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요새 협동조합의 설립 추세를 보면 떠오르는 사자성어다.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이하여 지난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조성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 전체 협동조합 설립신청 건수는 총 647건, 즉 하루 평균 약 6.5건이 신청이 이뤄졌다. 월별 신청건수도 2012년 12월 136건, 올 1월 224건, 2월 248건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협동조합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꾸준히 영역을 넓혀가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대학 내 생활협동조합이다(이하 대학 생협). 생협은 소비하고 운영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일치하는 ‘소비자협동조합’에 속한다. 대학 생협도 경제적인 소비생활과 건전한 문화생활을 주목적으로 삼아 대학 내에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이라는 공간을 생활공간으로 사용하는 교수나 직원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조합원이 되어 함께 운영할 수 있다.

대학생협은 1988년 서강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에서 구성된 학생소비자협동조합이 큰 호응을 얻은 이후, 1990년 조선대학교생협 설립을 시작으로 발전해왔다. 현재 대학생협은 경희대, 동국대, 서울대, 이화여대를 비롯해 33개교에 조직되어 있다. (대학 생협 현황: http://www.univcoop.or.kr/intro/int3.php)

생협이 대학 내에 존재함으로써 의미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생에게 필수적인 식료품, 문구류 등을 비교적 싸게 구매할 수 있으며, 각종 제반 복지시설의 관리, 운영에 학생이 직접 참여한다는 자발성에 있다. 경희대생협 교육홍보팀 홍주현 대리는 조합원 수가 3월 20일 기준으로 약 80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2003년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 300명을 조금 넘었던 걸 생각하면 비약적인 신장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단위별 조합원 비율은 학부생 90%, 대학원생 5%, 학교직원 2%, 교원 1.5%로, 학부생의 비율이 절대적이죠.”

서울대 생협 직원 이교선 씨도 실제 조합원 중 대다수가 학생이라고 말했다. “현재 활동 중인 조합원 수는 총 2045명이에요. 이 중 학생 비율이 약 76%에 달합니다.” 학교 축제 때 생협 홍보를 하고, 주로 중고 교재 장터 등 학생 복지에 관련된 일들을 하니까 아무래도 학생 조합원이 가장 많다고 한다.

출처: 이화여대 생협 (http://coop.ewha.ac.kr)

학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대학생협의 학생위원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화여대 생협 3월 연례행사인 “오동동 책나눔” 장터에 참여하고 있는 동동이(생협 부직생) 박지예(22, 가명) 씨는 조합원 가입 후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직접 출자금을 납부하니까 제가 운영자가 된 느낌이 들어요. 매장 운영이나 기타 생협 관련 건의사항을 직접 표명할 수 있고 또 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에요. 대학 들어와서 처음으로 주체적으로 생활을 꾸려나간다는 느낌이 들게 해준 게 생협이에요.”

대학 생협은 주로 교내 매점과 직영 식당, 기념품점 등을 운영하며 상품을 판매한다. 생협의 1차적인 목적은 ‘윤리적인 소비’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정가의 5%~10% 정도 할인해 파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나 외부 업체보다 싼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물론 생협이 상품 판매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희대 청운관 학생식당의 경우 생협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식료품을 공동구매해 저렴한 단가로 구입해서 재료 투입량을 10% 정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동국대 생협에서는 이익잉여금으로 명절 귀향버스 대절, 무료 급식, 영화 상영 등 편익사업을 개최한다. 국민대의 경우 교내 세탁실과 사진관, 서점, 미용실도 모두 생협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화여대 생협은 연간 사진전을 개최하고, 여름방학에는 한일 대학생협 교류에도 참가한다.

또 식당 수익의 일부를 저소득층, 차상위계층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돌려준다. 한 학기 70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하여 현재 연간 1억 4천만원이 장학금으로 쓰이고 있다. 이화여대 생협에서도 생협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여 매년 150여 명에게 약 1억 2천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생협 관련 설문조사 및 가격조사를 실시한 학생에게 지급되는 ‘생협 모니터링 장학금’도 있다. 학생 복지 차원에서 실질적인 일석다(多)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돈을 아끼는 느낌이 들어 생협을 자주 이용한다는 경희대생 류승지(23)씨는 “조합원이 되면 교내 서점에서 할인되고, 5000원 이상 적립되면 상품권으로 교환도 시켜줘요.”라고 말했다. “조합원 카드를 발급받을 때 내는 보증금도 나중에 탈퇴 시 반납하면 돌려줘요. 자유로운 가입과 탈퇴 형태에 부담도 덜 되니까 좋아요.”

아직 생협이 조직되지 않은 대학의 학생들은 대부분 생협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숙명여대 박연주(23)씨는 “대학생협은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좋은 게 우리학교에 없다니 아쉬워요.” 이화여대생 친구로부터 생협을 알게 되었다는 고려대 김정윤(26)씨도 아쉬움을 표했다. “저희 학교에는 외부 업체가 카페를 운영하는데, 커피 값이 아무리 싸도 3000원 내외라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이대 생협 커피 가격은 1500원부터 2000원 선이더라고요. 정말 부러웠어요.”

생협은 대부분 학생처를 중심으로, 학교 측에서 교내 복지향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학교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물론, 공간 사용에 대한 지원이나 수도, 전기, 설비 등 수리나 노후화에 따른 교체 등은 학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 외에 학교 차원의 금전적인 도움은 없습니다.” 홍주현 대리의 말이다.

대학 내 생협은 소비, 여가, 문화생활에 있어 프랜차이즈나 외부 업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생활의 직접적인 당사자들이 상부상조하여 만든 자발적인 공익법인이라는 점에서 가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대학생들이 대학 당국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활 개선을 위해 꾸려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