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이루어졌다. 지난 8월 5일,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국정원 기관보고를 실시했다. 이 날 기관보고에는 남재준 국정원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남 원장의 인사말과 여야 특위 의원 4명의 기조발언을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남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내부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업무관행을 한 번 더 세심히 되짚어 보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부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 기관보고에 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 ⓒ연합뉴스

남재준 국정원장의 인사말은 허울뿐인 말로 보인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전한 비공개 질의응답 내용을 보면, 국정원이 내부 개혁 중인지는 심히 의문스럽다. 정말로 내부 개혁 중이라면, 댓글 활동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선언했어야 한다. 그러나 남 원장은 국정원의 댓글 활동이 정당한 안보활동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 공작을 방어하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유머사이트에 추천, 반대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활동을 유지하겠다는 국정원의 입장이 개혁의 결과라니 참으로 실망스럽다. 심지어 남 원장은, 전직 국정원 직원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정원의 댓글 활동을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안보활동을 대선개입으로 호도했다는 이유에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황당한 주장이다.

이번 기관보고에서 국정원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는커녕 더 큰 불신을 조장했다. 더군다나 국정원 직원들 입장에서도 국정원장을 믿기 어렵게 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부적절한 활동의 책임을 국정원 직원에게 떠넘겼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국정원 직원의 댓글은 부적절하다면서 개인적인 활동이라고 말한 것이다. 국정원은 업무의 특성상 상명하복 체계다. 상명하복 체계에서 명령권자는 명령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한 책임 전가 행위가 반복된다면, 국정원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정말로 국가 안보를 위한 활동을 명령받았을 때도, 자신에게 주어질 뒷감당까지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공개 질의응답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은 독자적인 판단으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며, 역사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해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 당시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의 “자료 삭제에 관한 모든 문제는 바로 제가 몸통입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남 원장은 꼬리 자르기를 시전한 것이다. 또한 역사적 책임이라는 말은 너무 모호하다. 지금 당장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남 원장은 역사적 책임 이전에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한다.

8월 6일, 야당 국정조사 위원들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남 원장을 사퇴시킨다고 해서 국정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국정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국정원 내부의 개혁이 필요하다. 댓글 활동은 네티즌에게 맡기고, 국정원은 진정한 국가 안보 활동에 매진하도록 말이다. 이를 위해 남 원장에게 국정원장으로서의 실질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남 원장은 자신이 인사말에서 말했듯, 국정원 내부를 개혁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