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야말로 진정한 불금입니다. 부처님 오신 불(佛)금이잖아요.” 매일 저녁 6시 반,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주최하는 미사 강론에서 최영민 신부가 내뱉은 한 마디에 좌중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 날은 바로 3일 황금연휴의 첫째 날, 석가 탄신일이었다. 웃음이 멎자 최 신부는 강론을 계속했다. “어제가 5.16이었고 내일은 5.18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민주주의를 짓밟았던 날과 민주주의를 위해 항쟁이 일어났던 날, 그 사이 절묘한 시기에 부처님이 오셨네요. 부처님의 사상은 자비로 요약될 수 있죠. 그렇다면 예수님의 사상은 한 마디로 무엇일까요?” 
 
최 신부는 뜸을 들이며 청중들을 둘러보았다. “영어로 Compassion이라고 할 수 있죠. com은 ‘함께 하다’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이고, passion은 뭐죠? 흔히 열정이라고들 알고 계시는데 ‘고통’을 뜻합니다. 즉 Com(함께 한다)+passion(고통)으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함께 나눈다는 뜻이죠.”

ⓒ 고함 20

지난 11일 방송된 무한도전 ‘한국사 TV 특강’(이하 TV 특강)이 연일 화제다. TV 특강은 B1A4, 포미닛, 걸스데이, 샤이니, 인피니트, 시크릿, B.A.P, 지나, 오렌지캬라멜, 틴탑 등 국내 정상급 아이돌 10팀이 출연해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한국사를 주제로 한 ‘거꾸로 골든벨’에 참여했다. 당초 제기된 우려와는 달리 TV 특강은 ‘ “역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 그리고 얼마든지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던져주며 그렇게 웃음 그 이상을 남겼다.’(미디어스), ‘웃음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미를 담는 ‘무한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리뷰스타) 등 호평을 받았다.
 

TV 특강은 얼마 전 한 언론사에서 발표한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에 관한 조사 결과를 내보내면서 시작했다. 3.1절(삼일절)을 삼점일절로 읽고 야스쿠니 신사를 아냐는 질문에 ‘신사이니 젠틀맨 아니냐?’는 청소년들의 대답은 곧바로 한국 역사 교육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 리뷰스타


현행 교육과정에서 역사는 선택 과목으로 지정되어 아예 역사 과목을 배우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2011년부터 시행된 ‘집중이수제’ 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정 과목을 일정 기간에 몰아 배우다 보니 주마간산 격의 역사 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시험을 위해 배우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지루한 과목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역사 교육의 중요성은 새삼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역사 교육만으로 현 청소년들의 역사 의식 부재가 모두 해결될 수 있을까? TV 특강에서 설민석 강사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국사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편견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사 과목이 설사 필수 과목으로 채택돼 대입 수능에서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과목으로 바뀐다 한들 청소년들이 역사 과목 공부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역사의 재미는 멀리서 느끼는 것이 아니다. 무한도전 TV 특강 편은 안중근 의사가 옥중 순국하기 전 보낸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를 낭독하면서 끝났다. 아들의 죽음을 목전에 둔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심정에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부터 역사 과목은 더 이상 재미없는 과목이 아닐 것이다. 낯선 사람들의 지루한 이야기가 아닌 바로 관심을 가질 만한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역사 교육의 출발은 바로 여기서부터다.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딱딱한 과목이 아닌 친근한 과목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