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을 하다보면 ‘lol’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보게 된다. 아마도 누군가는 ‘laughing out loud’를, 나머지는 ‘League of legend’를 떠올렸을 것이다. 후자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2009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는 2011년 베타테스트를 통해 한국 유저들에게 처음 선을 보였다. 2012년 1월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LOL은 서비스를 시작한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국내 온라인 게임 점유율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리그오브레전드 공식홈페이지 (http://www.leagueoflegends.co.kr/)


현재 PC게임 산업계에서 LOL의 위상은 ‘적수가 없는 부동의 1위’이다. PC방 게임 분석 사이트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4월 9일 LOL의 전국 PC방 사용시간 점유율은 30.16%로 2위인 서든어택(8.97%)의 3배를 훌쩍 넘었다. 그동안 1위 게임의 점유율이 대체로 20%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LOL이 스타크래프트 이후 공석이었던 ‘국민게임’의 왕좌를 차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LOL 리그도 크게 활성화 되었다. 나진산업과 아주부를 비롯해 LG, CJ, KT 등 여러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LOL 프로게임단을 창설했다. 작년 국내 첫 정규 리그로 열린 ZUBU LOL the Champions Spring 2012의 결승전 경기는 예매 시작 40여 분만에 유료 좌석이 모두 매진되어 경기 당일 8천여 관중이 운집하기도 했다.

 

게임 내 대사들은 인터넷 상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게임을 시작할 때 나오는 ‘소환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 챔피언이 상대 팀 챔피언들을 연속해서 죽일 때 나오는 ‘~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를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전장의 지배자’ 등의 대사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관용어구처럼 쓰이고 있다.

ⓒ이말년씨리즈 152화 '딸아이 이름짓기'中에서. '도란'은 LOL의 아이템 중 하나인 '도란의 검'을 의미한다.

키우는 재미, 때리는 재미… 협력하는 재미까지


이처럼 LOL이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보편적인 답은 ‘재미’이다. LOL은 한 경기 내에 자신의 캐릭터(챔피언)를 잘 육성해 상대 팀의 건물을 파괴하면 승리하는 AOS 방식의 게임으로,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육성 요소와 액션 게임의 긴박함, RTS(실시간전략게임)의 전략적 요소가 잘 섞인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제공되는 챔피언의 수와 종류가 다채롭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기에 LOL 유저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고 한다. “MMORPG와 RTS 종류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짧은 시간에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 LOL의 강점이다” LOL을 즐기는 대학생 최진용(23)씨의 말이다.


 

단순한 육성 요소나 타격감의 재미 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사회적 작용도 인기의 비결이다. 5명이 한 팀을 이루어 상대 팀과 경쟁하는 구조는 팀원들 간의 협력을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만들었다. 특히 양 팀의 팀원들이 모두 한 장소로 모여 싸우는 ‘한타(한 방 싸움)’는 팀원들 간의 협동이 결정적이기에 ‘LOL의 꽃’으로 불린다. LOL 유저인 대학생 임수진(24)씨는 “LOL의 인기 요소 중 가장 큰 것이 팀원들 간의 협력을 통한 플레이다”라고 말했다.

 

유저들 스스로 게임 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도 강점이다. 매 경기마다 참여한 유저들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 준 유저, 혹은 좋은 매너를 보인 유저에게 칭찬을 해서 ‘명예로운 소환사’로 선정할 수 있다. 또한 ‘게임 배심원단 시스템’을 도입하여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유저들 간의 사건에 대해 유저 배심원단이 직접 판결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단순한 게임 내 매너 문화 형성의 차원을 넘어 집단지성의 구현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LOL의 부분 유료화 정책도 유저들의 발을 묶는 요소이다. LOL은 현재 게임 플레이 자체는 무료로 하되 챔피언이나 스킨 등을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것 외의 챔피언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포인트 등으로 챔피언을 구매하거나 가맹 PC방에서 모든 챔피언을 제한 없이 선택할 수 있다. LOL의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이를 통해 무료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에 큰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PC방 과금을 통한 수익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예민한 유저들… ‘네 탓’ 공방에 험악한 욕설 난무하기도


하지만 LOL이 밝은 모습만 가진 것은 아니다. 유저들 간의 팀워크가 중요한 탓에 호흡이 잘 맞지 않을 때의 갈등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경기에서 패배할 경우, 팀의 패배 요인을 제공한 유저(트롤러)에 대해 부모까지 거론하며 강도 높은 욕설을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일부러 팀의 경기를 망치는 유저들의 행태도 문제가 되고 있다.

 

LOL의 이례적인 흥행은 ‘빈집털이’의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워크래프트 유즈맵인 ‘DOTA’, ‘카오스’ 등이 AOS 게임에 대한 수요를 넓혀 놓았지만 경쟁력을 갖춘 AOS 게임이 많지 않은 탓에 LOL이 그 수요의 대부분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트릭스의 9일 PC방 점유율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AOS 게임은 LOL이 유일했다. 이 주장이 유효하다면 최근 ‘카오스 온라인’, ‘도타 2’ 등 AOS 경쟁게임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LOL의 미래에 위협적일 것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한동안은 LOL의 독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의 충분한 매력을 가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게임이 독점적인 지위를 고수하는 것이 산업계 전반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경쟁력 있는 게임들이 나와서 대등한 경쟁을 펼침으로써 많은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것이야말로 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의 권리에도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 AOS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인  “Aeon of Strife”에서 유래한 것으로, 플레이어들이 팀을 이루어 상대팀의 특정 건물을 파괴하면 승리하는 게임 종류를 일컫는 말.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인 ‘DOTA’, ‘CHAOS’ 등이 큰 인기를 끌었고 LOL, 아발론 온라인 등 온라인 게임으로도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