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발표된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싸이의 젠틀맨이 10계단 하락한 49위를 기록했다. 젠틀맨은 차트 진입 두 주만에 5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한국 가수 첫 ‘빌보드 1위’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아이튠즈 음원 순위, 라디오 방송횟수 등이 하락세를 맞으면서 결과적으로 ‘강남스타일’에 비해서는 못한 성적을 남기게 됐다. 싸이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유투브 조회수도 초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더니 최근 3억 중반대에서 정체하고 있다. 언론들은 ‘현지 활동이 늦어져서’, ‘본격적인 프로모션이 시작되지 않아서’ 등의 하락 이유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현지 활동이 전혀 없이 세계를 강타했던 ‘강남스타일’을 상기해보면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간 ‘싸이와 빌보드’를 둘러싼 담론들에는 문화를 바라보는 내셔널리즘적인 관점이 팽배해 왔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인과겠지만, 싸이가 ‘한류의 첨병’으로 칭송받아 온 이유는 그가 한국 가수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것이 세계를 제패했다는 식의 언설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싸이에 대한 기대와 환호는 똑같이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아이돌들에 대한 반응과도 달랐다. 아이돌들도 외화 벌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싸이와 다를 게 없지만, 아이돌들의 음악은 여전히 ‘수준 낮은 것’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아이돌과 싸이가 달랐던 것은 아이돌들은 동남아나 중남미 같은 제3세계에서 주로 사랑받은 반면, 싸이는 ‘미국’의 빌보드차트에서 무려 2위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싸이의 전세계적인 히트를 바라봤던 내셔널리즘적이고 또한 ‘미국’이라는 ‘(최)선진국’을 의식하는 관점들이 싸이에 대한 과대한 기대를 만들어왔다.

젠틀맨을 통해 2차전이 벌어졌고, 결과가 신통치는 않았다. 물론 기존의 한국 가수들이 미국 시장에서 거둔 성적에 비한다면 대단한 성적이지만, 2013년 최대의 기대작으로 뽑혔던 ‘싸이’이기 때문에, 빌보드 1위라는 꿈을 안고 만들었을 곡이기에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주춤거림’을 바탕으로 이제 싸이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강남스타일의 히트는 곡에 포함된 한국적인 요소 때문도, 혹은 한국의 노래였기 때문도 아니고 그 반대로 강남스타일의 히트로 인해 한국이라는 국가의 국가 이미지가 급격하게 좋아진 것도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빌보드에서 1위를 하느냐 마느냐가 그 곡이 얼마나 좋은 곡인가를 증명하는 것인지, 미국에서 언젠가는 성공해야 한다는 의식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도 검토해 볼 때다.

 

글. 페르마타(fermata@goham2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