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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명을 두고 사투를 벌이는 대학교


역명을 두고 벌이는 대학교 측과 철도당국 간의 전쟁은 현재도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더구나 점차 대학교 간 경쟁이 심해지고 지하철 노선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러한 양상은 전보다 심해진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역명을 바꾼 대학교도 있는 반면, 역명을 바꾸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대학교도 있다. 
성공적으로 역명을 바꾼 학교는 바로 광운대다. 지난 2월 25일 성북역은 ‘광운대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성북역이 행정구역상 성북구가 아닌 노원구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꾸준히 역명 변경을 요청해 왔다. 코레일은 본래 오랫동안 쓰여 왔던 역명의 경우 가급적 바꾸지 않지만, 이번 경우에는 ‘성북역’이란 역명으로 인해 실제 역의 위치를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되어 역명 변경을 허용했다. 

 

그런데 대학교를 역명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달리 ‘광운대’라는 대학교명을 허가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근에 위치한 대학(광운대)의 인지도가 높고 주민들이 선호하고 있다”며 광운대역으로 역명을 정한 이유를 밝혔다. 광운대역 근처를 보면 광운대 외에는 별다른 지표가 없다. 그렇다고 행정구역 이름을 쓸 수도 없다. 광운대역이 속해 있는 ‘월계’라는 이름을 가진 역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광운대 측은 당연히 환영 일색이다.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정식 역명에 이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광운대 홍보팀 관계자는 “아무래도 홍보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 정량적인 평가는 어렵지만 역명에 학교 이름이 들어감으로써 사람들에게, 특히 지방에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 이름을 많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쉽게 역명을 얻는 경우가 있는 반면, 역명을 얻기 위해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는 학교도 있다. 서강대가 대표적이다. 서강대는 지난해 12월 개통한 경의선 서강역의 명칭을 ‘서강대역’으로 바꿀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강대 일부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서강대역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활동 중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서명 운동, 거리 시위 등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서강대 제공

대책위가 역명 변경을 주장하는 이유는 서강역이 서강동이 아닌 신수동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변 지표인 서강대를 역 이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언뜻 보면 성북역과 비슷한 경우처럼 보인다. 그러나 코레일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강’ 지명이 백 년 넘게 통용돼 함부로 역명을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책위 측은 이에 대해 반박했다. 대책위 위원장 강진석 씨는 “‘서강’이란 지명은 원래 마포구 전반을 아우르는 지명이어서, 딱히 서강역 근처를 지칭한다고 할 만한 대표성을 띤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애초에 역사성을 보존할 목적이라면 본래 서강역이 있던 역사를 보존했어야 했는데, 본래 역사는 헐고 새로 역사를 지었다”라며 코레일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대책위 측은 국토교통부 측에 민원제기를 하고, 관계자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역명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 4월부터 국토교통부로 역명 변경 권한이 옮겨졌기 때문이다. 한편 코레일에도 서강역에 관한 설명을 요청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계속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국민대와 서경대는 2014년 9월 완공 예정인 경전철 우이선의 역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이 역의 가칭은 ‘솔샘역’이지만, 국민대와 서경대는 역 근처에 학교가 있는 만큼 당연히 자교명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대는 이 지역에서 자신들의 지명도가 가장 높으며 재학생 수도 서경대보다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서경대는 L09역사가 국민대보다 서경대에서 더 가깝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국민대 총학생회는 지난 3월 21일부터 학생·교직원·교수 등을 대상으로 국민대학교역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목표치인 1만 개가 넘는 서명을 받았다.  총학생회가 역명 변경 운동을 주도하고 있지만 학교 측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비록 서경대보다 거리가 멀긴 하지만, 학교의 지명도와 규모에서 앞서기 때문에 충분히 역명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대 총학생회 사무부장 김국기 씨는 “주변 상권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국민대역을 선호하는 쪽이 더 많았다”라며 “현재 학교 측과도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전철 우이선 노선도. 사각형 표시가 되어 있는 L09역을 놓고 국민대와 서경대 간 경쟁이 치열하다 ⓒ우이트랜스

서경대 역시 역명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5년까지만 해도 ‘서경대입구역’이 우이선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우이선의 완공 예정연도가 2011년에서 2014년으로 늦어진데다가, 2006년에 서울시가 대학명을 역명으로 정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역명이 다시 불확실해졌다. 이로 인해 서경대의 입장이 다급해진 상황이다. 서경대 총학생회 역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서명운동을 벌였고, 앞으로 서명운동 대상을 재학생에서 교수 및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경대 총학생회 기획국장 김문규 씨는 “공사 초기 때만 해도 ‘서경대입구’라는 역이 기정사실화되었는데 국민대와의 다툼 때문에 문제가 커져 역명 변경이 유보되었다”라며 “앞으로 주변 상권 분석을 통해, 서경대에서 경전철역을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지 알아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경쟁 결과는 빨라야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역명 결정을 관장하는 서울시에서 개통 6개월 전에 최종적으로 역명을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단 국민대와 서경대 두 학교 중 하나의 이름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제 3의 이름이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역 주변의 지명을 따서 역명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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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돌

    2013년 4월 28일 09:24

    대학명으로 된 역명칭 자체는 방문객들에게는 편리함을 주는 면이 많기에 찬성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복수의 대학이 동일 구역에 위치할때나 캠퍼스가 두 지역 이상일때는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것 같은데요.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인지도 높은 학교가 역사와의 거리도 가장 가깝다면 논란은 덜하겠지만, 이 둘이 서로 상충될때는 어느 학교명를 선택할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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