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은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의 ‘짝퉁 한국일보’가 “어떤 기준으로도 도저히 신문으로 부를 수 없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쓰레기 종이뭉치”라고 선언했다.


현재 한국일보는 90% 이상의 기자가 배제된 채, 10여명의 소수에 의해 통신기사와 무기명 기사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자 신문에는 연합뉴스 시론을 표절한 사설을 실어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지금 한국일보 기자들은 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가 회삿돈 200억을 빼돌린 배임 혐의로 장재구 회장을 고발한 이후, 지난 6월 15일 한국일보 사측은 용역을 동원해 편집국을 봉쇄했고, 90% 이상의 기자들은 강제로 거리로 내쫓겨야 했다.


‘짝퉁 한국일보’라는 용어에는 “기자들의 땀과 고뇌가 배어있지 않은 신문은 더 이상 신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자들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현재 서울 각지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진정한 언론의 길’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한국일보 기자들을 대표하여, 사회부 김기준 기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고함20



 


Q. 왜 1인 시위에 참여하기로 결심하신 건가요?
언론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대부분 이 사태에 대해 알고는 있는데. 일반 시민들 같은 경우엔 단순한 노사갈등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사내 분쟁 정도로만 보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구요. 그렇지만 이번 한국일보 사태는 한국일보 한 회사의 문제만이 아니고 언론 전체적인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MBC 사태부터 해가지고 언론의 편집권, 언론의 자유 부분이 강조되는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 한국일보 사태도 단순하게 한 언론사의 사태로만 보아주지 말아주시고, 앞으로 언론이 나아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초석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언론이 나아가야할) 길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이렇게 봐주시길 바라고, 이런 부분을 국민분들에게 알리기 위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기자들이 처음부터 일을 하고 싶어 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장재구 회장과 장재구 회장 측을 비호하는 10여명의 부장들이 용역을 동원해서 편집부를 봉쇄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계속 기사를 쓰고 싶고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하고 있는데, (장재구 회장 측에서는) 출입 자체를 봉쇄한 채로 확약서를 받은 사람들만 들여보내 내부에서 ‘짝퉁 한국일보’를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Q. ‘확약서’라니요?
‘근로제공확약서’라는 것인데,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 및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퇴거요구 등 회사의 지시에 따르겠다’는 내용에 서명을 해야 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한테 충성서약을 하는 사람들만 들여보내는 거죠. 안 그러면 다 자르겠다(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고. 현재 이미 90% 이상의 기자가 권한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Q. 이번 장재구 회장의 대처를 계기로 언론사주의 권력이 재조명을 받으며 ‘언론기업’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언론도 어떻게 보면 기업이긴 한데,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른 기업이죠. 공기업이라고 하잖아요? 일반 기업은 이익창출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언론은 이익창출이 가장 큰 목적이 아니거든요.

Q. ‘언론’이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초대 장기영 회장이 계셨을 때는 정말 회사에서 기자들이 기사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환경이 됐었다고 해요. 민원이나 외압이나 이런 것도 없었고. 야근하다가도 비상사건이 터졌다고 하면, 회장이 직접 기사를 딸려서 보내줄 정도로 언론에 대해 애착이 많으셨던 분이라고 하세요. 그때의 회사가, 언론의 모범 답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Q. 1인 시위 외의 저항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지금 저희가 1인 시위 말고도 언론 노조하고 같이 연대를 해서 집회도 하고 있고, 각계 각층의 지지를 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가장 처음에 (장재구 회장을) 법적으로 고발을 해두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법적 절차도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고인들도 계속 불려가고 있고요.

Q. 대부분의 정당과 한국작가회의 등 언론계 외에서도 다양한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예. 이게 정치적인 사안도 아니고. 노사 간의 갈등문제도 아니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자분들도 그렇고, 정치권들도 그렇고,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정치색 보다는 언론에 대한 순수성 자체를 보고 지지를 해주시고 계십니다.

Q. 오늘 한국일보에서 발표한 경력기자 모집 공고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나요?
일단 MBC 시용기자들과 가장 많은 비교를 하고 있죠. 또다시 MBC 같이 일시적으로 기자 채용을 해서 노조를 압박을 한다든지 일시적인 위기 타개를 하려는 거 아니냐. 결국 결과적으로는 회사에 분란만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있고.

Q. 본인은 이번 한국일보 사태의 어떤 부분에서 가장 분노를 느끼셨나요?
어제까지 차장, 부장으로 모셨던 분들이 어느 순간 후배들이 길바닥으로 나앉는 걸 보면서도 회장 측에 붙어서 후배를 내쫓은 모양새가 되는 게… 장재구 회장에 대한 기대 자체는 대부분의 한국일보 기자들이 크게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몇 년간을 선배로 따랐던 분들에 대한 배신감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언론사에서 용역을 동원해서 폐쇄를 한 것 자체가 충격이었죠.

Q. 마지막으로, 편집국 폐쇄 이후 가장 쓰고 싶으셨던 기사가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지금 현재 상태에서 가장 쓰고 싶은 것은 장재구 회장 관련 기사죠, 장재구 회장.


그런데 더 쓰고 싶은 건 1면의 알림 기사일 것 같아요. ‘편집국에 기자들이 돌아왔다.’ ‘국민의 성원에, 독자의 힘에 힘입어 돌아왔다.’ 그런 기사가 쓰고 싶죠. ‘앞으로 더 나은 신문을 만들도록 하겠다.’ 이런 약속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