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고용노동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 고용창출 시스템으로는 고용률 70% 달성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인식하고, 고용창출 패러다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정부는 이 로드맵의 실행을 통해 2017년까지 238만개(시간제 일자리 93만개 포함)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그 결과, 현재 63~64% 대인 고용률을 7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창업, 새로운 직업 발굴, 중소기업 지원 등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 장시간 근로 해소 및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산 ▲ 여성, 청년, 중․장년층 비경제활동인구의 고용가능성 제고 ▲ 근로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 및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한 지원 강화

 

이 같은 일자리 로드맵은 발표 즉시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악용 소지가 다분한 시간제 일자리를 추진하는 것은 고용률 70%라는 수치 달성에만 목표를 둔 채 ‘나쁜 일자리’가 양산돼도 상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200만명이 넘는 현실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려면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차별해소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가 임금 차별이 없는 ‘양질의 일자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이론상의 주장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양대 노총의 지적에 더 수긍이 가는 게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일자리를 나누다 보면, 인건비 상승에는 부정적이지만 일자리 나누기를 해야 하는 민간 부문에서 수준 이하의 일자리가 양산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그렇게 높지 않은 수준의 기존 정규직 임금까지 깎아가면서 시간제 신규 직원의 임금을 보장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없이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북유럽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곱절 이상 많은 최저임금이 보장된 상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여전히 국민들에게 리스크를 떠넘기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창업, 새로운 직업 발굴,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 등의 방식은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를 정부가 제공하기보다는, 어쨌든 일자리가 있으니 국민들이 그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식이다. 대기업에서도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헤매는 상황이라면, 그보다 경영 능력이나 아이디어 면에서 한참 부족할 수밖에 없는 창업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새로운 직업 500개를 태스크포스를 꾸려 발굴할 것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직업들이 ‘생활필수품의 제조’와 같은 안정적 수요가 있는 부문이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욕구를 발견해야만 하는 서비스업 위주다. 이를테면 고용노동부가 예시로 든 그린마케터, 기업컨시어지 등은 말 그대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태의 직종일 뿐이다. 문화, 과학기술, 보건복지 등 정부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핵심직종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부문들은 사실상 그 근무환경이나 임금체계의 열악함이 눈에 띄는 직종들이다. 국가가 ‘우리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능력이 없으니, 대신 이런 일자리라도 한 번 해 보라’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국내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되기 보다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사실은 기간제 교사가 이미 많이 도입된 초․중등학교, 시간강사 문제가 가시화된지 오래된 대학, 그리고 전반의 아르바이트 시장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많은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일자리 개수를 늘려 고용률 70%라는 상징적인 수치에만 집착하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국민에 대한 기만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국민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향상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다시 고심해야 할 것이다.

 

글. 페르마타(fermata@goham2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