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5월 1일, ‘알바생’들은 자신들도 ‘알바노동자‘로서 인정해줄 것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종각 앞에 한 데 모여 ’빅맥세트 하나도 못 사먹는 시급 4860원‘, ‘카라멜마끼아또님 제 시급보다 비싸시네요’등의 문구가 적힌 박스를 뒤집어 쓴 채 ‘최저임금 1만원으로’, ‘대기업의 이윤을 알바 노동자들에게’, ‘우리에게 좋은 일자리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사는 1부 개회와 플링 제작 등이 포함된 ‘대회’와 2부 고용노동청 방문, 명동 예술극장 퍼포먼스 등이 포함된 퍼레이드로 나뉘어 진행됐다.

        

ⓒ 고함20

노동절 맞이 알바들의 축제, 제 1회 알바데이 첫 신호탄

1부 진행을 맡은 롯데리아 알바생 윤가연씨는 “오년 동안 노동자들을 위한 집회를 다녔다. 알바를 하고 있는 노동자로서 내가 주인공이 되는 알바데이의 사회를 맞게 돼서 기쁘다.”고 말하며 본격적인 행사의 막을 열었다.

약 21개의 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동성애자 인권연대, 녹색당,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등의 참가단체 인사가 이어졌다. 녹색당 이안홍빈씨는 “기존 노동절의 행사에서 벗어나서 진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고, 내 또래의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알 수 있는 행사가 알바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실제 정규직이나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진짜로 노동절의 의미를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년좌파 대표 김성일씨는 “123년동안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라고 외쳐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어찌 되었든 살고 있다. 123년 동안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라고 외친 결과 그래도 어느 정도는 어떤 횡포에도 그대로 굴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맞서 싸울 수 있는 그런 세상 정도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알바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것을 오늘부터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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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사회자 가연씨는 우리 모두가 불안정 고용이고 근로계약서가 법적으로 존재할 뿐 쓸모는 없을 정도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불안정한 고용 현실에 있는 하루씨와 몽슬씨를 소개했다.

꿀 알바를 찾고 있다는 하루씨는 최저임금 만원이 알바노동자 모두의 삶을 나아지게 할 거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외침이 적어도 시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한 사람의 알바노동자가 목소리를 내고 백 명의 알바노동자가 목소리를 낼 때 노동환경과 인식을 넘어서 알바노동자의 삶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알바노동자의 노동을 청춘의 과도기쯤으로 생각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몽슬씨도 “정규직 노동자도 아니고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말하기에도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항상 노동절이 되어 집회에 나가면 어디로 가야할지 헷갈렸다고 덧붙였다. 또 “이 자리가 알바노동을 하면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며 그동안 알바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공간이 없었던 현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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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발언 후엔 밴드 ‘그때 걔네’의 공연이 이어졌다. 그들은 자신들도 편의점 알바 노동자라고 말하며 이곳에 모인 알바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곡을 부르는 등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또 참석하지 못한 알바 노동자들로부터 받은 트위터 멘션을 읽는 순서가 진행됐다. 영화관에서 알바하고 있다는 한 트위터리안은 “노동절이라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결국 알바데이는 못갔다. 우리가 하는 일의 대가가 시급 몇 천원과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최저임금 만원의 인상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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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 멘션 소개를 거친 행사는 1부의 끝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서 영국의 마그나카르타에 빗댄 <알바나카르타>의 선언에 동참했다. 대표 선서는 커피 알바 노동자 김영씨가 맡았다. 알바나카르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알바나카르타: 알바 노동자의 권리 선언>
제1조. 알바는 다른 노동자와 차별받지 않고 마땅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 권리란 최저임금, 근로계약서, 주휴수당, 4대보험, 퇴직금 등이다.
제2조. 극단적 불안정노동을 하는 알바 노동자에게 최저시급 4,860원은 어이없는 저임금이다. 알바는 최저시급을 1만원 수준으로 받아야 한다.
제3조. 알바는 자신의 생존권, 건강권, 행복권 추구를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러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알바나카르타 2조의 실현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4조. 알바는 사업장에서 한 명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고용주나 손님의 욕설, 폭언, 성희롱, 일방적 해고 등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처벌이 있어야 한다.
제5조. 영세점주가 살아야 알바 노동자도 살 수 있다. 이에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가맹점과의 이익배분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정부는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 알바데이에 모인 우리는 알바나카르타의 실현을 위해 앞으로 뛰고 또 뛸 것이다.

알바 노동자,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플링 제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 1부에이어 본격적인 퍼레이드를 신호탄으로 2부 행사가 시작됐다. 2부 행사는 거리 라디오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대기업 및 여러 재벌이 적힌 박스를 등에 짊어진 자전거와 만원을 가득 실은 수레가 알바 노동자들의 퍼레이드를 인도했다. DJ를 맡은 김재석씨는 ‘족발 먹을 돈도 없다, 최저임금 만원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알바노동자들을 이끌고 고용노동부로 향했다. DJ의 선곡이었던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이 BGM으로 흘러나오자 여기저기서 공감의 탄식이 터지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에 이른 알바 노동자들은 진정서와 경고장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며 고용노동부가 제 할 일을 하고 있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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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손님으로 초청된 성공회대 이장원 학생은 “근로감독관 열심히 해서 최저임금 안 지키는 사업장 혼내주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에 보호받으면서 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는 곳이 고용노동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며 고용노동부에서 알바 노동자들을 인식하는 것이 ‘노동자’가 아닌 용돈 벌려고 나온 ‘알바생’에 머물러 있는 것을 비판했다. 덧붙여 “그래서 이 자리에서 알바생이 아니라 알바 노동자라는 이야기를 이 자리에 있는 공무원들에게라도 확실히 전달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를 지나 명동 예술 극장 입구에 들어서자 고로케를 먹으려 줄을 길게 서 있던 시민들의 이목이 알바 노동자들의 구호에 집중됐다. 어리둥절해 하는 시민들 속에서 김재석씨는 “저희는 운동권이 아니고요. 평범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입니다. 최저임금 받고 힘들게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 일하시는 많은 알바 분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힘들게 일하고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썼는지 아무도 안 알려줍니다.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나왔습니다.”고 설명하며 알바노동자들의 요구를 또 한 번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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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예술 극장에 도착한 알바 노동자들은 ‘쉬고 싶다’는 의미로 길바닥에 누워 명상의 시간을 갖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비록 명동 한복판에서 펼쳐진 퍼포먼스라 편하진 않았다. 불편하지만 감수해야 할 상징적 퍼포먼스였다.

종각에서 시작된 퍼레이드는 고용노동부, 명동예술극장을 거쳐 롯데 백화점이 바로 보이는 명동 입구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다. 퍼레이드 길을 지나는 곳곳 마다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알바 노동자’들이 즐비해있었다.

이번 행사에는 20대 뿐만 아니라 30대, 40대, 50대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있었다. 아이를 목에 태우고 행진하던 가족과 일본에서 건너온 활동가 미아케아키코씨도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에 동참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활동보조 노동자 미아케아키코씨는 “오늘은 알바노동자인 여러분들과 연대하기 위해서 왔다. 일본도 청년의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청년 죽음의 가장 높은 사인은 자살이다.”고 말하며 한국에서의 알바연대 및 청년 단체들의 활동이 일본의 가난한 젊은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알바생들의 축제에서 건강한 청년 운동의 시작으로

2시 10분에 시작된 행사는 5시에 이르러서야 막을 내렸다. 알바 노동자들은 한 데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좁은 사이사이에 길을 만들어 행진했다. 행사의 마지막 퍼포먼스였던 ‘최저임금 1만원 박 터뜨리기’는 행사의 참가한 모든 이들의 염원을 담은 의식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서강대 금동운 학생은 청년 문제와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나서는 걸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이기 때문에 참가했다고 밝힌 금동운씨는 또 “노동자라고 불리지 못했던 알바 노동자들이 이렇게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처음으로 만들어져서 기쁘다.”고 말하며 최저임금 만원의 실현을 촉구했다.

또 장일영 학생도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보다는 알바노동자가 우리의 가까운 미래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가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예전까지는 노동자 집회만 갔었다. 여기 와보니까 색다르고 신선해서 재밌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 커피 알바 노동자 김영씨는 지난 2년간 호주에서의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한국 청년들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고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 권리 구제를 하더라도 노동부의 미온적 태도와 손방망이 처벌, 그리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관리 감독을 비판했다. 그는 덧붙여 행사에 참가한 계기에 대해 “곧 최저임금위원회가 6월에 열린다. 그 시즌에 맞춰서 알바연대 같은 경우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를 가지고 나왔는데 그 슬로건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노동절을 맞이해서 건강한 청년의 운동으로 번져나갔으면 하는 바램에서 나오게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