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내 벤치와 쓰레기통 근처, 몇몇 사람들이 모여 담배를 피운다. 바람이 불자 담배 연기는 이를 타고 길가로 날린다.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마다 곱지 않은 시선이다. 비흡연자는 담배 냄새에 불평하고 흡연자는 흡연자대로 눈치가 보인다.

흡연부스가 비흡연자의 건강권과 흡연자의 흡연권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한 행정적 보완장치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흡연부스를 설치해 운영하는 대학은 중앙대, 고려대, 동국대, 가천대, 한림대 등이다. 이중 고려대, 동국대, 중앙대를 방문해 흡연부스의 이용 실태를 조사해보았다.

담배연기 자욱한 캠퍼스와 텅 빈 흡연부스

세 대학 중 가장 먼저 흡연부스를 설치한 동국대를 찾았다. 캠퍼스 내에는 흡연부스 외에도 곳곳에 흡연구역을 따로 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점심 무렵이 되자 많은 수의 학생이 지정된 구역을 벗어난 지역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회과학관과 경영관 사이 나체밭 전반은 담배 연기로 둘러싸였다. 애초에흡연구역과 비흡연구역을 분리하겠다던 목적 달성에는 실패한 셈이다.

흡연부스는 어떨까. 지나는 학우, 흡연 중인 학우, 교내 미화노동자에게 흡연부스의 위치를 물었으나 정확히 아는 이는 없었다. 대부분 처음 들어본다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고 흡연부스의 위치를 나타내는 알림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총학생회 측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자 마찬가지로 위치를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흡연부스 사용을 홍보하거나 관리 운영하는 업무를 맡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IMG_20130502_135312

동국대학교 흡연부스


지난한 검색 과정을 거쳐 찾아간 흡연부스는 원흥관 1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빨간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부스는 문이 열린 상태였다. 가로 약 3m, 세로 약 2m의 크기로 3~4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내부에는 ㄱ자형 나무 의자, 환풍기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흡연부스 근처에 금연 표지판이 붙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대다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버젓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사실상 흡연부스가 무용지물인 셈이다. 흡연부스 앞에서 흡연하고 있던 한 학우는 “흡연부스가 흡연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어 있다며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매연 정화 장치가 없는 흡연부스가 설치 비용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정작 흡연권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낮아 보였다.
 


IMG_20130502_151853

중앙대학교 흡연부스



중앙대의 흡연부스는 비교적 학생들의 접근성이 높은 법학관과 서라벌홀 사이에 설치되어 있다. 연두색 컨테이너 박스는 약 20여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세 대학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내부에는 분연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흡연자들 간의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개인용 의자, 에어컨이 구비되어 있다.
 


IMG_20130502_151944

중앙대학교 흡연부스 내부

 


넓은 규모, 최신식 장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취재 중에도 흡연부스를 찾는 사람보다 그 근처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흡연자인 김정연 씨는 “흡연 구역을 분리하는 것에는 찬성해 흡연부스를 이용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말했으나, “흡연부스 내부의 분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다른 이들이 흡연을 하고 난 뒤에는 사용이 꺼려진다”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고려대의 경우 사람들의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중앙광장 앞과 과학도서관 뒤, 가로 3m, 세로 4m의 크기로 약 8~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흡연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내부에는 공기 청정기, 담배연기집진기, 에어콘 등 정화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세 대학 중 가장 최근에 설치된 고려대 흡연부스 역시 시행 초기 학우들의 불만사항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부스가 투명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것 같고, 흡연부스를 사용하다보면 옷에 담배 냄새가 배여 불편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 측은 불투명 스티커를 부착하고 탈취제를 구비하는 등 지속적으로 불만 사항을 시정해나가고 관리하고 있다.

흡연구역이 유명무실화되지 않기 위해서

흡연구역이 유명무실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 공존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밑받침되어야 한다. 동국대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듯 대학 측이든 총학생회 측이든 흡연부스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구체적으로 지정되어 차후 발생하는 문제를 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대학은 공통적으로 흡연자들의 흡연부스 이용률이 낮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이은비 씨는 “부스 설치 전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용률을 예측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동인구가 많거나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것보다 주로 교내 흡연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설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넓은 캠퍼스 부지에 비해 흡연부스의 개수가 적으며, 교내 흡연자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는 규모라는 문제 역시 존재한다. 설치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로 현재 운영되는 흡연부스의 이용률을 올린 후, 수를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고려대 총학 측의 입장이다.

이밖에도 흡연부스 이용에 강제성이 없다면 실제적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흡연구역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강제하거나 페널티를 주는 것은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는 사안이므로, 간접적으로 흡연자들의 잘못된 흡연 문화를 바로잡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차선책이 존재한다.

한국금연연구소가 2009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흡연율은 47%에 달하며, 이는 지난 6년 새 5% 오른 수치라고 한다. 높은 비율의 학생들이 흡연자인 가운데, 흡연부스를 이용하는 일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위한 일인 만큼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 학우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이해, 참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