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에 대한 요구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수사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사건조사할 것을 요청하는 것은 그만큼 경찰 또는 검찰의 수사가 미흡해 의혹이 덜 풀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세 가지 ‘국정조사’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국회만의 권리 ‘국정조사’


국정조사(국조)는 국정 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특정 사안에 대해 국회의원이 직 진상 규명과 조사를 하는 제도이다. 국회가 입법&재정&국정 통제에 관한 권한 등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국회 고유의 기능이다. 

국조는 헌법 61조(국회의원의 의무)에 법적 근거가 있으며, 이에 따르면 ‘국회는 국회를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 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고,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증인의 출석·증언·진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증인 등을 출석시켜 증언을 청취하는 청문회가 이에 해당한다. 
국조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여야 의원들이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여 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 일정 절차를 걸쳐 해당 상임위에 넘겨지거나 별도의 특별 위원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후 구성된 조사팀이 작성한 국정조사계획서가 국회 본회의 승인을 받으면 본격적인 조사가 시행된다. 국조 결과 만들어진 결과 보고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으로 국조의 공식적인 절차가 끝난다.

‘백지답안지’였던 저축은행 국조


비교적 최근 국회가 실시했던 국조는 지난 이명박 정권하인 2011년 ‘저축은행 사태’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실패, 그리고 정관계 로비의혹들이 얽히고설킨 저축은행 사태는 시작부터 증인채택문제로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청문회도 개최하지 못했다. 결과보고서가 의회를 통과했지만 그 내용은 정치적 책임과 비리의혹을 하나도 밝히지 못했다. 함께 제시된 피해자 구제책은 논란만 일으킨 채 시행되지 못했다. 45일간의 국조가 ‘백지답안지’로 끝을 내린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정책 및 감독기관과 저축은행 임직원 등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 국가적 스캔들이었다. 8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시작해 저축은행 임직원과 친인척, VIP고객들의 예금 부당인출▲부실 PF대출▲분식회계 등의 사실이 밝혀졌고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국가적 사태가 되었다. 
 

 

2011년 6월 29일 시작한 `저축은행 국정조사'는 8월 12일 결과보고서 채택을 끝으로 45일간의 활동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저축은행 국조는 청문회를 앞두고서 증인채택문제로 파행을 거듭했고, 결국 청문회는 열리지도 못한 채 무산되었다. 결과보고서와 더불어 제안된 피해자 구제책인 ‘6,000만 원 한도 전액보상·나머지 구간 차등보상안’은 폐기되었다. 국조의 최대 관심사였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손도 대지 못하고 끝내면서 국회는 저축은행 사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한편 정부 또한 국조 파행의 책임이 있었다. 금융당국은 특위가 요구하는 자료 제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검찰은 국회의 동행명령을 무시했다. 당시 재정부 장관은 국민성금을 제안하고, 금융당국은 2시간 동안의 공식회의 끝에 취업알선과 서민대출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가 질타를 받았다. 
거짓말이 되어버린 쌍용차 국조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조는 박근혜 정권 출범 당시 가장 관심을 받던 문제였다. 2009년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23명이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조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도 쌍용차 국조를 약속했다. “18대 대선 이후 열리는 국회에서 쌍용차 국외매각·기술 유출 및 정리해고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조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인 1월 4일 새누리당의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는 쌍용차 해고자들의 고공 농성이 계속되고 있던 경기도 평택을 찾아 “국조의 목적이 분명치 않다. 나는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쌍용차 문제와 관련해 출범 이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쌍용차 노사가 무급휴직자 455명의 전원 복직에 합의하는 등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쌍용차 국조는 야당의 정치공세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사회에선 쌍용차 국조는 무급휴직자의 복직과 상관없이 약속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킨 대규모 구조조정의 실상을 되짚고 불법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쌍용차 국조’가 성사되면 회계장부 조작 및 정리해고의 불법성 의혹,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에 관한 전면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고싶어도 하지 못하는 국정원 국조


최근 연이어 쏟아지고 있는 ‘국정원 문건’과 수사 중인 ‘국정원 선거 개입’ 또한 민주당이 국조를 할 것이라 암시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지난 3월 비상대책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검찰수사가 완료되는 즉시 국조를 해야 한다는 우리당의 주장을 끝까지 지켜냈다”고 말했다. 당시 여아는 제18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국정원 직원의 댓글 의혹’ 사건을 관련 검찰수사가 끝나는 즉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고 합의했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았던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들의 수사가 진
3월에는 국정원 내부게시판에 올라온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발표되어 국정원 사태가 점화되었다. 그리고 이번 달 15일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이, 19일 ‘좌파의 등록금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란 제목의 국정원 작성 추정 문건이 연이어 공개되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의혹을 증명하는 정황들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만큼 확실한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이외의 의혹들은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라는 제목의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오마이뉴스>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이털남’에서는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법률상 실시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국정조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장윤선 기자는 “국정감사는 증인심문이 관건인데, 이 절차에서 해당 인물들이 재판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출석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며 “국정감사를 한다고 하는데, 증인심문이 되지 않으면 앙꼬빠진 찐빵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법정 판결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이 논리에 따르면 국정원 국조 또한 약속이 어려운 것이다. 
진행자 김종배 씨는 “민주당이 지난 3월 밝힌 ‘검찰 수사 이후의 국정원 국조’는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제기되는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들에 대해 국정조사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