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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레코드샵은 어디로 갔을까

레코드샵은 호흡이 길다.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상점의 트렌드와는 길을 달리한다. 자리를 지키는 음반점들 특유의 꾸준함이 있다. 그 모습이 좋은 음악과 닮았다.
최근 몇년 간 음반을 고르는 손길은 부쩍 줄었다. 녹음의 초기 형식인 LP는 카세트 테이프에, 테이프는 다시 CD에 밀려났다. 어디서든 쉽게 음악을 틀 수 있는 지금, MP3가 음악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요즘 누가 CD사서 듣냐’는 조롱섞인 물음도 놀랍지 않다.
김승신(28)씨는 홍대 근처 레코드샵에서 직접 음반을 구매해 듣는다. 가게를 방문해 어떤 앨범이 새로 나왔는지, 내가 모르고 넘어간 명반은 없는지 뒤적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연히 듣게 된 한 곡으로 앨범에 대한 기대를 갖거나, 지인의 추천만을 믿고 살 때의 기분좋은 설렘이 있다고 했다. “집에 와서 포장 비닐을 뜯고, CD를 플레이하며 자켓을 찬찬히 살펴보는 그 즐거움을 포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레코드샵이 사라지니 CD 한 장을 사려고 해도 한참을 돌아다녀야 한다. 김씨는 가게 사장님이나 직원들과 음악 이야기를 하고 추천도 받던 풍경이 사라져 허전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신촌 근처의 레코드샵을 애용한다는 오인영(23)씨는 ‘수집성’을 음반 구입의 매력으로 꼽는다. “음반구매를 취미생활로 삼았어요. 경제력이 닿는 데까지는 계속 구매할 생각입니다.” 오씨처럼 차곡차곡 채워지는 CD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컬렉터’들이 많다.
한국 가요의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7~80년대부터, 판매량의 정점을 찍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온 90년대에 이르기까지, 20대는 음악시장의 공급자이자 주 수요자였다. 그러나 MP3의 등장으로 시장은 급격하게 축소되었고. 그 족적은 이제 음원사이트에 남아있다. 오래된 음반점들이 하나 둘 자리를 옮기거나 폐업하는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2년 콘텐츠산업통계를 보면, 음반 도소매업 종사자는 2012년엔 697명(0.9%) 으로 2011년 대비 5.2%, 연평균 3.8% 줄었다. 전체 음악산업 종사자 수는 음원서비스 등 시장 형태의 변화로 계속 감소중이다.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촌의 향뮤직을 찾았다. 그리 크지 않은 직사각형 가게 안에 들어서니 외국인 손님 한 명이 음반을 눈여겨 보고 있다. 한 뼘 가량의 칸마다 음반이 빼곡하게 차있다. 섹션은 투명한 셀로판지로 단정하게 구분되어 있다. 가요는 가나다 순으로, 클래식은 첼로, 피아노 등 연주악기에 따라 나뉘어 있다. 인디, 락, 재즈, 블랙뮤직 코너를 비롯해 곳곳에 작게 LP와 일본 수입 한정판 음반들도 보인다. 

 


직원 이도희(24)씨는 대학가 앞에 위치했지만 젊은 층에서 단골을 찾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가게가 생긴 20여년 전부터 계속 오는 분들이 계세요. 원래 다니던 레코드샵이 없어져서 찾아오시는 경우도 많고요.” 다른 가게에서 찾기 힘든 인디음반을 구입하기 위해 일부러 이 곳을 찾는 손님들도 있다. “메탈 음반을 찾는 분들도 많아요. 가요보다는 그런 특정 장르가 많이 나가는 편이고요. 수입반도 많이 찾으세요.”
최근 레코드샵의 주요 움직임 중 하나가 활발한 중고음반 거래다. 향뮤직도 중고음반 전용 창고를 따로 두고 매입한다. 판매는 주로 웹사이트에서 이루어진다. 직원 김미현(28)씨는 “카운터의 PC에 DB를 구축해 두고 재고 확인 등의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절판되지 않은, 구입 가능한 앨범인데도 중고음반은 업데이트 되기가 무섭게 판매된다. 저렴한 가격 덕에 같은 앨범이라도 더 인기가 많은 것이다. 경색된 음반시장의 증거 중 하나다.
서강대 앞 컬리솔도 보기드문 대학가 근처 음반가게다. 특별한 점은 커피와 CD가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다. “커피나 음식 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무언가가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직원 김라흐씨가 카페와 레코드샵을 겸업하게 된 계기다. 2~30대가 주 고객층인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약 30여건의 음반판매가 일어난다. 

컬리솔은 음반 매입에 있어 장르보다는 작업의 규모에 중점을 둔다. “소위 ‘메이저’ 음반이 아닌 자체 제작 및 소규모로 제작된 뭔가를 다루는 곳이 동네에 하나쯤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큰 화제가 되거나 입소문을 타는 경우는 많이 없지만 아티스트들과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든 컬리솔은 비정기적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 제작, 수입 판매, 기획 공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레코드샵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김씨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는 시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산 근처에서 주로 음반을 구입하는 정상윤(25)씨는 “제가 사는 곳엔 이제 음반가게가 한 군데 남았어요. 저와 저의 취향을 알고있는 레코드샵이 없어지면 다른곳에 가서 음반을 사러 가야해요.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줄어드는 레코드샵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홍대 근처에서 음반을 구입해 온 김유경(26)씨에게 음반구입은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다. “어디서나 재생 가능한 음원이 편하긴 하지만, 오리지널을 대체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음반점이 동네마다 한 군데씩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용실이나 과일가게처럼 늘 근처에 있다면, 음악은 곧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리라. 레코드샵의 빈자리는 음반이 소중한 사람들의 손길로 메꿔지고 있다. 

블루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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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ain't hard to tell

2 Comments
  1. Avatar
    widow7

    2013년 4월 8일 02:58

    제작년까지는 나름 음반수집가였는데 작년부터 성향을 바꾸었습니다. 음반 부피가 점점 장난이 아닙니다. 요즘은 벅스 같은데서 음원 구입하고 음원서비스 안하는 것만 cd로 삽니다.

    • Avatar
      크런치

      2013년 4월 8일 04:49

      저두요. 음반 사는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근데 또 서비스 안해주는 음반 은 꼭 비싸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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