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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렐라] 악마는 학원 강사도 한다: 학원 조교 알바

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 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등장하는 악질 상사 미란다 프리슬리는 비서들에게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해준 뒤에 항상 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That’s all!” 그러나 실제로 비서들이 해내야만 하는 일은 밑도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진다. 입시학원에서 약 1년간 강사 조교 생활을 한 최렐라(23)씨 또한 “That’s all!”의 마수에 걸려든 희생자다. 그녀와 만나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그리고 영화보다 더욱 악독할 수 있는 학원 강사 ver. 미란다 프리슬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Q. 하셨던 알바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년에 1년간 대형입시학원 고등부 영어 강사 조교 알바를 했습니다. 정확히는 재수종합반이 개강하는 2월 초부터 11월 수능 날까지 일했고요, 매달 50만원씩 받았습니다.

Q. 구체적으로 무슨 일들을 맡았나요?

일단 기본 업무는 강사님 수업 전 강의실 정리와 학생 관리였어요. 강의실 정리 같은 경우에는 수업 시작 전에 교실로 들어가 칠판을 닦고 분필을 마련해두는 일을 해야 했고요, 학생 관리의 경우에는 단어시험지 채점 및 시험 결과 문자 발송, 과제물 제작, 학부모 상담 업무 등을 맡았어요.

Q.보통 강의실 정리는 학원 직원들이 맡아서 하지 않나요?

조교를 쓰지 않는 강사들에 한해서만 학원 직원들이 강의실 정리를 해줘요. 조교가 있는 강사들의 경우에는 조교들이 그 일을 맡아서 하고요. 강사들은 학원 직원들과 별로 부딪히고 싶어 하지 않아하거든요. 각자 하는 일이 다른데다가, 강사나 일반 직원이나 같은 노동자 신분이기 때문에 강사라는 이유만으로 학원 직원에게 칠판 정리 같은 일을 부탁하기가 껄끄럽게 느껴지는 거죠. 일반 직원들 입장에서도 강사들의 그런 부탁을 불편해하고요. 그러다보니, 학원 강사와 일반 직원들 간의 불편한 관계 조정을 위해서라도 조교가 필요해지는 거죠. 일종의 완충 장치인 셈이에요. 

Q. 그런 이유 때문에 본의 아니게 조교로서 맡아야 하는 일들이 많아진 거네요.

그렇죠. 알바를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수업 전마다 매번 칠판을 닦고 분필을 준비해야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학원 사무실에서 서류작업이나 단어시험 채점 정도만 할 줄 알았죠. 강사님도 처음 저에게 알바를 제의하실 때 그에 관해선 한마디도 없었고요. 오히려 쉬는 시간이 있을 거라는 투로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조교 일을 해보니 생각보다 일이 너무 많았어요. 
Q. 강사님 수업 스케줄은 어땠나요?

들쭉날쭉했어요. 그 덕분에 강사님을 따라다녀야만 하는 저로서는 고생이 많았죠. 일단 강사님이 소속되어있는 대형입시학원 지부가 여러 곳에 있었어요. 그래서 각 지역 학원으로 수업을 하러 가실 때마다 저는 따라가야 했어요. 기본적으로 강사님의 정규 소속은 강남 지부였어요. 그래서 평소에는 강남 학원 건물에 계시다가, 목요일에는 평촌 지부로 강의를 하러 가셨죠. 그리고 토요일에는 과천에 있는 다른 학원으로 출강하셨어요. 그래서 그때는 저도 선생님을 따라 강남, 평촌, 과천으로 출근했죠. 

그러다가 3월쯤에 강사님이 여전히 대형입시학원에 소속되어있는 상태에서 강동구에 직접 개인 학원을 차리셨어요. 그때부터는 강남, 평촌, 과천, 거기다 강동구까지 가야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학원이 문을 닫았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학원 운영비로 날린 돈을 만회하시려고 그랬는지 김포에 있는 다른 학원으로 출강하기 시작하셨죠. 그때부터는 강남, 평촌, 과천, 김포까지 종횡무진하며 돌아다녀야했어요.  

Q. 교통비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강사님이 월급을 줄 때 그 점을 감안하셨나요?

한 달 교통비가 1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전부 제가 부담해야 했어요. 제가 알바 시작할 때 강사님이 딱 잘라 말씀하셨거든요. 교통비는 제가 따로 부담해야 하고 이동시간도 근무시간에서 제외된다고요. 출강 학원이 2개에서 4개로 늘어난 뒤에도 저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는 식이었고, 제가 교통비에 대해서 이야기할라치면 교통비는 절대 부담해줄 수 없다고 매번 거절했어요. 그리고 또 웃겼던 게, 강사님은 저랑 같이 이동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가 수업 교재나 유인물을 다 짊어 매고 버스나 지하철로 먼저 출발하면, 강사님은 나중에 택시를 타고 학원으로 오는 식이었어요. 

Q. 구체적인 근무시간은 어땠나요?

첫 번째 달에는 매일 일하러 나가다가 두 번째 달부터는 목, 금, 토요일만 나갔는데요, 그래도 정말 힘들었어요. 목요일, 금요일에는 오후 4시 반부터 10시까지 일하고, 토요일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거의 하루 종일 일했어요. 특히 토요일에는 쉴 틈이 없었는데, 토요일 아침 9시에 특강이 있어서 아침 8시에 강남으로 출근하자마자 수업 과제물을 전부 인쇄하고 학생 출석확인을 해야 했어요. 그리고 아침 특강이 오후 12시에 끝나면 대충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특강에 맞추어서 또 수업 준비를 해야 했죠. 오후 특강이 5시에 끝나게 되면 곧바로 과천으로 이동해야 했어요. 그럼 보통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 과천에 도착하게 되는데 저녁 7시에 수업이 있기 때문에 도착하고 나서도 저녁 먹을 새 없이 강의실로 가서 학생들에게 단어시험지를 나누어주고 시험 감독을 해야 했어요. 그리고 오후 10시에 수업이 끝나야 비로소 퇴근할 수 있었어요. 

Q. 근무시간 외의 시간에도 일한 적이 있나요?

많았죠. 강사님이 재수생, 고3 학생뿐만 아니라 1,2학년 수업도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 학생들 경우에는 내신대비도 해주어야 하는데 관련 업무를 전부 제가 도맡아서 해야 했어요. 그러다보니 시험기간만 되면 정작 제 시험공부는 못하고 고등학교별 기출문제를 인터넷으로 찾아서 정리하느라 시간을 다 허비해야 했어요. 기출문제를 찾지 못하거나 시험 범위가 바뀐 경우에는 제가 아예 문제를 따로 만들어야 했고요. 그런데 강사님은 한 번도 도와주지 않으셨어요. 

저에게 수업 유인물 배달을 시킨 적도 종종 있었어요. 그전에는 퀵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제가 조교 일을 하게 되면서 저를 부려 먹기 시작한 거죠. 한번은 아침에 뜬금없이 연락이 와서 다른 학원에서 오는 유인물이 있으니까 고속터미널역에서 전달받아서 가지고 오라고 한 경우가 있었어요. 얼떨결에 자다가 일어나 고속터미널역으로 가서 유인물을 받았는데, 진짜 무거워서 학원까지 들고 가느라 고생했죠. 심지어 그때가 무더운 여름날이었는데 한쪽 어깨에 핸드백을 멘 상태에서 그 많은 유인물들을 두 팔로 안고 가려니까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런 일이 하도 많으니까 결국에는 제발 저한테 시키지 말라고 애걸복걸해서 겨우 해방됐었어요.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강사님이 아침에 핸드폰을 깜빡하고 출근하신 거예요. 그래서 그때 자고 있는 저한테 전화해서 따로 돈을 줄 테니까 자기 집으로 가서 핸드폰 좀 가지고 와달라고 부탁했었어요. 거절했죠.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네요. 하하. 

Q.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용케 10개월을 버텼네요. 돈 때문이었나요?

그렇죠. 하하. 그런데 강사님에 대한 정 때문에 망설인 부분도 있었어요. 제가 수험생이었을 때는 친하게 지냈던 분이었으니까요. 선생님으로서의 강사님과 상사로서의 강사님이 이렇게 다를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요. 게다가 강사님이 3월에 차렸던 개인 학원이 망하고 난 뒤에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그러다보니까 알바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겠더라고요. 또 학생들에 대한 책임의식도 있었어요. 그때 제가 관리하고 있었던 학생이 3백여 명 정도였는데, 제가 그 학생들 연락처를 전부 가지고 있었고 학생들과 연락하는 일도 다 제가 맡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조교가 바뀌면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할 것 같더라고요.

Q. 알바를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강사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엄청 말리셨어요. 계속해서 이전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셨죠. 모든 출강 학원으로 나오지 않아도 된다, 당장 급하지 않은 일이라면 나를 따라다니지 않고 강남 학원 사무실에서 머물면서 해도 된다, 일주일에 단 이틀이라도 나와서 조교 일을 맡아주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식으로요. 그런데 저로서는 너무 힘들어서 거듭 안 되겠다고 말씀드렸죠. 지금도 가끔씩 연락이 와요. 요즘 조교들이 너무 일을 못 한다면서, 다시 조교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요. 단칼에 거절하죠. 그렇게 말해요. ‘절대 안 해요, 선생님. 그때 어땠는지 기억하시죠?’ 

Q. 그 알바 경험을 계기로 해서 나중에 다른 알바 할 때는 달라진 부분들이 있었나요?

네. 일단 근로조건에 정말 예민해졌어요. 영어 강사님 조교 일을 관두기 두어 달 전부터 같은 학원 역사 강사님 조교를 시작했었는데요, 그때는 제가 강사님한테 임금, 근로시간, 업무 내용 등을 꼼꼼하게 물어봤어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하하. 근로계약서도 작성하고요. 

Q. 마지막으로, 영어 강사님한테 한마디 한다면?

선생님, 저 같은 풋내기를 조교로 고용한 덕분에 정말 편하셨죠? 이제는 조교 너무 부려먹지 마세요. 선생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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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다

    2013년 5월 2일 21:53

    학원일을 해봐서 아는데, 간혹 저런 저질스런 강사들이 있죠. 하물며 자기가 가르쳤던 학생을 저렇게 착취하다니요. 제가 다 화가 나는군요. 글쓴이만큼 조교일을 잘하는 이가 없는게 아니라, 싼 임금으로 막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거겠죠. 정당한 댓가를 주면 왜 능력있는 조교를 못 구하겠습니까. 그런 심보를 가지고 있으니 학원도 망한거겠죠.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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