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이색 공모전을 열었다. 슬로건부터 자극적이고 대담하다. 포스터에 큼직하게 새겨진 ‘ㅅㅂㅈㄹ’은 ‘새누리를 발전시키는 젊은이들의 리얼 디스전’의 앞 자음을 딴 것이다. 새누리당 측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모전 소식을 알리며,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 또는 당부의 메시지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작품은 UCC, 사진, 그림, 만화, 조형물, 자작곡, 랩, 시 등 그 형식을 따지지 않으며 심지어 무비판적인 비난, 욕, 썰 또한 가능하다. 새누리당이 밝힌 공모전의 취지는 정치에 대한 비난과 질타, 불만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듣고자 한다는 것이며, 이를 당 발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새누리당 공식 트위터가 아닌, 공모전을 사칭한 계정이었다. 해당 계정은 “어떠한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하면서 “단 국정원, 국정 조사 관련 내용 제외”라는 단서를 달았다. 사칭 계정의 글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가자 새누리당 측은 “새누리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계정”이며, “공모전을 폄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계정은 폐쇄된 상태다.

 
사건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이를 통해 새누리당의 불통 이미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사칭 계정은 새누리당의 이미지를 폄훼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새누리당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적절히 이용해 재생산해낸 것에 불과하다. 자신에게 불리한 의제에 있어서는 입을 닫는 새누리당의 행태를 사칭 계정을 통해 보다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다.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에서만 해도 국정원 사태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침묵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처럼 비판과 질타를 쏟아 내달라는 멍석을 깔지 않아도, 사회 이곳저곳에서 새누리당을 향한 불만과 당부의 목소리는 사방에 널려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제쳐두고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새누리당의 공모전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공모전이 아닌, 당장 어제오늘 시민들의 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앞서 공모전에서 새누리당 홍보팀은 심사자들의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울고 웃게 만들어 준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진정 새누리당이 원하는 것이 당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비판과 질타라면, 수상작은 새누리당의 불통을 풍자적으로 지적한 ‘공모전 사칭 트위터’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