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20세의 청년들은 5월 셋째 월요일 ‘성년의 날’에 한사람의 성년으로써 인정받는다. 성년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정해진 이유는 미성년에게 사회인으로서의 책무와 자부심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작 성년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사회는 성년의 자부심을 값비싼 ‘성년의 날’ 선물로 가르치고 있다. 기업들은 ‘성년의 날’ 특수를 맞아 각종 고가의 선물로 판촉행사를 하고 있다. 고급 향수, 명품시계, 비싼 꽃다발은 기본이며 고가의 선물을 받는 것이야 말로 한 사람의 성년임을 증명해주는 장치이다. 고가의 선물에 달려있는 가격표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을 신참 ‘성년’들은 머리가 아닌 피부로 느끼게 된다.

성년의 ‘자부심’도 실종된 지 오래다. ‘성년의 날’을 앞두고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앞으로 신참 ‘성년’들에게 사회가 어떤 존재인지 적나라하게 가르치고 있다. 인턴에 대해 성추행을 하는 전 대변인, 스튜어디스의 뺨을 때리며 모욕을 주는 대기업 임원 등은 우리사회의 정점에 있는 ‘성년’이다. 그리고 태연스럽게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발뺌하는 것도 ‘성년’의 정석적인 태도다. 나이가 먹으면 달라질까.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밀어내기를 하는 대기업의 모습은 이미 식품업계의 관행이다. 50대 점주도 불쌍하지만 본사에서 폭언을 퍼붓도록 강요하는 20대 영업사원도 불쌍하긴 매한가지다. 실적이 없으면 영원사원도 먹고 살길이 막막하니 한 사람의 훌륭한 ‘성년’이 되기 위해서는 폭언도 당당히 쏟아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사회의 목소리를 이끌어가는 ‘성년’들인 언론은 어떤가. 5.18은 북한군의 개입이라는 5.18에 관한 밑도 끝도 없는 의혹을 보도하며 민중항쟁의 역사를 보란 듯이 훼손한다. 또한 선정적인 장면을 잔뜩 넣은 성접대 스캔들 보도는 ‘성년’의 윤리의식을 실감케 한다. 이해관계를 위해 역사, 윤리는 얼마든지 주무를 수 있다는 ‘성년’의 책무를 보여준다.

야스쿠니 신사의 ‘신사’를 젠틀맨이 아니냐며 반문하는 학생들은 곧 성년이 된다. 몰래 5.18에 대한 대자보를 찢으며 쾌감을 느끼는 극우청년 등 어린청년들 또한 성년이 된다. 우리사회는 이들의 충분한 자양분이다.

‘성년의 날’은 미성년에게 사회인의 책무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기념일이다. 온 사회가 성년의 ‘책무’와 ‘자부심’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면교사인지 현실적인 교육인지는 불확실하다. 진정한 ‘책무’와 ‘자부심’이 무엇인지, 무엇이 선물인지는 ‘성년’들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