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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이미 ‘한도초과’ – 카드사 콜센터 알바생


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 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의 알바 수난기, 다시 쓰는 그 열 두 번째 이야기. 손님이 왕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알바생은 친절해야 한다. 그러나 콜센터 알바생이라면 더욱 더 친절해야 한다. 실제로 고객을 대면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목소리만으로 친절하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을 만큼 과도하게 친절해야 한다. 어제 이별했더라도, 몸이 아프더라도, 쌍욕을 먹더라도 친절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수화기를 든 순간부터는, 나를 버리고 철저히 친절 기계가 되어야 했던 박렐라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어떤 알바를 하셨나요? 


2011년 말부터 1년 넘게 카드사 콜센터에서 주말알바를 하고 있어요. 중간에 잠시 프랜차이즈 피자전문점 주문센터에서 알바를 했던 적도 있는데, 지금은 다시 카드사 콜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Q. 어떤 업무를 담당하시나요?

카드사에는 워낙 카드 종류가 많잖아요? 저는 그 중 한 제휴카드 추가 발급 업무만 담당하고 있어요. 원래 해당 카드사 카드를 가지고 있는 회원이 제휴카드를 한 장 더 추가로 발급하려는 경우만요. 대부분 콜센터가 평일에만 업무를 하잖아요? 평일엔 직원들이 제가 하는 업무를 포함한 모든 업무를 하고, 주말엔 직원들이 쉬어야 하니까 저처럼 알바생을 써서 제휴카드 발급 업무만 시키는 거에요



제휴매장에서 그 카드로 결제하면 할인이 되니까, 제휴매장 직원이 판촉해요. 그래서 회원님이 카드를 발급받겠다고 하면 매장 직원이 저희 쪽에 신청을 하는 거에요. 그럼 제가 신청 건을 전달받아서 회원님 번호로 전화를 걸고, 발급 절차를 거치는 거죠. 본인확인 철저히 하고, 안내사항 안내하고, 카드 수령지 확인해서 발급하기만 하면 돼요. 회원님 정보 수정하거나 한도 올리고 낮추는 일도 하고요





Q. 근무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하루에 전화는 몇 통 정도 받나요?

토요일과 일요일 낮 12시에 출근해서 밤 9시에 퇴근해요. 중간에 1시간은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고 8시간씩 일해요. 전화는 발급량이 많을 때는 80통도 받았고, 발급량이 별로 없을 때는 40통 정도 받아요. 한 통화에 보통 3분에서 5분 정도 걸려요.





Q. 카드사는 직접 돈과 관련된 일을 하잖아요? 회원 개인 정보도 많을 거고요. 직원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쓴다니 조금 놀랍네요. 정보 보안은 제대로 되고 있나요?

저도 맨 처음에 그 부분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어요. 아직 학생이라 신용카드도 없고, 할부 체계가 어떻게 돼 있는지도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일주일에 거쳐서 교육도 확실히 하고, 정보 보안도 철저해요. 저 같은 알바생은 카드 발급과 관련된 것 외에 다른 정보는 아예 열람 자체가 불가능해요. , 모든 통화가 녹취되기 때문에 본인확인도 확실하게 이뤄지고요.





Q. 1년 넘게 일하던 카드사 알바를 잠시 그만두고 피자 콜센터 알바를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 선택이 아니었어요. 일방적으로 해고당한 거였거든요. 제가 발급하던 제휴카드 발급량이 줄어드니까, 굳이 알바를 쓰지 않더라도 직원들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나 봐요. 직원들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데, 알바생들은 그 제휴카드 발급하는 일 밖에 할 줄 모르니 쓸모가 없었나 봐요. 알바 경력이 짧은 사람부터 하나 둘 잘리더니, 결국 저도 잘렸어요. 알바이긴 해도 일 년 넘게 다닌 직장인데, 하루아침에 카톡 한 통으로 잘리니까 허탈하더라고요.





Q. 카톡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요? 퇴직금은 받으셨나요?

아니요. 전혀 없었어요. 제가 알기론 근로계약서는 계약을 시작할 때 한 번만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알바를 하는 내내 몇 개월에 한 번씩 새로 쓰게 했어요. 그러니까 3달 전부터 쭉 일을 해오고 있는데도, 오늘 다시 쓰는 계약서에는 오늘 날짜부터 일을 시작한다고 쓰여 있는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퇴직금 주는 걸 막으려고 쓰게 했던 것 같아요





Q.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게 할 때, 이의제기하진 않으셨나요?

저는 일개 알바생이잖아요. 그냥 쓰라면 쓰는 거죠. 그렇게 하루아침에 갑자기 잘릴 거라곤 상상도 못 하기도 했고요.





Q. 해고당했을 때 피자 콜센터 알바를 하신 거군요. 콜센터 알바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예전에 레스토랑에서 3개월 정도 알바를 했었는데, 육체적으로 무척이나 힘들었어요. 그때는 그래도 휴학을 하고 알바를 한 거라 괜찮았지만, 지금은 평일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주말에 알바를 해야 해서, 몸이 힘들면 학업에 지장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있지만 몸은 힘들지 않은 콜센터 알바만 계속 찾게 됐어요. 시급도 다른 알바에 비해 높고요





Q. 그런데 피자 콜센터 알바를 그만두고 다시 카드사 콜센터로 돌아가셨잖아요? 카드사 일이 더 쉬웠나요?

아뇨. 일이 쉬운 건 피자 콜센터 알바가 훨씬 쉽죠. 주문만 받으면 되니까요. 돈을 더 많이 줘서 카드사로 돌아간 거에요. 카드사는 시급이 6,870원인데 피자 콜센터는 5,000원이었거든요. 피자 콜센터는 인바운드(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일)인데 카드사 콜센터는 아웃바운드(전화를 거는 일)이기 때문에 좀 더 여유롭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돈과 관련된 일이라 일도 복잡하고, 부담감도 더 커요. 돈 때문에 하는 거죠.





Q. 진상 부리는 회원은 없었나요?

본인 신용으로는 카드 한도 상향이 안 되는데, 한도를 올려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은 상향이 안 된다고 하면 알겠다고 하고 넘어가죠. 그런데 가끔 내 남편이 국회의원이다, 내가 치과 원장이다, 내 월급이 얼마인 줄 아냐, 한도 높여 달라며 떼를 쓰는 분들이 계세요



쓸데없는 걸로 시간을 잡아먹는 분도 있어요. 제가 발급하는 카드로 쓸 수 있는 포인트 제도가 있는데, 회원님이 그걸 여쭤보시는 거에요. 그게 포인트 적립률이나 포인트 사용처 같은 게 상황에 따라 다 달라요. 카드를 발급하면 카드랑 같이 포인트제도 안내서까지 같이 발송되고요. 그런데 회원님이 상황에 따라 뭐가 어떻게 다른지 경우의 수 나눠서 다 알려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그걸 일일이 다 읽어 드렸죠. 그렇게 15분 정도를 다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이해 못 하겠으니 나중에 안내서 날아오면 읽어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진작에 말씀하시면 좋았을 걸, 어이가 없었죠.



피자 주문센터 일을 했을 때는, 어떤 운전자가 오토바이 피자 배달원이 난폭하게 운전을 한다며 주문센터로 전화하셨어요. 진상을 부린 것까진 아니지만, 좀 당황스러웠죠. 저희는 주문센터니까요. 위치가 어디시냐고 묻고 가까운 매장에 전화해서 주의시키겠다고 안내하고 끊었어요. 사후처리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Q. 콜센터 알바를 일 년 넘게 하셨는데, 직업병 같은 건 없나요?

있죠. 모든 전화를 콜센터 직원 말투로 받게 돼요. ‘하고 대답하면 될 걸 ~~’하면서 받아요. 광고 전화 같은 게 걸려 와도 고생하는 걸 아니까 쉽게 끊을 수가 없더라고요. 동료의식을 느낀달까? 하루 8시간 씩 전화를 받고 나면 귀도 먹먹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 없어요. 모든 전화에 상냥하게 대답해야 하잖아요. 회원님이 시종일관 욕만 내뱉어도, 회원님이 끊기 전까지는 절대 전화를 끊어선 안 돼요. 계속 웃으면서 욕을 듣고만 있어야 하죠. 가식적인 목소리를 하도 내다보니까, 이젠 얼굴은 찡그리고 있어도 목소리는 상냥하게 내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Q. 앞으로도 일을 계속하실 건가요?

아무래도 당분간은 계속할 것 같아요. 이만한 돈 주는 알바 구하기 힘들거든요. 1년 넘게 해서 이미 적응되기도 했고요. 바라는 게 있다면, 시급 좀 올려줬으면 좋겠어요.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시급은 1년 넘게 오르질 않네요.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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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함20

    2013년 6월 25일 12:39

    인터뷰이의 신상보호를 위해 달려있던 댓글은 삭제했습니다. 댓글 작성자님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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