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어쿠스틱 레인이 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내용이 그간 표절 의혹이 제기되어 왔던 신인 가수 로이킴에 대한 ‘사과’이기 때문이다. 표절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죄송하다고 한 것이다.


글에서 어쿠스틱 레인은 자신이 로이킴과 관련된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던 이유를 적었다. 본인도 올해 3월 싱글앨범 <Love is Canon>으로 데뷔한 신인 가수이자 오랜 무명생활을 해온 가수로서, 본인이 음원을 제공하는 여러 음원 유통 사이트 중 대부분의 수입을 차지하는 엠넷(CJ E&M)의 눈치를 봐야 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자신은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영세사업자’인 데다 엠넷이 로이킴의 소속사이기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는 말이다. 소송에 대한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다음 이유로 제시한 뒤 그는 “로이킴씨가 상처를 받으셨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는 말을 남겼다.

어쿠스틱 레인이 이처럼 소극적인 입장을 취한 데에 이면의 이유를 굳이 찾자면 자신의 음악에도 독창성을 문제 삼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해당 노래 ‘love is canon’의 곡명에서 드러나듯이 이 곡은 캐논(canon) 교향곡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곡은 작년에 나왔으나 앨범은 3월에 발매되어, 표절 시비가 붙은 로이킴의 ’봄봄봄‘ 앨범이 발매된 4월보다 한 달 이르다. 표절을 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촉박한 기간일 수 있다. ‘봄봄봄‘과 전주와 분위기가 더욱 비슷해진 ’love is canon’ 우쿨렐레 버전은 오히려 5월에 발표됐다. 표절 논란에서 완벽하게 당당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쿠스틱 레인이 시종일관 보여준 완벽한 저자세는 상당히 불편하다. 글 어디에서도 “표절은 잘못이다.”라는 메시지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킴이 싱어송라이터로서 순수하게 혼자 작곡한 곡이 아니라면, 어쿠스틱 레인은 로이킴이라는 개인을 향해서가 아니라 그가 속한 소속사에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 소송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이 있다면 법적으로 사태를 끌고 가지 않더라도 본인이 사과‘받을’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사 표명을 했어야 하는 것이다.

소속사와 음원 유통사, 원 저작자와 그 기원까지 찾으면 복잡해지는 문제가 표절이다. 완벽하게 독창적인 저작물이 나오기 힘들기에 공방이 오갈 수밖에 없으나, 표절 논란의 정점에 선 당사자가 상대에게 어설프게 동정어린 사과를 한다는 것은 문제 자체를 희석시키겠다는 말로만 들린다. 결국 어쿠스틱 레인이 본인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꼴이다. 적극적인 ‘을’ 행세는 결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