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26일 <교사의 사교육 인식>이라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설문조사로, 전국 초중고 현직교사 6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교사의 75%가 학생들과 상담할 때 사교육을 받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동료 교사가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 같다고 답한 비율이 93%에 달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겐 사교육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반면,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겐 사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결혼을 한 교사들이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선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공교육을 이끄는 만큼 당연히 학생들에게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을 권장하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마냥 공교육만 시킬 수가 없다고 여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부모로서의 정체성이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앞지르는 현실을 보여준다라고 평했다. 즉 부모로서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교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게 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사교육이 한국의 중등교육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언뜻 공교육의 중심을 이뤄야 할 학교 교사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교사들의 정신 상태를 비판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교사는 교사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부모이기도 하고,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 의해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왜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켜야만 하는 것이 되어버렸나, 이다. 그 기저에는 뿌리 깊은 입시 위주의 교육이 있다. 사교육은 그 틈을 잘 파고들어 입시 교육 중심에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지나치게 커져 버린 사교육 시장을 제어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공교육 정상화 정책을 펼쳤다. EBS 교재의 수능 연계 비율을 크게 높였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선행학습 금지법, 교과서 내 시험문제 출제 원칙 등의 방법으로 사교육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EBS의 경우, 기대했던 만큼의 사교육 절감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EBS 시청률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것이 사교육 참여율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고등학교 고학년의 경우에는 EBS를 시청하는 학생들이 사교육 참여율도 높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현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정책 역시 사교육 제어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입시 위주의 정책은 그대로 두고,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부분만 고치려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사교육에 대한 복잡한 시각은 결국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자칫하면 내 자식이 경쟁에서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사교육은 그 불안감을 크게 해소시켜 주었다. 공교육에 비해 입시에 더욱 특화된 교육을 통해서다. 이는 근본적인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없는 한, 사교육을 축소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단편적인 정책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