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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칼럼] 백선엽 군복과 근거없는 ‘친일파 미화’논란

문화재청이 백선엽 장군의 군복을 비롯한 일제시대 당시의 의복을 문화재로 등록하려는 과정에서 ‘친일파 미화’ 논쟁에 휩싸였다. 문화재청은 6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근대 ‘의생활에 있어 역사적․문화적으로 가치가 큰’ 유물들을 문화재로 등록할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문화재 중엔 백선엽 장군을 비롯해 친일인명사전 또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보고서에 포함된 5인의 의복이 포함되었다. 문화재 등록이 예고된 유물은 3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쳤고,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뒤늦게 7월 31일 야당 의원 등 14명의 의원이 공동으로 반대의견서를 제출했고, 그보다도 늦은 8월 8일에서야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들이 해당 유물들의 문화재 등록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8일 기자회견에서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한 민족문제연구소의 방학진 사무국장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에서 이들의 유물을 문화재로 등록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이미 해당 유물들은 잘 보관되고 있다는 것, 둘째는 해당 유물들이 ‘문화재’로 분류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유물들의 문화재 등록에 반대하는 이들이 방점을 찍고 있는 부분은 ‘친일파의 유물’을 어떻게 ‘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이 설명하는 ‘문화재’의 정의와 이번 문화재들의 성격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문화재’를 ‘조상들이 남긴 유산으로서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보여주는 유산’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더해서, 이번에 의생활분야의 유물들을 문화재로 등록하려는 배경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알아보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이 2012년 10월에 발간한 ‘근·현대 시기 의(衣)생활분야 유물 목록화 보고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서 문화재청은 한국사회가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간을 보내 각 시대별 의생활 문화유산이 훼손되어 사진으로만 남거나, 방치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생활 분야의 유물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이를 학술적 연구 자료로써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도 적어두고 있다. 이번 문화재 등록은 보고서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이다. 이번에 야당과 독립운동가 단체들이 문화재 등록을 반대하는 민철훈의 대례복, 윤웅렬 일가 유물, 민복기 검사 법복 등은 모두 이 보고서에서 조사된 유물들이다.
마찬가지로 보고서에도 등재되어 있으면서 이번 문화재 등록 논쟁에 있어 가장 문제시되는 인물인 백선엽의 군복에 대해, 문화재청은 “유형별의 복식 형태를 알 수 있다. 또 계절이나 착용 목적에 따른 형태 비교도 할 수 있어, 현대 군사복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한다. 이번 문화재 등록을 통해 ‘친일파를 미화하려 한다’는 우려와는 달리, 문화재청은 보고서에서 백선엽에 대해 ‘만주국 육군군관학교 9기 졸업, 광복 당시 만주국 중위,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는 사실을 명료하게 기재하고서 문화재적 가치를 말하고 있다. 그의 ‘치부’로 평가받는 만주국에서의 경력을 모두 기재했음에도 이를 ‘친일미화’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이런 맥락을 모르는 것인지 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민족문제연구소의 방 사무국장은 한 발을 더 나아가갔다. 독립운동을 하던 이범석 장군이나 지청천 장군의 군복을 문화재로 등록하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볼멘소리를 하며, ‘왜 하필 백선엽의 복식이냐’고 울분을 토해낸다. 이에 사회자 정관용 씨가 이범석 장군의 군복이 잘 보존되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그것은 지금 없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이정도 발언을 보면 그가 말하는 것은 문화재의 가치나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친일파의 손때가 묻은 것은 일단 싫다고 내뱉고 보는 무책임한 태도임을 알 수 있다.
잘 보관됐고, 그로 인해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존재하고, 귀중한 연구자료가 될 수 있다면 그 유물은 분명 ‘문화재’로 등록되어 마땅하다. 그 유물의 전 소유주의 행적은 문화재 등록과 별개의 문제다. 위의 유물들이 문화재로 등록되는 것이 불편한 이들의 심리가 이해는 된다. 하지만 그들은 문화재청이 공시한 시일에 적절한 반대의견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문화재청이 제시한 ‘가치’에 제대로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그들의 주장은 그저 유물들의 전 소유주가 친일파였다며 우는소리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가장 커다란 잘못은 방 사무국장의 답에 드러났다.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는 이들의 유물을 제대로 발굴 또는 보관하지도 못해온 지금의 상황은 그들이 자초한 것이다. 책임은 이 상황을 초래한 이들에게 있다.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방학진

    2013년 8월 15일 04:27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를 포함한 관련 단체들이 이 사태를 초래했다는 결론이 아프군요. 평생을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천대받아온 그들인데 말입니다. 저희가 친일파 것은 무작정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교장의 경우 원래 친일파 최창학의 별장이었지만 저희 백범 서거지란 측면도 있기에 보존,복원에 앞장섰습니다. 일부 인용하신 문화유산헌장 전문을 보시면 저희들 주장을 이해하실수 있을 겁니다.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 불편한 혜윰

      2013년 8월 17일 11:18

      안녕하세요, 글을 작성한 불량한 생각입니다. 비판적인 글에도 차분하게 댓글로 대답해 주신 점 감사합니다. 방학진 사무총장님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보다 다양한 활동범위에서 보다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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