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학의 남학생들이 B대학 특수교육과 여학생들과의 미팅에서 ‘JM’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JM은 ‘FM의 장애인 버전’이라는 뜻으로, 장애인 흉내를 내며 자기소개를 한다는 뜻이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경악’이다. JM을 요구한 A대학 학생들을 비난하는가 하면, 이러한 유흥문화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며 대학생 집단 전체로 비판의 대상을 확대하기도 한다. ‘버릇없는 20대론’의 재림이다. 그러나 이런 왜곡된 자기소개 형식이 만들어진 근저에는 과거부터 계속된 FM 문화가 있고, 그 배경에는 공동체와 소속감을 개인보다 우선에 두는 한국인들의 인식이 있다.

FM은 군대식 용어인 ‘Field Manual‘의 약자로 (특히 서울시내) 대학생들이 공유하고 있는 자기소개 문화다. 단체 술자리에서 ’에프엠 에프엠~‘으로 시작되는 구호가 나오면, 자기소개를 요구받은 학생은 술집 전체에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 자기소개의 형식도 지정돼 있다. ’통일연세 전진공대‘, ’해방이화 창조언홍영‘ 하는 식으로 대학, 단과대학, 학과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지정돼 있다. FM을 하는 도중에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자기소개 양식을 틀리게 되면, ’나가리‘라는 말이 나와 FM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JM은 FM의 여러 변종들 중 하나다. FM의 에로틱 버전이라는 AM,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는 SM(셀프엠) 등 FM을 조금 더 재밌게 만들어보려는 시도와 같다. JM을 요구했다는 그 남학생들도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물어보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을 할 것이다. 그러나 FM 문화 속에서 장애인이나 여성(AM)과 같은 주체들이 대상화되는 순간, 지켜야 할 선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JM이 등장한 것은 장애인, 소수자에 대한 몰상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FM 문화 자체가 근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폭력성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소속을 빼놓고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른다. 그 정도로 어떤 개인이 어느 집단에 들어있느냐를 따지고, 그 집단이 어떤 위계의 어디쯤에 위치하는지를 중요시한다. FM이라는 문화가 지방대보다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더 많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 이런 삐뚤어진 의식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일상적으로 구별을 지으려 하고 차이를 중요시하는 문화 속에서라면, 그것이 ‘집단성’ 속에서 발현되는 공간에서라면, JM과 같은 일들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소속을 묻는 대신에 사람 자체에 대해 물을 수 있고, 차이를 발견하려하기 보다는 공통의 가치를 찾아내는 데 익숙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JM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다.

 

글. 페르마타(fermata@goham2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