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최강록 도전자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마스터세프 코리아 2(이하 마셰코2)는 전편에 이어 화려한 음식의 시각적 즐거움과, 셰프를 꿈꾸는 아마추어들의 성장을 보여주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도전자들끼리 요리 실력을 대결한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측면에서의 매력은 전편에 비해서 떨어졌다. 마셰코2를 하나의 영화로 생각하자면, “이야기 구조는 탄탄한데 디테일이 부족한 영화”나 다름 없었다.

마셰코2는 각자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요리 대결’을 하며, 군침이 돌게 하는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는 설정만으로도 흥미를 불러왔다. 큰 줄기는 잘 잡혀있는 것이다. 반면에 “왜 저 사람이 떨어져야 하는가”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 대해서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할 말이 없더라도, 말을 해서 음식맛을 설명하는 게 심사위원의 역할일 것이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2

심사위원 세 명의 맛 평가, 친절하지 않아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심사위원 3인의 권한이 절대적이라는데 있다. 슈퍼스타K, 보이스 코리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등…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도전자들의 실력을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시청자 각각의 눈과 귀로 점수를 매겨볼 수 있기 때문에, 도전자들의 당락이 결정되는 과정이 최소한의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음식의 맛은 시청자들이 판단 할 수 없다. 음식의 외양만이 시청자들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판단 기준이다. 결국 강레오·김소희·노희영 세 명의 심사위원만이 가장 중요한 ‘맛’을 평가하는 권한을 지닌다. 때문에 그들은 심사평을 하면서, 동시에 시청자를 설득시켜야 한다. 음식이 왜 맛이 없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심사평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또는 시간상 어쩔 수 없는 편집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송에 나오는 그들의 심사평은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경우가 꽤 많았다. 이를테면 “배가 항구를 떠났는데 종착지가 없어” “본인의 감정에 치우치다 보니까 놓친 게 너무 많은 것 같다”등의 말을 들으면 뜻은 이해하겠으나, 어느 정도 나쁘다는 건지 시청자로선 분간하기 힘들다. 악평을 받은 사람은 여러 명인데, 결국 한 명만 탈락한다면 대체 어떤 기준으로 떨어트린걸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셰코2는 ‘미스터리박스 미션’과, ‘탈락 미션’으로 구분되어있다. 적어도 탈락자를 가르는 ‘탈락 미션’의 심사평은 명확해야 한다. Top14 (14명의 도전자가 남았을 때)가 정해졌던 4회부터 Top8이 남았던 10회까지는 수많은 도전자의 요리를 전부 방송에서 다루기는 시간이 부족했던지, 탈락 미션에서의 심사평도 간단한 코멘트로 편집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 도전자가 왜 탈락했는지’ 시청자 입장에서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전자가 카메라 밖으로 사라지고, 탈락 미션 과정도 아리송해

소고기를 주제로 한 탈락 미션이 있었던 9회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방송분이었다. 탈락미션에서 김하나 도전자가 아예 화면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도전자 9명 중 유일하게 조리 과정을 보여주지 않았고, 심지어 심사평도 생략했다. 그의 음식은 보여주지도 않은 채 갑자기 탈락자는 발표되었고, 그동안 선전해왔던 정영옥 도전자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면 한 명의 노래를 안 듣고 탈락자를 선정 한 것이나 다름없다.
탈락 미션의 방식 자체가 시청자를 의아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통 미스터리 박스 미션에서 우승한 사람은 다음 라운드에 곧바로 올리거나, 재료를 먼저 주는 등의 혜택을 준다. 그러나 8회에서는 Top10 중 미스터리 박스 미션에서만 8명을 다음 라운드로 통과시키고, 탈락 미션에는 2명만 남기면서 기존 미션과의 형평성을 무너트렸다.
Top8이 남은 10회는 팀 대결로 진행된 미스터리박스 미션에서 패배한 도전자 4명 중 2명이 떨어졌는데, 요리 경연이 아닌 ‘재료 맞추기’ 대결을 탈락 미션으로 진행한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마셰코1에서도 ‘재료 맞추기’ 미션이 있었으나 Top11 상황에서 진행되었고, 1명이 탈락했을 뿐이었다. Top8에서 2명을 탈락시키기에는 비중이 떨어지는 미션이었다. 애청자들은 우승후보로 뽑히던 이예진 도전자가 버섯 이름을 잘못 말했다고 떨어지는 걸 쉽사리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쯤 되면, ‘공정함’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이 마셰코2에서는 간과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집을 이상하게 해서 특정 출연자를 배제하거나, 재미를 준답시고 탈락 미션의 기본 틀에 변화를 준다면 제작진이 ‘경쟁’에 개입한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신뢰도 자체가 떨어지게 된다.
악마의 편집도 이제 그만
슈퍼스타K가 즐겨 써서 유명해진 CJ표 ‘악마의 편집’이 마셰코2에서 이어진 것도, 재미있기는커녕 “또 저러냐“는 시청자들의 반감만 불러왔다. 제작진은 연예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재미를 위해 연출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했으나 결국 유혹을 뿌리쳤다”고 밝혔으나 실상은 왕옥방 도전자와 다른 참여자들의 갈등을 부각시키면서 또다시 ‘악마의 편집’의 유혹에 넘어가버렸다.
마셰코2 제작진은 ‘100%의 리얼’을 보여준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왕옥방 도전자에 대한 다른 도전자들의 비난을 장면 사이사이에 넣고, 갈등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과도하게 출연자들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것은, 오히려 요리 경연에 대한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또한 악역이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아닐 거라는 ‘편견’을 조장한다. 시청자들은 악역은 ‘언젠가 떨어지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악역은 대부분 결승까지 오르지 못한다. 슈퍼스타K의 김그림, 신지수, 이지혜, 그리고 마셰코1의 오보아가 그랬다. 이번에도 왕옥방 도전자는 우승후보 중 한 명이었으나 결국 결승까진 가지 못했다. 이렇듯 악역을 만드는 편집은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요소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2
마셰코3에선 달라질 수 있을까?
물론 마셰코2에는 장점도 있었다. 기본 포맷이 탄탄하고, 프로그램을 이끄는 세 명의 심사위원 역시 1보다 2에서 각각의 캐릭터가 더 잘 살아났다. 게다가 구구절절한 도전자 개인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기 보다는, ‘음식’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장점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할 정도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유의 매력을 반감시킨 부분이 많았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예정대로 내년에 마셰코3가 시작될 것이다. 마셰코3에선 2와는 달라진 모습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음식의 맛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음식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절실히 필요하다. 미션 과정에 제작진의 개입이 들어간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다. 나아가 악마의 편집은 치우고, ‘음식’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과 시각적 즐거움,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열정에 집중했으면 한다. 그것이 마셰코의 ‘감동’을 극대화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