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일본의 비인도적 활동을 고발하는데 힘써온 이용녀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로써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생존자는 57명이 되었다. 각계 인사 및 정치인들은 SNS을 통해 애도의 글을 올리며 고인의 영면을 바랐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이용녀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며 “이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전 세계에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단인 누카가 후쿠시로 간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공식앨범

최근 일본정부의 망언과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이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블루밍 프로젝트(희움)’는 최근 여러 연예인들이 미디어에서 주 판매 상품인 ‘의식 팔찌’를 차고 나오면서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고발뉴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 기금 마련 ‘나비 프로젝트’도 LA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는 목표를 달성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위안부 피해자의 생애를 만화로 제작해 앙굴렘 국제만화대회에 출품하고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려 국제적 지지와 협조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 해결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묵묵부답이다. 지난 7월 위안부 할머니들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했으나, 박 대통령 측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라는 이유로 만남을 거절했다고 전해진 바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또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그 정도로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강자 집단에 위안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 등과 같은 일본의 계속되는 망언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의하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지난 5월 박근혜 정부에 보낸 공개질의서에서 일본의 망언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과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요구했지만 “회의나 이런 것을 계속 개최하고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답변만 왔을 뿐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계획은 없었다.

이용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악플이 인터넷 기사를 점령하고 있지만 정작 할머니들을 마음 아프게 하는 건 노력조차 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일 것이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태도’가 지난 박정희 정부 때 체결되었던 ‘한일 협정’이 박근혜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추측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드리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광복절이 일본으로부터 한국의 해방을 기념하는 날인만큼 세계 곳곳에서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강력한 대응’만이 위안부 문제의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의 태도는 올바른 한일 관계에도, 나아가 대한한국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68번째 광복절을 맞이하는 오늘, 그 시간만큼이나 지속된 할머니들의 일본을 향한 ‘대답 없는’ 외침이 33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