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과 2010년에 두 차례 제정 시도가 있었지만, 기독교단체 등 일부 세력의 반발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는 유엔 인권이사회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 따라 정부에 의해 다시 추진이 검토되었다. 이어 212일에 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이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20일에는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이 <차별금지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하였고, 326일 최원식 의원 등 12명이 입법예고를 하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일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회입법예고가 종료되면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보수단체들과 기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 기류가 거세다. 특히 이들은 성적 지향부분을 문제 삼으며 자칫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사상에 관한 부분도 문제삼았다. 종북세력 등 반사회적 세력들을 비판할 명분이 없어지고, 주사파들이 활개치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기독교총연맹 회장 홍재철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라 망치는 일을 차별금지법에 끼워넣은 국회의원들의 정신 상태와 사상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하는 등 차별금지법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보수 기독교계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생각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홍재철 씨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반 논쟁은 주로 동성애자, 종북세력 관련 논란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 방식은 차별금지법의 본래 취지를 무시하는 행태. 최원식 의원이 말한 것처럼, 차별금지법의 제정 의도는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불합리한 차별 관행, 제도, 정책의 적극적 시정을 통한 헌법의 평등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마련이다결코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동성애를 조장하고 반사회적 세력들을 활개치도록 하는’ 법안이 아니다 이미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어떠한 요소에 의하여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을 마련하려는 것은 헌법상의 가치가 실제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상적으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단 뜻이다. 차별금지법은 여기에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하여, 본질적인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차별금지법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지엽적인 곳에 머물러 있다. 단지 그들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그들의 사고 체계에 의해 보편적인 인권,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법으로 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현명한 처사라고 할 수 없다. 좀 더 건설적인 논쟁을 위해서라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 동성애와 사상검증만이 논의의 전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