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 대중화. 힙합씬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화두 중 하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유독 힙합에서만 ‘대중화’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트로트의 대중화 혹은 락의 대중화를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지닌 가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재즈의 대중화 또는 민요의 대중화란 용어가 사용되는 것은 듣기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왜 유독 힙합에서만 대중화라는 화두에 목을 매고 달려드는 것일까. 아니 그전에 그들이 말하는 ‘대중화’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이 ‘힙합의 대중화’인가? 

힙합의 대중화의 선봉을 자처하는 힙합 전사들은 이제 곳곳에 널려있다. 과거 크라운J나 본인들을 힙합뮤지션이라 칭하는 아이돌들은 물론. 과거 언더그라운드에 머물던 힙합뮤지션들도 힙합의 대중화를 말하며 매스컴 앞에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JYP와 계약을 체결했던 산이가 그랬고, ‘충분히 예뻐’로 대중화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버벌진트가 그렇다. 특히 엠넷에서 방영된 <쇼미더머니>의 출연자 중 상당수는 힙합의 대중화라는 절대 당위를 위해 본인들이 총대를 메고 노력하는 양 말하곤 한다.


다음 포털 뉴스탭에서 '힙합 대중화' 검색 결과 갈무리ⓒ고함20





산이는 JYP와 계약하고 처음 발매한 앨범에 대해 “힙합 대중화를 지향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힙합 대중화에 대해 “힙합의 고유한 멋과 맛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면서 대중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어느 정도 들어가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고 의사를 밝혔었다. 최근에는 소울다이브가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그들은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힙합으로 대중에게 웃음과 기쁨을 주고 싶어요. 하지만 힙합이 우스워지는 건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꾸준히 음악 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죠.”고 말했다. 그들은 이를 위해, 앞서 말한 엠넷의 <쇼미더머니>에 출연한다. 그런데 두 인터뷰에서 강조되는 ‘힙합의 대중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표현은 없다.


힙합 대중화의 실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매스컴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매스컴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가장 적나라에 보여주는 것은 <쇼미더머니>와 관련된 일련의 기사들이다. 그 중 “대박 친 ‘쇼미더머니’ 뭘 남겼나..‘힙합대중화’ 임무 100% 완수”라는 제목의 뉴스엔 기사를 보자. 기사에도 마찬가지로 힙합대중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무엇이 ‘힙합 대중화’를 ‘100% 완수’하고 “대박”을 쳤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단편적인 언급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였다는 것을 대중화로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근거 또한 흥미롭다. “톱스타 이효리가 <쇼미더머니>의 열혈팬을 자처하며 합동 무대를 요구해 성사”된 것이 매스컴이 말하는 ‘힙합 대중화’의 “성공”이다.


엠넷에서 방영될 <쇼미더머니> ⓒ파이낸셜뉴스



힙합의 대중화 vs 본인의 대중화 




힙합의 대중화 논쟁에 대해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은 한국힙합계가 ‘대중화’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단언한다. 한국에서 힙합의 대중화는 드렁큰 타이거와 에픽하이 등 뮤지션들에 의해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님 세대도 힙합뮤지션들이 부르는 노래가 힙합인 것을 아는 상황에서 더 이상으로 힙합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것은 허상을 쫓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특히 힙합의 대중화를 외치는 몇몇 힙합뮤지션들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힙합의 대중화라는 거창한 포부를 밝히고 나선 이들이 되려 힙합계와 시장을 죽이고 있다.”

힙합의 대중화란 유명무실한 가상의 당위다. 그간 대중들은 힙합뮤지션들과 매스컴이 함께 주판을 튕겨가며 공동 제작한, 본인을 상업적으로 보급화하는 것을 힙합의 대중화로 둔갑시킨 시장상품이 판매되는 ‘쇼’를 보고 있었다. 힙합의 대중화를 말하는 이들이 대중에게 대중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들이 본인들을 홍보하는 것에만 머무는 상황에 머문다면, ‘힙합의 대중화’는 리드머의 남성훈 부편집장의 말처럼 ‘본인의 대중화’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