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불황은 절대 얼지 않을 것 같던 사교육 시장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작년 12월 서울시교육청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지역 교과 교습학원의 수는 1만 3172개(2012년 10월)로 2009년 이래로 4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한 해의 사교육 총 지출은 그 전 해에 비해 1조가 넘게 줄어든 약 19조원을 기록해서 역시 4년 연속 감소했다.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 역시 그 전 해에 비해 2.3%p 감소한 69.4%를 기록해 2008년 이후의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오마이뉴스 '홍현진' 기자(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774494)

그 동안 사교육 문제는 직접적인 당사자들인 10대 청소년들과 그 부모 세대인 4,50대 중년층의 문제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대학생들 역시 그 어느 집단보다 사교육 시장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세대이다. 아르바이트 전문 업체 알바몬(www.albamon.com)의 작년 2월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구직 이력서 중 학원 및 교육 업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63.3%에 달했다. 아르바이트를 찾는 대학생 10명 중 6명이 학원, 과외 등 교육 업종을 희망한 것이다. 또한 지난 1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대학생의 재학 중 취업 실태’에 따르면 4년제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및 임시직 일자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21.2%를 차지한 교육서비스업(학원, 과외)이었다.

사교육 시장의 불황은 사교육 업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영어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주 모(23)씨는 일하고 있는 학원이 경영난으로 곧 폐업을 앞두고 있다. 갑작스러운 폐업은 아니지만,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원이 폐업한다는 소식에 허탈함과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주 씨는 “이 학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영어 학원도 얼마 전 문을 닫았다”면서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는데 걱정이다”라며 한숨을 지었다.

학원 폐업에 하던 과외 잘리고…대학생들 울상
‘목숨 걸고’ 과외 찾는 일부 지방 출신 학생들까지

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액을 받는 개인 과외의 경우 몇 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과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린 데다 설령 과외를 구하더라도 학생 측의 집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오래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계 부담을 덜고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 생활 내내 과외를 해 왔다는 대학생 정 모(23)씨는 얼마 전 과외를 한지 3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 쪽에서 그만두자고 통보해왔다. 당장 생활비가 아쉬운 판이라 타격이 매우 크다고 밝힌 정 씨는 “과외를 그만 둔 뒤에는 점심도 거르거나 싸고 간단한 것들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과외를 지속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겨울 방학 때 과외를 한 대학생 최 모(24)씨가 가르친 학생은 해당 과목의 성적이 5등급에서 2등급으로 크게 향상되었다. 학부모로부터 ‘선생님 덕분에 성적이 올라 감사하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그 다음 달에 과외를 그만하겠다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집안 사정이 과외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최 씨는 이후 2달 동안 과외를 구하고 있지만 아직 구하지 못했다는 최씨는 “국가장학금 신청을 해놓고 있다. 생활비가 꾸준히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유일한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집안 형편이 좋지 않고 지방에서 올라와 지출이 많은 학생들의 경우 과외가 아니면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학업과 병행해가며 막대한 서울 유학 생활비를 대기 위한 방법은 과외 뿐이라는 것이다. 일하고 있는 학원이 폐업 위기에 처한 주 씨는 “그나마 우리 같은 경우는 다행이다”라며 “지방에서 올라온 몇몇 친구들은 그야말로 목숨 걸고 과외나 알바를 하러 다닌다”고 말했다.

사교육 과열로 한숨짓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야기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던 것이 불과 얼마 전 같은데, 이제는 사교육 시장의 불황으로 해당 직종에서 생활비를 마련하던 대학생들이 한숨을 짓고 있다. 20대의 경제 위기와 지속되는 경기 불황이 자아내는 또 하나의 씁쓸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