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 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의 알바 수난기, 다시 쓰는 그 열네 번째 이야기. 영화에서 고독한 주인공이 바에서 진토닉을 한잔 주문하면, 술을 가져다 주면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바텐더의 모습은 주인공 못지않게 멋있다. 바텐더는 주인공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해결책을 주는 상담자이자 문제해결사였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바텐더들과 대화를 나누러, 술을 마시러 바(Bar)로 향한다. 그런데 술한잔을 사이에 두고 손님들의 맞춤 술친구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 것만 같은 바텐더들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한다. 이번 알바렐라에서는 여의도에 있는 어느 한 와인바에서 일했던 배렐라(25)씨를 만나 바텐더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하셨던 일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2010년도에 여의도에 있는 바(Bar)에서 일을 했었어요. 와인과 위스키를 함께 파는데 주로 와인을 취급하는 바였고요. 6개월정도 일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알바생 바텐더로 들어갔다가, 나중에는 정직원 이 되고, 마지막엔 팀장까지 했었어요.
 

Q.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그 당시에 낮에는 학원도 다니고 이것저것 하던 것이 있어서, 낮에 일할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밤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여의도면 집에서 멀지도 않고 건물도 외관상 좋아 보이기도 했고, 복지도 나름 잘되어있는 편이라 시작했었어요. 사장님도 직원들을 잘 챙겨주는 것 같았거든요. 이쪽 일이란게, 사장이 매출부분에 있어서 강요를 한다던지, 돈을 떼먹는다던지, 그런 사람들이 많거든요. 제 편견일지는 몰라도 일반적으로 바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쪽 일을 하다가 가게를 차린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우리 사장님은 대기업 다니다가 자기가 술을 너무 좋아해서 가게를 차린 경우라 소위 말하는 양아치 짓은 안 했어요.
Q. 강요를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이에요?
바텐더는 같이 얘기를 하면서 술도 마셔주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술이 약하다거나, 몸이 안 좋아서 못 마시는 날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것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술을 같이 마시던, ‘작업’을 하던, 무조건 매출을 높이라고 강요를 하는 거죠.
Q. ‘작업’을 한다는 것은 뭐죠?
우리들끼리 쓰는 용어인데요, 바에 손님이 앉으면 바 안쪽은 손님들이 못 보잖아요. 그럼 바 밑에 컵이나 캔을 둬요. 그리고는 손님들과 건배하고 술을 마시고는 삼키지 않고 입에 머금고서, 캔으로 음료수 마시는 척하면서 술을 뱉는 거에요. 저도 일하면서 술에 취하기 싫어서 적당히 눈치봐가면서 ‘작업’을 했었어요. 
한번은 제가 손님한테 걸린적이 있었거든요. 제가 작업을 하고 캔을 바 밑에 내려놨어야 됐는데, 바 위에 올려 놓은 거에요. 근데 손님이 음료수인줄 알고 컵에 따랐는데 와인색깔이 나오니까, “이게 뭐냐, 음료수가 아니고 술이네?”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죄송하다며 술이 약해서 그랬다고 하니까 그냥 좋게 넘어가 주셨어요. 근데 엄청 화 내시는 분들도 계세요. “술 마시기 싫으면 말을 하지 뭘 이렇게 하냐”고 화내시는데, 사실 바텐더가 술을 못 마시겠다고 말을 어떻게 해요. 그리고 그냥 잘 넘어가주시는 분들은 자기가 돈 내는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좋게 넘어가 줘요. 하하.
Q. 바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요?
바가 좀 규모가 있는 편이라, 바텐더가 많을때는 15명 넘게 있을 때도 있고요, 적을때도 8명 이상은 있었어요. 사장님과 실장님, 매니저, 정직원, 그리고 알바생 바텐더로 일하는 사람들이 나뉘구요, 남자 웨이터들도 몇명 있어요. 그리고 출퇴근도 카드로 체크해서 정확히 입력되구요. 바텐더들이 다 무전기를 차고 있어서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였어요.
일단 손님들이 오시면 바텐더가 배치되죠. 손님이 둘이면 바텐더 두 명, 셋이면 바텐더 셋. 이런 식으로 손님 수에 바텐더 수를 맞추려고 하는데, 바쁘면 한명이 한팀을 맡는 경우도 있죠. 적당히 바텐더들도 로테이션을 돌기도 하구요. 손님이 자기 바텐더가 마음에 안들거나, 다른 바텐더랑도 이야기 해보고 싶어 하시면 바꿔드리고요. 아니면 ‘지명’이라고 해서 자기랑 친한 바텐더를 보러 온 경우에는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을 때도 있어요.
Q. 지명같은 것도 있군요. 그럼 특정 바텐더가 관리하는 손님들이 있나봐요?
네. 그래서 바텐더들도 자기 손님 관리를 해요. 정말 손님 관리 잘하는 바텐더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손님들한테 메세지 돌리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저는 그런 손님 관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편이라 방법도 잘 몰라요. 저같은 경우는 ‘가게에 예쁜 바텐더 들어왔는데, 한번 보러오세요.’정도의 문자는 했었는데, 그 이상은 못하겠더라구요. 무조건 오라고 하면 한번은 올지는 몰라도 오래가진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가게에서는 손님과 밖에서 따로 만나는 것은 절대 금지이기 때문에 밖에서는 못만나는데, 어떤 가게에서는 사장이 바텐더들한테 밖에서 따로 만나서 꼬시라고 강요하는 곳도 있대요. 
제가 관리하는 손님이 새로 온 바텐더가 마음에 들면 그 바텐더한테 갈 수도 있구요. 반대의 경우도 있고, 이쪽 생리가 그렇기 때문에 바텐더들끼리도 크게 그것 때문에 마음 상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뭐 애인이나 배우자 찾으려고 일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무엇보다도 자기가 관리하는 손님이 많을 수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거든요. 이건 인센티브를 말씀 드린건데요, 제가 관리하는 손님이 와서 매출을 올리면 거기에서 몇 %를 인센티브로 떼요.
Q. 그럼 바텐더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수입이 있으셨나요? 
제가 처음에는 알바로 시작했거든요. 그때는 시급 7~8천 원으로 한 달에 이백 가까이 받았어요. 그리고 정직원들은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3~400만 원정도는 받구요. 제가 나중에 팀장을 했었는데, 그때는 정직원이랑 큰 차이는 없어요. 10만 원정도 더 받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인센티브는 매출액의 10%가 채 안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서버 보는 자리에서 병 추가가 되면 인센티브도 또 계산 되구요. 실장님이 카운터에서 다 입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일했던 곳은 매일매일 바텐더별 매출 현황을 A4 용지에 인쇄를 해서 벽에 붙여놔요. 그게 또 엄청 압박감을 줘요. 남들보다 못하긴 싫잖아요.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한 달을 인센티브를 누적해서 월급받을때 함께 받아요. 제가 인센티브로 가장 많이 벌었던 적은 한 달에 30만 원정도였어요. 우리 가게에서 제일 많이 받았던 언니가 80만 원 가까이 받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Q. 손님들은 어떤가요?
일단 가게가 여의도에 있다보니, 직장인들이 주로와요. 일반 위스키바나 칵테일바는 각계각층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이쪽 손님들은 추접하거나 추태부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였어요. 바마다 특성이 있지만, 우리 가게는 와인을 주로 취급하는 고급 와인바이고, 착석이나 터치도 절대 없는 곳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진상손님이 없진 않았어요. 제일 진상이였던 사람들이 기자들이였어요. 일이 고난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다 여기서 풀고, 여자도 엄청 밝히고.. 국회쪽 일하는 사람들도 비슷했구요. 그나마 증권맨들이 괜찮았어요. 증권가 찌라시나 연예가 가쉽거리 같은 재밌는 얘기도 많이 알려주고요.
Q. 말씀들어보니 진상손님들도 몇몇 겪으신 것 같은데, 기억나는 손님들 얘기 좀 해주세요.
일단 ‘말진상’들이 있는데요, 두 가지 부류가 있어요. 하나는 말 그대로 듣기 싫은 욕이나, 폭언을 한다거나 너무 저급한 음담패설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구요. 아니면 약간 생각하는 것이 사차원인 손님이 있어요. 코드가 맞아야지 대화를 하는데 그게 안되는 손님들이요. 그럼 바텐더들이 무한 로테이션을 하는 거에요.

한번은 이런 손님이 저랑 이야기가 좀 통한다고 생각했나봐요. 정말 자주와서 저를 찾는데, 저는 그분 상대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이야기 들어보면 박학다식하고 K대 수석졸업했다고도 하고, 직업도 좋은데, 이야기 들어보면 사고방식이 너무 이상한 거에요. 피해의식도 너무 강하구요. 아니면 자기는 연봉이 얼마고, 직업인 뭐고 자랑은 있는 대로 하면서 결론은 제가 마음에 든다나 뭐라나. 꼬셔볼려고 노력하는게 눈에 보이는 사람들도 말진상 중에 한명이죠.

그리고 ‘술진상’이 있는데요. 정말 술을 너무 먹여요. 다른 바텐더들한테 도와달라고 SOS를 치긴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되게 집요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손님한테 걸리면 어쩔수 없이 취해요. 작업도 못하거든요. 그럼 나중에 화장실 가서 술 마신거 다 올리고 돌아오고 그래요. 안그러면 다음날 너무 힘들어서요.
Q. 그래도 좋은 손님들도 있을텐데, 괜찮은 손님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그냥 말그대로 진상같은거 안부리고, 말이든 행동이든 젠틀한 분들이 제일 좋죠. 곱게 술만 드시고 가시는 손님들이요. 굳이 팁을 주지 않더라도, 깔끔하게 드시고 가시는 분들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아니면 술도 많이 먹고, 젠틀하고, 재미도 있고 잘생긴 사람이 제일 인기가 좋아요. 하하하하. 그런데 정말 그런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Q. 일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담배 냄새 맡아야 되는 것이 제일 힘들었어요. 제가 그때 일하면서 담배연기를 너무 많이 맡아서 폐가 정말 안좋아졌는데, 아직까지도 고생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낮과 밤이 바뀌어버리니까 생활이 피폐해지는 느낌도 받고, 지금까지도 올빼미 습성을 고치기 힘들어요. 낮에는 무기력하고 밤에는 쌩쌩해지고.. 그래서 오래할 일은 절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매출압박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바텐더별 매출표가 매일 나오잖아요. 그런데 우리 바가 한 달 매출이 일억정도 나오거든요. 그래서 월말쯤되었는데 1억을 못넘겼으면 다들 엄청 긴장해있어요. 사장님이 1억 못넘기면 종종 히스테리를 부리시거든요. 그렇게 긴장하면서 일하다가 월말쯤에 일하는데 실장님이 무전으로 “얘들아 방금 1억 넘겼다. 안심해도 된다.” 그러면 다들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요.
Q. 그만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밤에 하는 알바다 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낮에는 학원다니면서 공부하는데 밤에도 일하니까, 몸도 정신도 점점 피폐해지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손님중에 재밌는 분들도 계시지만 안그런 분들이 오셔도 비위 맞춰주면서 이야기 해야되니까 그런데서 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구요. 제가 일할때 별명이 ‘인내심의 아이콘’이였을 정도로 인내심이 좋은 편이였거든요. 그런데도 참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럼 일끝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또 술한잔 하면서 스트레스 풀고. 그럼 다음날 또 힘들고, 그게 무한 반복이 되다보니까. 생활이 너무 엉망이 되어버리는 거에요. 공부도 나중엔 제대로 못했어요. 그래서 그만두게되었어요.   
Q. 요즘 바텐더도 시급이 쎄서 그런지 인기가 많은데요. 이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한마디 있으신가요?
무엇보다도 정말 급하게 돈이 필요하거나, 단기간에 돈을 벌어야될 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노파심에 하는 얘기인데, 절대 남자손님과 개인적으로로 만나지 마세요. 바텐더하면서 남자 잘못 만나서 삐뚤게 된 사람들 여럿 봤거든요. 아무래도 손님들이 나이가 있으니까 유부남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한테 빠지면 정말 답없어요. 아무튼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규모도 좀 크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곳으로 가시고, 오래 할 일은 못된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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