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전공학부가 또 한 번 폐지의 기로에 놓였다. 28일 한국외대 학생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부 폐지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자유전공학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발표에 이어 26일 관계자 및 학생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했으나 협의를 보지 못했다는 연세대의 소식도 들린다.

학들이 너도나도 ‘자유전공’ 학부를 세우기 시작한 때는 2005년 전후로, 학문적 융합과 글로벌 인재 육성이라는 이른바 ‘21세기적 요구’에 맞추어 경쟁이라도 하듯 우후죽순 나타났다. 설립 당시 “폐지된 법대를 대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고시생들을 위한 학부다” “어차피 경영경제 관련학과로 몰릴 것이다” 등 자유전공학부의 존재 의의에 대한 말이 여럿 오갔다. 이렇듯 대부분의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 커리큘럼이 명확하게 구성되지 않은 채 신입생을 받아들였고, 해가 바뀔 때마다 커리큘럼 수정안을 내놓으며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설립된 학부는 변경과정도 빨랐다. 중앙대는 설립 1년 만에 자유전공 학부를 폐지하고, 행정학과와 통합된 ‘공공인재학부’를 출범했다. ‘스스로 설계한 내용에 따라 전공을 두 개 이상 이수’한다는 명분에 걸맞지 않게 건국대는 한정된 학부에만 진학 가능하도록 ‘자유’를 축소했으며, 나머지 학교들도 대부분 1학년 과정에서만 자유롭게 과목을 이수한 뒤 2학년 진학 시 개별 학과로 분산 배치되는 형태를 취한다. “그냥 1년 늦게 학과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모래성 쌓기식 학과 설립에 의해 희생되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다. 학사운영이 들쑥날쑥하다보니 학생들은 학교마다 자유전공학부의 특성을 파악한 뒤 지원해야 하며, 입학한 이후에도 독특한 교과과정에 스스로 적응해야 한다. 하물며 이번 신입생들은 입학 직후 학부가 폐지된다는 소식을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접했다.

학과의 존립은 학생들의 입학과 졸업과 밀접하게 관계된 만큼, 대학 측에서는 더 이상 무통보식의 일방적인 학과 신설, 폐지 통보를 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설립 당시부터 전공을 학생 본인이 선택하도록 열어두었다면, 절대 다수(연세대 90%)의 학생이 경영학과에 몰리더라도 당장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지나치게 섣부른 판단이다. 다시 말해, 최초에 학부를 설립할 당시 목적이 분명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구체적으로 커리큘럼을 공고해야 한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흐름에 맞춘다는 목적으로 새로운 이름의 학과를 개설하기 전에 기존에 존재하는 학과들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할 것이다. 부디 ‘불통’과 ‘조급함’이 대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