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양현수(가명, 22)씨는 얼마 전 12개월간 교제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1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였기에 이별의 고통은 상당했다. 가까스로 이별의 아픔을 추스르고 나니, 새로운 골칫거리가 등장했다. 바로 남자친구와 이용했던 커플통장이다 

양씨는 4개월 전부터 남자친구와 커플통장을 이용해왔다. 양씨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매달 5일 양씨와 남자친구 모두 10만원씩을 넣어왔다. 통장은 양씨가, 체크카드는 남자친구가 가지고 있으면서, 데이트 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체크카드로 지불해왔다 

그런데 하필 양씨가 헤어진 것이 월초인지라, 통장에는 168,600원이 남아있었다.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큰돈이기에, 양씨는 남은 돈의 절반인 84,300원을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돌려줘야 했다

문제는 양씨가 헤어진 남자친구의 계좌번호를 몰랐다는 것이다. 때문에 양씨는 돈을 돌려주기 위해 헤어진 옛 애인에게 계좌번호를 물어야만 했다. “답장으로 받은 계좌번호로 84,300원을 입금했어요. 400일간의 긴 연애가 84천원 송금으로 끝이 나네요.”

커플통장, 왜 만드나? 

양씨의 사례처럼 커플통장의 결말이 비극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커플통장을 사용하는 20대 커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과거에는 데이트 비용을 남성들이 부담하는 것이 일종의 관습처럼 당연시 되었던 반면, 최근에는 더치페이가 당연하다는 사고방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플통장은 커플의 더치페이를 체계화하고 의무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의 경제난과 소비형 데이트 문화 또한 커플통장의 사용이 증가한 또 다른 원인이다. 많은 20대들이 등록금, 학자금 대출, 터무니없는 최저임금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지만, 데이트를 하려면 영화보고 밥 먹고 차 마시는 돈 드는 일외에는 딱히 할 것이 없다. 돈 없는 20대들에게 데이트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기에,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여보고자 커플이 함께 커플동장을 만드는 것이다 

커플통장의 용도는 다양하다. 위의 양씨처럼 매달 돈을 넣어 두고 모든 데이트 비용을 통장 잔고로 해결하는 데이트 통장’, 평소엔 사용하지 않고 특별한 날 커플아이템을 사거나 호화 데이트를 위해 매달 적은 액수를 저금하는 기념일 통장’, 여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둘이 함께 모으는 커플 여행 통장등이다.

돈도 아끼고, 공감대도 형성하고 

커플통장의 가장 큰 장점은 체계적인 돈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데이트 통장을 이용하면 어디서 얼마를 지출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또 데이트 비용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도 있다. 양씨는 커플통장을 쓰기 전에는 매달 얼마를 데이트 비용으로 지출하는지 조차 몰랐어요. 커플통장을 쓰니까 확실히 돈이 절약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커플통장의 또 다른 장점은 서로 더 많은 것을 공유함으로써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배권호(가명,26)씨는 예전 여자친구와 15개월간 커플통장을 사용했다. 일주일에 만원씩을 입금하고, 모인 돈은 여행비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커플통장을 쓰니 서로 뭔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요.”
 

ⓒ고함20 - 커플통장 이용시 유의사항


커플통장, 때로는 화(禍)를 부른다

그러나 커플통장이 항상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만은 아니다. 대학생 임지수(21)씨는 3개월 만에 커플통장을 없애버렸다. 임씨 커플은 매달 15만원씩을 데이트 통장에 넣었는데, 임씨가 과외를 그만두게 되면서 15만원이란 목돈을 한 번에 넣기가 어려워 졌다. 남자친구는 왜 돈을 제 때 넣지 않느냐며 독촉을 했고, 이를 두고 몇 번의 다툼이 있었다. 

이후 임씨는 다시 과외를 구해 입금할 여건이 되었지만, 연인관계가 딱딱해 지는 것을 느껴 커플통장을 없애버렸다. “예전엔 그때그때 여유가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냈는데, 데이트 통장을 만든 이후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인색해졌어요. 예전에는 금전적인 문제로 다퉜던 적이 없었는데, 돈 때문에 얼굴 붉히는 일이 잦아졌죠.” 

커플통장의 가장 큰 단점은 양씨의 사례처럼 이별 후 처치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자칫 이별의 고통과 경제적 고통을 동시에 겪어야 할 수도 있다. 커플통장을 추천했던 배권호씨 또한 이 점을 강조했다. “헤어질 당시 돈이 얼마 안 남아있기도 했고 돌려달라고 하기도 이상해서, 남은 돈은 그냥 전 여자친구가 가지도록 했어요. 커플통장, 추천은 하지만 헤어질 것 같으면 빨리 써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