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투표권이 있다면 좋겠다. 만 16세만 넘으면 투표할 수 있는 나라도 있다던데?” 

“내가 낸 세금인데 어떻게 쓸지도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왜 정치인을 떠올리면 머리 하얀 정장 차림의 아저씨만 생각날까?”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종류의 의문을 품어 본다. 하지만 혼자 생각한다고 해서 결론이 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의문을 품은 채로 일상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학점을 만들고 스펙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또 누군가는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생존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존을 넘어 미래와 혁신을 이야기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머리를 맞대보자고 제안한다. 솔깃한 제안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쁘다. 스터디를 하느라 시간이 빠듯하다. 학점과 토익 점수, 각종 자격증을 위한 스터디만 해도 하루가 부족하다. 여기에 뭔가를 더 얹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 스터디’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소셜 스터디를 기획하고 있는 더 넥스트의 디렉터 김성환 씨와 코디네이터 이원준 씨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더 넥스트'의 디렉터 김성환씨(좌)와 코디네이터 이원준씨(우)

우리는 언제까지 변방에 머물러야 하나

Q. 소셜 스터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생각이 좀 필요했어요. ‘소셜 스터디’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김성환(이하 ‘김’) : 기본 전제는 이래요. 생각보다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준비가 많이 되어 있다. 그래서 청년들의 대화 주제가 더 넓고 더 재밌는 주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소셜 스터디의 기본 개념이에요. 청년들이 가진 생각이나 논의의 내용들이 점차 낮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정치, 정책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청년들이 거의 방관자 위치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당장 청년들이 하는 ‘스터디’는 취업을 위한 토익 스터디죠. 전반적으로 리더십의 변방에 와 있는 거에요. 과연 언제까지 청년들이 변방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그 변화의 시점에 와 있다고 봐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던 청년 세대는 우리 사회를 바꾸는 리더십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왔어요. 그래서 소셜 스터디라는 개념이 나온거에요. 토익이나 취업을 위한 스터디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바꾸는 의사결정을 위한 스터디를 하자는 겁니다.

Q. 그런데 스터디라고 하면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차원으로 끝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까지 논의되고 있는 건가요?
김 : 토익 스터디를 하는 이유는 취업을 하기 위한 목적이 있죠? 우리의 스터디도 뚜렷한 목적이 있어요. 책상에 앉아서 공론으로 끝내는 스터디라면 곤란하죠. 그래서 ‘소셜’이 붙는 거에요. 함께 공부해서 만들어낸 의제를 사회에 던지는 것이죠. 토익 공부를 하면 결과를 얻기 위해 토익 시험을 보듯이 저희도 공부한 것을 사회에 던짐으로써 결과를 얻는거죠. 그러려면 확실히 액션 플랜이 필요하겠죠.

Q. 다양한 의제들이 있는데 액션 플랜도 다양하게 전개될 것 같아요. 액션 플랜을 위한 계획이 있나요?
김 : 한 가지 원칙은 있어요. 반드시 정치의 장으로 던지겠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서울시정에 대한 것이라면 서울시 의회에서 우리의 의제가 논의되게 할 수 있는 거죠. 소셜 스터디라는 것이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과 공유의 과정이잖아요. 각 의제 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될지, 어떤 획기적인 액션 플랜이 나오게 될 지에 대한 큰 가능성이 열려 있어요. 누군가가 ‘이런 거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하는 제안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겠죠. 

Q. 말씀처럼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함께 모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원준(이하 ‘이’) : 다들 사회적 문제, 청년 의제에 대해 고민을 해 오신 분들이에요. 각자 평소에 갖고 있던 의문들이 있고, 개인의 힘으로는 답을 내지 못했던 분들이 더 넥스트라는 플랫폼을 만나 함께 답을 구하기 위해 소셜 스터디를 만들게 되었어요. 

디렉터 김성환씨

생존을 위해 미래를 이야기하자

Q. 소셜 스터디를 만들 때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김 : 제가 처음 제안을 했는데요. 제안을 할 때 생각한 건 두 가지 고민이었어요. 첫 번째로 아까 말씀드렸듯이 청년의 의제를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청년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에요. 지금 청년의 가능성을 이야기 할 때 논의되는 게 인턴, 취업, 이런 생존의 문제잖아요. 새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라는 것도 결국은 생존의 담론이죠. 저는 생존 그 자체가 의제여서는 안 된다고 봐요. 결국 생존을 위해서라도 미래와 변화를 이야기해야죠. 현실의 우울함은 부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 것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와 가능성이 열려야 극복이 가능한 거죠. 청년의 목소리에 그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 청년위원회가 논의되고 있는데 과연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디자인되고 있는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에요. 정당에서도 청년 비례대표 등 청년 어젠다는 있지만 청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구요.

Q. 최근 작년에 청년 운동이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적이 있어요. 총선 때 청년당이라는 정당도 나왔구요. 그런데 그것이 지속가능한 정치활동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아요. 청년 어젠다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요.

김 : 현실적으로 선거라는 공간이 아니고서는 청년의 목소리가 정치에서 잘 반영되지 않아요. 실제로 정치 일반에서는 청년의 목소리가 1인 1표로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지 않는데 유일하게 선거 기간에는 청년의 목소리가 가치 있게 드러나죠. 그래서 선거 때 반짝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년의 목소리가 현실 정치에 반영되기를 희망하는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Q. 그렇다면 소셜 스터디가 정치 과정에 반영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김 : 저희의 문제 의식 중 하나는 ‘우리(청년)는 모이지 않았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 저희 어젠다 중에 낙태 이슈가 있는데요, 이걸 다루기 전에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거의 몰랐어요. 소셜 스터디를 하면서 알게 된 거죠. 그동안 우리는 각자가 자기의 이슈에만 주목해 왔던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기존의 관료제적인 조직들이 가지고 있는 소위 ‘칸막이’의 한계에 대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칸막이를 내려놓고 서로의 이슈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자는 거죠.

Q. 그렇다면 각 의제를 다루는 팀 간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겠는데요.
김 : 네. 소셜스터디의 가장 큰 장점은 SNS를 통해 의제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거에요. 특히 위키 방식의 웹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함께 논의를 하고 의제를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각 의제를 다루는 팀의 플레이어들은 일종의 제안자가 될 거구요. 모든 사람들이 모든 의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거에요. 

Q. 위키 방식의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겠군요.
이 :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논의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의제 별로 논의가 진행되는 대로 중간 중간 미니포럼을 열고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각 의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가진 분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을거라고 봐요.
김 : 매월 새로운 주제들을 낼 것이고,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진행될 거에요. 의제가 다양해지면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여지가 커지겠죠. 그리고 미래 세대와의 만남을 구상하고 있어요. 청년 세대 내의 수평적인 대화뿐만 아니라 다른 세대와의 소통도 중요하니까요. 예를 들어 청년위원회를 만들어서 청년의 의제를 다룬다고 해서 청년의 목소리만 필요한 건 아니죠. 연령과 계층을 불문하고 여기에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할 겁니다. 

Q. 중장년층도 함께 청년의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거네요. 그렇다면 반대로 요즘 고령화 문제도 정말 큰 의제인데 중장년층, 즉 미래의 노년층을 위한 논의에서 지금의 청년층이 참여해야 할 필요성도 있겠네요.
김 : 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소셜 스터디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서 미래의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과정이에요. 청년 문제 뿐 아니라 노인 문제, 여성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의제라면 무엇이든지 저희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거죠.

소셜스터디 코디네이터 이원준 씨

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


Q. ‘이런 분은 꼭 함께 참여하셨으면’ 하는 분들이 있나요? 
이 : 내가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와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답을 찾고 있어요. 어떤 분야든지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연령의 제한도 없고 지역의 제한도 없으니까요. 실제로 고등학생부터 멀리 지방에 사시는 분들까지 참여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소셜 스터디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우리가 살아갈 나라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낸다는 것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청년층이라면 앞으로 각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텐데 여기에 와서 서로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겠죠. 
김:청년들이 놓인 상황이 섬과 같다고 봐요. 섬으로 가려면 돈을 내고 배를 타고 가야하잖아요. 지금 청년들이 생각을 공유하고 공동체를 이루려면 대가를 치러야 해요. 소셜 다이닝이란게 유행하는 것도 그런 거죠. ‘돈을 내지 않고 섬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소셜 스터디에요. 외로이 떨어져 있는 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로 만들고자 합니다.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한 친구는 여기에 참여하면서 함께 생각하며 길을 찾고 있어요. 혼자 찾는 것보다 더 빠르고 즐거운 거죠. 지식을 나누고, 전문성을 키우고 때로는 친구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어요. 이런 활동이 토익 점수를 만드는 것 보다 더 좋은 ‘스펙’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눈앞에 있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서 내일을 볼 수 없는 세상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가 팍팍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일은 반드시 온다. 그리고 우리는 힘겨운 와중에도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읽어 봤고, ‘청년의 멘토’들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정당이 청년을 품어줄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내일을 살아가는 것은 청년들 그 자신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를 규정하는 것은 바로 청년의 목소리여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전개될 소셜 스터디의 의제들이 궁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