 “솔직히 처음엔 너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라고 운을 뗐다. “대학 생활의 묘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내가 해보지 않은 경험을 쌓는 데 있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고 내가 그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과 활동에만 주력해서 졸업하고도 인연을 이어갈 소수의 친구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학생 이 모(24) 씨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모씨는 1학년 때 부과대를 역임했고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 내 공연 동아리를 하고 있다. 작년 3월부터 6월까지는 도시의 땅을 개간해 도시농업을 하는 ‘레알텃밭학교’ 에 참여하기도 했다. “좀 오래봐야 친해지는 성격이라 단기성 활동에서는 아무래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많은 것 같다. 주로 친한 사람은 과나 동아리 사람들인 것 같다.”


2011년 독도아카데미에서 활동한 이지민(27) 씨는 “그래도 나는 독도아카데미에서 끝까지 인연을 이어갈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라고 말했다. 활동이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고, 겨울 방학 때도 만나서 밥을 먹었다고 했다.

취업과 공부라는 목표 의식 하에 스터디를 만들고 나홀로 족을 자처하며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대학생들. 그 틈에서도 나름대로 자신이 발붙일 공간을 정하고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교류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고, 과연 진정한 친구가 있을까 끊임없이 자문하기도 하면서 대학생들은 그들만의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