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4년제 또는 전문 간호대학을 나온 이후 국가고시에 합격해 ‘면허’를 받아야 한다. 

간호조무사는 특성화고, 국공립양성소, 간호조무사양성학원 등을 통해 일정기간 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면허가 아닌 자격이기 때문에 간호조무사는 의료 이외의 업무를 해야 하지만, 현재 명확한 업무분담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간단한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지난 2월 15일 ‘간호사-간호조무사‘로 되어 있는 현행 간호인력 체계를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의 3단계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가 내놓은 개편안으로 당사자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월 20일 ‘간호사 3단계 개편방향’에 반발, 경력 상승 체계 도입부분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별도의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 이에 반발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지난 16일 ‘의료 선진국형 간호인력 개편 추진단’을 구성해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복지부의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 무슨 내용인가?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간호인력 구성체계의 변화이다. 현재의 ‘간호사-간호조무사‘ 체계를 2018년에 폐지하고,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의 3단계 간호인력 체계로 대체한다. 

간호사는 ‘대학 4년 교육과 실습을 받은 자’, 1급 실무간호인력은 ‘대학 2년 교육과 실습을 받은 자’, 2급 실무간호인력은 ‘간호특성화 고등학교 또는 고교 졸업자 중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교육기관에서 소정의 교육을 마친 자’로 정한다. 단계별 명칭은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나머지 하나는, 일정 경력 이상의 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이 일정기간 교육을 거쳐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의료법 제7조(간호사 면허)에 의해 1.간호학을 전공하는 대학이나 전문대학을 졸업한 자 또는 2.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제1호에 해당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의 간호사 면허를 받은 자만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주관하는 간호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서울경제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의 배경

 

이 같은 개편안이 나온 이유를 복지부는 “그간 의료현장에서 간호인력 부족과 그에 따른 업무부담 가중,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의 관리 부실 및 업무범위 논란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간 의료현장에서는 간호 인력이 부족하고 그에 따른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목소리가 늘 제기됐다. 중소병원에서 간호사 구인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개편안이 나오기 전까지 복지부는 간호인력 부족의 해법으로 간호학과 신설을 장려했다. 2008년 이후 간호대학(학과)이 70개 신설(2012년 202개소)되었고 입학정원과 편입학을 확대하고 있다. 간호학과는 의학계열이 아닌 자연계열로 분류돼 별다른 시설을 늘리지 않고도 쉽게 개설할 수 있다. 
 
한편, 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 말 인구 1천 명당 간호사수는 OECD 평균이 6.74명인데 비해, 한국은 2.37명(간호조무사 포함 4.63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구 1천 명당 병상 수는 한국이 8.95개로 OECD 평균인 5.34개에 비해 훨씬 많았다. 즉 간호사 한 사람당 맡게 되는 병상 수가 비교적 많다는 것이다. 의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영역과 호칭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은 장면들이 노출되어 논란이 되었던 드라마 '영광의 재인'중 한 장면. ⓒhttp://blog.daum.net/eh1346/7925329


복지부의 개편안에 갈등하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대한간호협회 측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이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문제를 조무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행태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 한다”는 입장이다. 

“간호사들이 중소병원을 외면하는 건 임금이 낮고 근무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므로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우선돼야한다”며 “경력에 따라 간호사 응시자격을 주겠다는 것 역시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사태를 초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송경자 간호본부장도 개편안에 따른 실무간호인력은 간호사와 다른 업무를 수행하며, 도리어 책임 문제로 갈등이 생길 소지가 많아진다고 우려했다. “2급 실무간호인력, 1급 실무간호인력,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하겠다고 하면서 경륜이 어느 정도 쌓이면 상급 요원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 업무에 경륜이 쌓였다고 다른 업무를 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강순심 회장도 지난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39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간호조무사를 제대로 양성하고 관리하면 의료서비스 질이 향상된다며 복지부의 개편안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강 회장은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면 간호사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간호업무에 집중하는 간호팀의 리더로서 위상이 정립되고 간호조무사 입장에서도 전문 간호 인력으로 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의사계의 입장은 명확하진 않지만 대체로 이번 개정안에는 반대하는 편이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반드시 제도는 선진화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복지부의 개편안에대해) 찬반 입장을 표명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협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6~28일 347명의 의사회원이 참가한 설문조사에서 75% 가까이 되는 응답자가 이번 간호인력 개편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