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 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달려! 달려!” “야, XX 내가 너보다 더 잘 달리겠다!” 

경주마들의 빠른 질주로 몇 분 만에 ‘억’소리 나는 돈이 움직이는 경마! 
나라에서 인정한 합법적 성인 오락이지만 한 경주당 30억 가까운 돈이 움직이면서 도박꾼들도 득실대는 것이 현실인 경마장. 
그곳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김렐라(25)씨. 
20대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경마장 이야기를 들어보자. 

ⓒ스포츠월드

Q. 경마장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시작한 것인가요?

 

학교를 휴학하게 되면서 생활비를 모으려고 시작했어요. 주말 아르바이트로 했는데 시급도 센 편이고 과외를 하면서도 할 수 있어서 복학한 후에도 6개월 정도 더 했어요. 경마장은 과천, 부산, 제주도 총 세 곳에 있고 ‘한국 마사회’에서 운영 및 관리를 해요. 한국 마사회는 말과 관련된 산업과 레저산업을 하는 공기업인데, 마사회에서 경마장을 말고도 스크린 경마장을 전국에 30개 정도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경마장까지 가지 않아도 스크린 경마장에서 경마게임을 할 수 있어요. 저는 인천에 있는 스크린 경마장에서 일했어요. 인천에 있는 스크린 경마장은 주로 서울 경주를 중계하고 주말에 가끔 부산이나 제주 경주도 중간에 중계를 하기도 해요.
Q. 시급이 얼마나 되나요? 

 

하루 일당으로 계산을 해서 월말에 월급처럼 들어오는데요, 처음 일 시작했을 때는 일급이 5만 7천 원이었어요. 그러다가 1년 후에 6만 1천 원으로 인상되었고요.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6시 정도에 퇴근하면 하루 8시간 일하니까, 시급으로 따지면 7~8천 원 정도 되는 것 같네요. 
Q. 경마가 사실 조금 생소한데요, 경마 게임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세요. 
경마는 말 그대로 말들이 경주하면, 그 경주에서 이기는 말을 맞추면 돈을 따는 거에요. 근데 배팅을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방법을 ‘승식’이라고 해요. 승식에는 단승식, 연승식, 복승식, 쌍승식, 복연승식, 그리고 삼복승식이 있어요. 승식마다 배팅하는 방법이 다르고 배당률이 달라서 경마게임에서 승식을 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리고 배팅을 하려면 마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OMR 카드 같은 구매표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해당 경마장, 경주마 번호, 승식, 금액을 체크해서 발매원에 주면 마권이 발행되는 거죠. 
 

ⓒ제주 경마 공원 블로그

Q.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김렐라씨는 경마장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스크린 경마장에는 마사회 직원들과 경비, 청소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마권을 판매하는 발매팀, 응급처치하는 요원도 있고, 안내팀, 질서유지를 하는 질서팀도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 발매업무를 했어요. 발매업무는 경주마다 고객들이 마권 구매표를 가져오면 기계에 읽혀서 마권을 발행해줘요. 근데 만약에 체크를 잘못해서 오류메시지가 뜨면 다시 해와야 해요. 예를 들어 쌍승식이면 말을 두 마리 골라야 하는데 한 마리만 표시하면 오류메시지가 뜨죠. 그럼 고객들에게 잘못 표시한 부분을 알려드리고 다시 기계에 읽혀서 발매를 해드려요. 그리고 경주에서 적중한 마권을 가져오면 배당금을 내드리는 일도 함께해요. 
Q. 발매팀 말고도 다른 팀들도 많이 있네요. 다른 팀들은 어떤 일을 하는 거에요? 
가끔 경기보다가 졸도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대부분의 손님 연령대가 높거든요. 할아버지분들도 많이 계시고 40대 이상의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종종 응급 사고가 발생할 때도 있어요. 그러면 응급팀에서 출동해서 환자를 봐 드리죠. 다른 팀 사람들도 기본적인 응급처치법을 알아야 해서 응급 처치 교육도 응급팀에서 해요. 그래서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응급팀에서 아르바이트해요. 안내팀은 경마장 안내일도 하면서 눈이 안 좋으신 고객들을 위해서 경주가 끝나면 앞에 있는 큰 화이트보드에 말들이 들어온 순서나 배당률 같은 것을 적어주는 일도 하구요. 질서팀은 말 그대로 장내 질서유지를 하는 팀인데, 가끔 난동 피우는 손님들 정리도 하고 사람들이 경기 마감 직전에 마권 구매하려고 창구 앞에 우르르 몰려들면 사고 안 나게 질서 정리를 하기도 해요. 그래서 아무래도 대부분 남자분이 질서팀에 있어요. 
Q. 일하면서 어려웠던 일은 뭐가 있나요? 
업무 자체가 어렵지는 않은데요, 사람 상대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요.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경마가 도박의 일종이잖아요. 그래서 정상적인 사고가 안 통하는 사람들도 꽤 많거든요. 제일 큰 문제는 마권을 발행했는데 돈을 안 주고 도망가는 사람들이에요. 발매 창구에 앞에 보호 유리에 ‘구매표와 함께 현금도 같이 주세요.’라고 되어있어요. 근데 대부분 사람은 그냥 구매표만 주고 돈은 안 주면서 빨리 발권을 해달라고 해요. 그러면 교육받은 대로 “손님, 금액과 함께 주십시오.”라고 하거든요. 근데 그러면 사람들이 되게 기분 나빠해요. “내가 돈을 떼먹느냐? 알아서 줄 건데 왜 그런 말을 하느냐?”면서 화를 내요. 근데 정말 돈 안 주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Q. 왜 돈을 안 주고 도망을 가나요? 그게 가능한가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배당률 보면서 눈치를 엄청나게 보다가 마감 5분 전쯤에 우르르 줄을 서서 마권을 사요. 그때 마권만 주고 돈을 꺼낼 몸짓도 안 취하면서 빨리 발권하라고 재촉하거든요. 돈을 함께 달라고 말을 해도 돈 줄 테니까 일단 빨리 발권하라고 재촉하면 어쩔 수 없이 발권하거든요. 만약 발권 하자마자 경기가 시작하면 2분 만에 경기가 끝나요. 그런데 자기가 걸었던 말이 졌으면 자기가 걸었던 돈이 순식간에 없어지잖아요. 그럼 그냥 돈 안 주고 도망가 버려요. 작정하고 도망가면 못 잡거든요. 그렇게 해서 부족사고가 나는 경우가 빈번해요. 
만약 부족사고가 난 금액이 5만 원이었으면 부족한 5만 원은 창구 담당 직원이 자기 돈으로 메꿔야 해요. 아르바이트긴 하지만 계약직 직원이라서 우리도 성과급을 받는데 부족사고를 내면 평가점수에 반영돼서 성과급 등급도 낮아지고요. 전에 다른 분이 7만 원 부족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그러면 하루 일당을 그냥 날린 거에요. 그래서 부족 액수가 너무 크면 회사에 보고서를 올리는데, 그러면 회사에서 일정 부분은 내주긴 해요. 그때는 2만 원 정도를 회사에서 처리해주고 5만 원은 그분이 메꾼 걸로 알고 있어요. 
Q. 위와 같이 고객들과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부족사고가 날뻔한 적은 많았는데 다행히 난적은 없었어요. 한번은 어떤 사람이 10만 원 치 게임을 했는데 마권을 팔고 돈을 받아서 세보니까 9만 원밖에 없는 거에요. 그래서 만원 더 달라고 하니까 그 돈이 자기 전 재산이라면서 돈 없다고 버티는 거에요. 이미 마감을 해버려서 발권을 취소할 수도 없어서 난감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매니저님이 와서 그 손님한테 현금 찾아오시라고 해서 질서팀 사람들이 같이 ATM기까지 가서 돈 뽑아와서 부족사고가 안 났죠. 

Q. 그 외에 다른 에피소드가 더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운 좋게 직접 겪은 일은 많이는 없는데, 다른 팀원들이 정말 별일을 다 겪었어요. 
한번은 다른 창구에 있던 언니한테 어떤 손님이 구매표만 주고 현금을 안 주는 거에요. 그래서 그 언니가 현금도 같이 달라고 하니까 그 아저씨는 그냥 일단 발권부터 하라고 우겼거든요. 언니가 일도 오래 해본 사람이라 그런지 현금 안주면 발권 안 해드린다고 버티다가 배팅이 마감됐어요. 그러니까 갑자기 그 아저씨가 욕하면서 창구에 있는 유리막을 주먹으로 쾅 쳤는데 유리가 떨어진 거에요. 그 언니도 화나서 서로 삿대질하고 싸웠어요. 
그리고 엄마, 아빠, 딸이 주말마다 와서 경마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정말 진상가족이었어요. 한번은 딸이 발권하려는데 기계 문제 때문에 구매표가 안 읽혀서 다른 창구 가서 하라고 했거든요. 마감 시간이 2분 정도 남아서 가까스로 다른 창구에서 발권했는데, 그 딸이 처음에 갔던 창구로 가서 창구 앞에 있는 유리를 팍팍 치면서 “야, 되는데 왜 안된다고 해? 너 때문에 못할 뻔했잖아”라면서 막 욕을 했데요. 그리고 엄마는 마감이 임박했을 때 마권을 사려고 하는데 자기가 말번호를 잘못 표시했었나 봐요. 그래서 바꿔달라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바꿔줬어요. 그러고 경기가 끝났는데, 하필 바꾸려고 했던 말이 이긴 거에요. 그러니까 사무실로 가서 따지면서 “저년이 안 바꿔줘서 내가 못 땄다”며 배당금을 달라고 우기는 거에요. 안된다고 하니까 그럼 배팅한 돈이라도 내놓으라고 난리를 쳤어요. 사무실에서는 시끄러워지기 싫으니까 그냥 담당 아르바이트생한테 배팅금을 돌려주라고 했데요. 근데 배팅금을 돌려주게 되면 담당 아르바이트생이 자기 돈으로 메꿔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사무실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돌려줬대요. 그랬더니 그 아줌마가 갑자기 미안한 척하면서 만원을 팁이라면서 놓고 가는 거에요. 그 아르바이트생은 그거 보고 너무 화가 나서 팁 필요 없으니까 가져가라면서 다시 집어던졌데요. 이런 진상 손님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 사람들 상대하려면 진짜 힘이 들죠.
Q. 괜찮은 손님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괜찮은 손님이라기보다는, 돈다니까 기분 좋아서 담당직원들한테 과자나 팁을 주는 손님들도 있어요. 원칙적으로 팁을 받으면 안 되는데 아저씨들이 기분 좋아지면 무작정 주고 가거든요. 저한테 사면 꼭 이긴다면서 제 창구에서만 마권 사는 손님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아르바이트 그만둘 때쯤 발권하는 곳 말고, 구매권 창구로 옮겼거든요. 구매권 창구는 말 그대로 구매권을 판매하는 곳이에요. 구매권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 같은 건데, 구매권을 무인 발매기에서 읽히면 마권을 살 수 있어요. 원래 일 인당 한 경주에 걸 수 있는 최고금액이 10만 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기계에다가 사면 사실 누가 샀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진짜 ‘꾼’인 사람들은 구매권으로 배팅해요. 한번에 몇백만 원씩 걸기도 하고요. 도박꾼 아저씨들은 아침에 문 열면 사람들이 5백만 원, 천만 원씩 가져와서 10만 원짜리 구매권으로 바꿔요.
하루는 어떤 아저씨가 돈을 많이 땄는지 구매권 창구에 있는 직원들 6명을 회식하라고 20만 원을 넣어줬어요. 안 받겠다고 계속했는데도, 고생하고 있으니까 주는 거라면서 맛있는 거 먹으라고 무작정 주고 갔어요. 
Q. 마사회에서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어떤가요?

 

처음에는 시급이 세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아까 말한 것처럼 부족사고도 자주 나고 진상 손님들 상대하다 보면 너무 힘이 드니까 결코 센 가격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스튜어디스들은 비행기를 타면 위험수당을 받잖아요. 우리도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거든요. 아까 말한 것처럼 유리창을 부순 사람도 있고, 부족사고도 빈번하니까요. 그런 위험도 고려해서 좀 더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우리끼리 얘기하기도 해요. 
사실 발권할 때 현금도 함께 줘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사에서는 무조건 규칙대로 하라고 하고, 우리가 규칙대로 돈과 함께 달라고 하면 손님들은 화를 내잖아요. 그럼 할 수 없이 눈치 봐가면서 일하게 되는데, 만약에 손님이 돈 안 주고 도망가버리면 책임은 직원이 져야 하니까요. 솔직히 손님들이 기분 나쁠 수도 있긴 한데, 여기는 일반 상점도 아니고 경마장이잖아요. 5분만 있으면 자기 돈이 어떻게 될지 보이는데, 자기 돈이 순식간에 없어지면 사람이 돌변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부족사고도 있지만, 잉여사고도 있거든요. 근데 부족사고는 업무성과에도 반영하고 책임도 직원이 지는데 잉여사고에 대해서는 그런 게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잉여금도 회사에서 가져가서 어떻게 쓰는지 알 수도 없고요. 
근데 성과급은 꽤 괜찮은 편이에요. 12월에 성과급 나왔을 때, 저 경우는 60만 원 정도 받았거든요. 그러면 그달은 주말에만 일했는데 100만 원 넘게 월급을 받았어요. 명절 때나 노동자의 날 같은 경우에도 5만 원짜리 상품권을 주고요. 
Q. 혹시 주변에 친구들에게 추천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만약 하려고 하는 사람이 대학생이면 해볼 만한 것 같아요. 일단 금액적으로 다른 아르바이트와 비교했을 때 많긴 하니까요. 근데 확실히 힘들긴 훨씬 힘든 것 같아요. 많이 주는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