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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병사 제도 폐지, 올바른 선택이었나?

군대에서도 개인의 특기를 ‘썩히지 않고’ 활용하는 것이 ‘선진 병영 문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
폐지만이 답이었는지는 의문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는다”라
는 말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군복무를 천시한다” “군 통수권자가 군인들 사기를 떨어트린다” 등의 비난도 받았으나, 실상은 대부분의사람들이 공유하는 생각을 잘 보여준 말이었다. 20대 초·중반, 많은걸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시기에 21개월을 사회와 단절된 채로 살아간다는 것이 ‘썩는다’는 말 이외에무슨 말로 설명이 가능할까.

다행히 ‘썩는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인지, 군대는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로는 복무기간의 단축과, ‘계급별 생활관’을 들 수 있다. 특히’ 계급별 생활관’은 일과 후 병사들이 자기계발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로써 병사들은 계급에 관계없이 눈치보지 않고 휴식시간을 갖는 것은 물론, 짧지만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사회에서 하던 공부나 일을 최소한으로 지속할 수 있고, 개인의 능력을 키우거나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군대 내 학점 취득제’나, ‘자격증 권장 문화’ 또한  개인이 사회에서 쌓아왔던 능력을 보존하거나, 키울 수 있게하는 하나의 방안이다. 군대가 개인의 능력을 존중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청년들을 소모하고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군대가 운영된다면, 국가로서도 인적 자원의 성장을 저해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연예병사 제도 폐지는 이와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연예병사들의 방만한 행동과, 국방부의 연예병사 관리 행태를 볼 때, 연예병사는 원래의 목적과는 한참 벗어난 채 운영됐던 게 맞다. 그러나 제도적 결함이라기 보다는, ‘운영’의 문제로 보인다. 병사를 관리해야 할 간부들이 오히려 병사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었고, 대신 사적인 행사에도 병사를 부르는 등 월권을 행사했다. 정상적으로 운영 될 리가 만무하다. 단순히 연예병사들의 일탈만이 문제시되고, 악화된 여론의 압박이 연예병사 제도 폐지로 귀결되는 것은 어딘가 씁쓸함을 남긴다.

 

국방부 연극 프라미스 ⓒ캠퍼스 오늘

연예병사는 군 장병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한 도구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르게 생각하자면 연예인들의 재능을 군대에서 ‘썩히지’않기 위해서라도 연예병사 제도는 필요하다. 연예인들은 군대를 가서도 작품 활동을 하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군 입장에서도 연예병사들을 홍보영상을만들 때나, 다양한 군 행사에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영만 체계적으로 되었다면 사회에 있을 때의 특기와 직군을 고려해 병사를 뽑은 뒤 활용하는 제2, 3의 연예병사 제도를 만들어내는 밑바탕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국방부는 연예병사 제도 폐지라는 쉬운 길을 택했다. 대중의 욕구도 충족하고, 모든 문제를 일단락시키는 방법이었다. 반면 제도 개선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비난 여론을 떠안고 가야 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겠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선 군대가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게 된다. 연예병사 제도를 없앤 것은 ‘평등’의 측면, 즉 연예인에게 어떤 특혜도 안 주고 일반 병사들과 같이 군생활을 시키겠다는 점에서는 환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똑같이 썩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불과한게 아닐까.

군대는 옛 말처럼 ‘평등하게 삽질’하는 곳이 아니라, 병사들이 사회에서 하던 일을 최소한으로 지속할 수 있고,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곳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 연예병사가 잘못 운영되었다고 해서, 모두 다 일반 병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곤란하다. 사회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거나, 공부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군대에서 ‘감’을 잃고 나간다. 특히 악기연주와 같이 꾸준한 연습과 숙련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군대가 인생의 큰 장애물이다.(군악대가 있지만 인원은 매우 제한적이다.)일반 부대 내에서도 개인 맞춤별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군대 내에서 병사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한다.    

군대가 청년들의 능력을 잘라 먹거나, 앞길을 막아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한국 20대 남성들의 능력을 전부 하향평준화 시켜도 괜찮다는 이야기나 다름 없다. 연예병사 제도 폐지 발표에 수많은 사람들은 ‘올바른 결정’이라고 박수를 보냈지만, 그것이 진정 군대의 발전을 위해서 옳은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Avatar
    ㄹㄹㄹㄹ

    2013년 8월 2일 22:19

    한줌도 안되는 연예인 출신 병사들의 재능을 썩히지 않기 위해 연예병사 제도가 필요하다면,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 전공 따라 다 관련 병과가 생겨야 하겠네요. 경제학과 학생들을 위해서 경제병사 내지는 회계병사가 필요할거고, 의류학과 학생들을 위해서 디자인병이 필요하겠군요. 아무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제도라 해도 명분이란게 필요합니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연예병사들에게 충분히 기회를 줬습니다. 붐이 휴가일수 논란을 일으키고 비가 군기강 해이 논란을 일으키는 그 난리들을 치고 난 뒤에 발생한게 연예병사들의 안마방 출입, 무단 외출 사건입니다. 연예병사 제도를 유지하고 싶어도 그 당사자들이 특권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데 어떻게 유지가 가능하겠습니까?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일반 사병들의 박탈감은 무엇으로 보상이 가능하겠습니까? ‘똑같이 썩어야 한다’가 아니라 ‘이건 해도 너무한거 아니야?’가 이번 연예병사 폐지의 실상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국방부 입장에서는 연예병사 제도를 유지하는게 더 득보는 장사일겁니다. 연예인들을 공짜로 군 홍보물에 부려먹을 수 있는데 굳이 폐지할 필요가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폐지를 결정한 것은 그보다 더 큰, 전 군의 병사들의 사기 저하라는 점을 엄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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