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통금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시선은 이중적이다. 있어서 불편하기도 하고, 없다면 불편하기도 할 것 같은 것. 통금을 애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기숙사 사생들의 고충을 들어보았다.

통금, 12시로 향하는 시계 바늘을 힐끗거리게 만드는 것

대부분의 기숙사생들은 기숙사 생활에 있어 가장 불편하다고 느끼는 요인으로 통금을 꼽는다. 학과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정을 넘기는 술자리가 있게 마련인데, 기숙사생들에게 이것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시계를 힐끗거리다 기숙사에 들어가야 하는 마지노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가방을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통금을 지키든가, 기숙사 문이 열리는 새벽 5시까지 버티든가. 이쯤 되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자리 잡은 통금제도가 오히려 학생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또한 상당수의 대학이 기숙사의 문을 걸어 잠그는 통금 제도를 넘어서, 사생들이 무단외박을 하지 않았는지 직접 확인하는 점호를 실시한다. 이때 통금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한 사생들은 벌점을 부과 받고, 일정 수준 이상의 벌점이 쌓이면 다음 학기의 재입사가 불가능하거나 퇴사당하는 등의 제재를 받는다.

이쯤에서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사생들에게 기숙사란 왜 통제와 교육의 공간이며, 왜 편의와 주거의 공간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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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기숙사

 


통금, 없어지지 않는 이유

 

기숙사 통금 시간 연장 또는 폐지에 반대하는 근거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다. 첫 번째 근거는 야간 경비인력 문제다. 통금 시간을 연장시킬 경우 경비 인력의 추가 근무가 불가피하고, 이러한 비용은 온전히 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 예로 고려대학교 안암학사 관리운영팀은 통금 시간을 연장한다면 사생 1인당 최대 1천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학생에게 ‘큰’ 부담은 아니라는 점에서 통금 제도에 있어 큰 장벽은 아니다.

 

두 번째 근거는 다른 사생들의 수면권을 해치거나, 안전사고를 발생시키는 등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사생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기숙사 통금 제도는 특정 시간 이후에 숙면을 취하려는 학생들의 수면권을 보장해준다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경성대학교에 재학 중인 장지영 씨는 “통금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보통 시험 공부를 하거나 잠자리에 드는데, 이때 들려오는 소음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학생들이 기숙사를 선택하는 요인 중 하나인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도 한몫 거든다.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사생의 출입만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취객과 같은 외부의 위험한 요소들을 통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히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는 세 번째 근거인 학부모들의 반대에 직결된다.

 

기숙사 측은 통금 제도를 유지하거나 없애는 문제, 혹은 통금 시간을 연장시키는 문제에 있어 우선적으로 학부모들이 반대에 부딪힌다고 말한다. 기숙사에 사는 사람은 학생이지만 기숙사비를 내는 사람은 학부모인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기숙사생은 자유를 주장하는 주체라기보다는, 통제받고 관리 받는 객체로 존재하게 된다. 때문에 학생들의 편의가 아닌 학부모들의 요구가 우선되어 기숙사생의 생활은 통제받게 된다.

 

통금, 작은 배려에서부터 시작되는 변화

 

그러나 통금으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는 여전하기만 하다. 사생 입장에서 통금은 불편하기만 하며, 학부모가 요구하는 안전한 거주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통금 시간 전에 기숙사에 도착하지 못할 경우, 다시 문이 열리는 새벽까지 오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두 번째 근거로 언급되었던 수면권 방해, 안전성 등의 문제로 통금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생들의 안전성을 더욱 확대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통금 시간 연장에는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막차 시간과 역에서 기숙사까지 걸리는 시간을 넉넉히 고려해 통금시간을 다시 협의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대학교(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용인) 등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지방에서 막차를 타고 들어오는 학생을 배려해 통금 시간을 각각 새벽 2시와 1시 30분으로 연장한 바 있다.

동의대 효민생활관에 거주했던 주혜인 씨는 “통금과 같이 대학생의 생활에 밀착되는 문제에 있어 구성원들 간의 협의 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며 “더불어 사생들 역시 부모의 보호와 학교 측의 통제 아래에 있다는 것을 ‘당연하다’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왜?’라고 질문을 던져볼 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