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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칼럼] 청소년을 ‘과거’와 ‘민족’에 가두는 역사교육 강화방안

올해 들어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4월 7일 SBS 8시 뉴스는 3.1절을 ‘삼점일절’이라 읽고, 이완용이 ‘일제를 추방한 분’이라 말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5월에는 ‘무한도전’에서 십 수 명의 아이돌 스타가 출연한 한국사 특강을 2회에 걸쳐 진행했다. 6월 10일 서울신문은 고등학생 70%가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월 1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서울신문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교육 현장에서 역사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역사교육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결과인지, 최근 교육부는 역사교육 강화방안(안)을 발표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8월 12일 기자회견에서 역사교육 강화를 위해 ▲체험 중심의 교육 강화, ▲교육과정 및 평가 개선, ▲역사왜곡 대응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학생들의 역사 인식 부재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며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진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교육 강화방안이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 수준을 높일 것 같진 않다. 현행 역사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과거’와 ‘민족’에만 치우쳐져 있다는 점이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교훈을 통해 올바른 미래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단순히 위인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서 혹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사건이 일어난 배경부터 당시 인물들이 선택한 행동의 이유까지 총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교육은 과거의 단편적인 정보만을 제공한다. 또한, 이해 없이 암기만을 강요한다. 예를 들면, 을사조약 체결에 찬성한 이완용에게 ‘을사오적’이란 별명을 지어주며 매국노로 인식시키는 식이다.

청소년들이 이완용을 매국노라며 마구 욕하는 것이 과연 역사 인식을 제대로 하는 것일까? 이런 방식의 교육이 계속되면 제2의 이완용이 탄생하지 않을까? 아니다. 오히려 제2의 이완용이 탄생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완용이 을사조약 체결에 찬성한 이유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당시 상황에서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것이 조선의 유지를 위한 차선책일 수 있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이완용은 단지 매국노이기 때문에 을사조약 체결에 찬성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이완용과 같은 매국노가 아니기 때문에 을사조약과 같은 선택을 절대 할 리가 없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런 확신이 제2의 이완용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제2의 이완용을 탄생시키지 않으려면, 이완용의 입장에서 왜 을사조약 체결에 찬성했는지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극히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만 서술한 역사교과서도 문제다.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서 베트남 파병에 대한 내용은 6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베트남 파병으로 한국이 얻은 이익을 설명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같은 페이지의 아래쪽에 ‘라이따이한과 고엽제’라는 코너가 있긴 하다. 허나 베트남 참전 장병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따이한’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국내의 고엽제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쓰여 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성폭행, 고엽제 대량 살파로 인해 베트남이 받은 엄청난 피해를 반성하는 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전달조차 하지 않는다. 베트남전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베트남의 입장, 베트남전 참전에 거부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한국이 참전한 베트남전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청소년들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열을 올리게 되는 건 역사 인식의 고취가 아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인식만 고취시킬 뿐이다.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역사 교육을 하고자 한다면, 2차 대전에 대한 반성을 전혀 하지 않는 일본의 역사 교육도 인정해야 한다. 일본이 2차 대전을 일으키고, 위안부를 운영한 것도 일본 민족의 입장에서는 문제될 부분이 없다. 민족주의적 관점의 역사교육은 역사 왜곡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기 이전에 한국의 역사교육에서 만들어 내는 왜곡부터 없애야 한다.

역사교육의 내용 자체를 바꿔야 한다. 청소년들을 ‘과거’와 ‘민족’에만 가두는 교육은 그만둬야 한다. 역사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역사교육을 체험 중심으로 바꾸거나 입시에서 벗어난 평가 방식으로 개선한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학교 교실이 아닌 유적지 혹은 박물관에서 배운다고 해도, 여전히 이완용은 나쁜 매국노이며 베트남 참전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교육의 내용은 똑같다.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수를 늘리고, 대학교에서 교양 필수 과목으로 만들어도 마찬가지다. 도리어 잘못된 역사교육이 강화될 뿐이다. 청소년들에게 ‘과거’와 ‘민족’을 넘어서 더 넓은 관점과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우선이다.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아사달

    2013년 8월 14일 01:00

    저도 글쓴이와 같은 생각입니다.
    허나 “일본 민족의 입장에서는 문제될 부분이 없다.”라는 발언은 극단적으로 보입니다.
    누구의 입장을 고려한들 문제있는 부분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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