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간 남자친구를 둔 여성을 부르는 말로 ‘고무신’ 혹은 이를 줄여 ‘곰신’이라는 단어가 있다. 과거에도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성들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예전 곰신과 요즘 곰신은 다른 점도 있다. 오늘날 곰신들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자신들의 정보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곰신 커뮤니티를 통해 요즘 곰신들의 모습을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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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Daum의 ‘짬밥 같이 먹기 카페’(링크)는 수많은 고무신 카페중 에서도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카페이다. 이 카페에는 약 14만 6천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포털 사이트 naver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입한 고무신 카페는 ‘고무신카페’(링크)이다. 이 카페에는 약 42만 7천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수많은 고무신들이 이 커뮤니티를 찾는 이유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다수의 여성들은 갑자기 떠난 남자친구의 빈자리 때문에 상실감을 호소한다. 

곰신카페를 찾는 이유 “남친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친구들은 제 마음을 몰라요”

‘고무신 카페’에 고무신 수다 방 코너에 자리한 ‘너 없는 하루 (고무신들의 일기)에는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1월에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22살 강지영(가명)씨는 이렇게 말한다. “남자친구가 1월에 갑자기 군대에 가게 되었어요. 예상보다 너무 일찍 가게 된 터라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는데 말이죠. 훈련병이니까 연락도 못하니까 하루 종일 보고 싶기만 하고, 아무 일에 집중도 안 되고 여러모로 힘들어요. 그래도 고무신카페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보면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하고 위안을 받기도 하고 직접 글을 쓰고 위로받기도 해요”

고무신녀들이 친구들이 아닌 커뮤니티의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고무신녀들과의 인터뷰중 고무신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주변 사람들의 말’이었다. 고무신녀들에게 친구들은 ‘적 아닌 적’ 이라는 이야기를 쉽게 들어볼 수 있었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는데 헤어지지 않는 여성들에게 주변인들은 헤어짐을 종용하는 말들을 쉽게 던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짬밥 같이 먹기 카페‘에 글을 올려본 적이 있는 22살 진희 씨는 이렇게 말했다. “ 친구들에게 물론 고민을 털어놓고 힘든 점도 이야기 하죠. 하지만, 군대를 기다려보지 않은 친구들은 헤어지지 그랬냐는 등, 지금이라도 빨리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라. 라는 조언을 많이 해요. 제 심정을 제대로 공감해주지 못하죠. 평소에 커뮤니티에 글 한번 올려본 적이 없는데.. 고무신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게 된 건 그 이유 때문이에요”


남자친구가 같은 부대에 있는 곰신들끼리는 같이 모임을 갖기도
고무신카페는 글로만 서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있는 수많은 여성들이 가입해 있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같은 부대에 있는 사람이거나 선임, 후임 관계인 경우를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고무신 카페’의 ‘고무신 모여봐’라는 카테고리에는 ‘같은 부대원 찾기’ ,‘ 면회 같이 가욧’, ‘곰카 친구 만들기’ 라는 코너 들이 있다. 얼마 전 남자친구가 전역하고 일명 꽃신을 신은 전 희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 저는 같은 부대원 찾기를 통해서 같은 부대인 사람들도 찾아봤고, 면회를 같이 간 건 아니었지만, 남자친구 부대가 작아서 그 부대에 있는 군인들 여자친구들은 카톡 방을 열어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어요.”

‘고무신 카페’에는 ‘우리 얼굴 좀 봅시다’라는 코너가 눈에 띈다. 이 곳에서 고무신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을 말하고 모이자는 글을 올리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가지게 된다. 부천, 인천 부근에 사는 한 여성이 글을 올리자, 200개 가까이 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외에도 대전, 서울 ,전라도 등 각지에서 모임을 주선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무신 커뮤니티에 가입한 여성들이 모두 이렇듯 모임만을 목적으로 활동하진 않는다. 많은 고무신녀들은 고무신카페를 이용하는 이유로 ‘고무신을 위한 맞춤 정보’를 단연 1위로 꼽았다. 22살 김아름(가명) 씨는 이렇게 말했다. “고무신 커뮤니티는 정보의 천국 인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는데 제가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고무신 커뮤니티에서 소포 보내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수료식이나 면회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들을 하나하나 다 배웠어요” 

고무신카페는 정보천국… ‘기둘력’과 ‘폭탄 편지’제조법도

고무신 카페를 둘러보면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고무신들이 각자 자신이 보낸 편지와 소포들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노하우도 알려준다는 점이다. 그들이 보낸 정성들인 편지와 섬세하게 챙긴 소포 그리고, 선임들것 까지 챙긴 도시락은 감탄을 자아낸다. 소포에 붙이는 주소 표와 편지에 붙여 보내는 번호표를 공유하는 코너도 따로 있다. 

자료 중 가장 생소한 용어는 ‘기둘력’ 과 ‘폭탄 편지’이다. 기둘력 이란 전역까지 남은 날짜로 만든 달력이다. 전역까지의 날짜를 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군대생활에서 필요한 필수품이라는 답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이 달력에는 남자친구와 자신의 사진을 합성해서 넣기 때문에,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고 23살 고무신 유선희(가명) 씨는 덧붙였다.

폭탄편지는 훈련병 기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 군인 남자친구에게 폭탄처럼 많은 양의 편지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 고무신 카페에 폭탄편지에 대해 검색하자, 엄청난 양의 편지를 보낸 사진들이 검색되었다. 기달력, 폭탄편지 외에도 전지편지와 비타민제를 하트로 접은 종이에 넣어 보내는 하트쏠라씨, 발렌타인 데이 초콜렛 소포 등 에 대한 정보에 대한 글도 수천개에 이른다. 

곰신카페의 과도한 선물경쟁으로 부담감을 느끼는 곰신들도 많다

이러한 엄청난 양의 선물을 많은 내용을 여성들이 공유하면서 경쟁심을 부추기거나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고무신녀들은 토로했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23살 유선희 씨는 선물과 편지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소포를 보내고 편지를 보내는 데에 엄청난 시간이 들어요. 그리고 남들 하는 데로 해야 한다고 느껴질 때 과연 이게 제대로 하는게 맞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러다가 제풀에 지쳐서 헤어지는 게 아닌 가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라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고무신 카페에서 오히려 경쟁 심리를 부추기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22살 조은진 씨는 “고무신 카페에 가면 정말 정성이 대단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 사람들 보면 나도 저렇게 해야되나? 라는 생각도 들고 남자친구한테 미안하고..그래서 예전보다 자주 들어가지는 않아요 ”

남자친구가 얼마 전에 전역한 전희씨는 실제로 군대에서도 경쟁이 있다고 말했다. “훈련병시절에는 누가 편지 많이 받느냐로 순위를 매기고요. 남자친구 기를 살려주려고 고무신카페에서 이것저것 정보 많이 얻고 열심히 편지를 썼던 기억이 있어요. ”

고무신녀들에게 ‘정보의 장‘ 이자 ’소통의 장‘으로서 자리하고 있는 고무신카페, 이 고무신카페를 두고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공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가 동의하는 단 한 가지는 ‘고무신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커뮤니티’라는 점 이었다. 아름다운 기다림이 있는 곳 ‘고무신 카페’에는 오늘도 꽃신을 신을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곰신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