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란 최신 유행에 맞춰 빠르게 유통되는 의류 산업으로, 포에버21, H&M, 유니클로 등이 선도하고 있다. 한정된 돈을 가진 20대 소비자는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최신 유행을 좇는 패스트 패션에 열렬히 반응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패스트 패션 의류의 주요 수출국인 방글라데시의 의류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환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패스트 패션이 뭇매를 맞고 있다. 여론은 패스트 패션의 소비자가 나서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 소비의 중심에 있는 20대는 윤리적 소비를 하라는 사회적인 요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유니클로 ⓒ고함20

패스트 패션의 화려함, 그 이면에는 노동 착취가 있다.

패스트 패션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 필요성이 대두하였던 것은 방글라데시의 의류 공장인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3년 4월 24일이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에 위치한 사바르에서 8층 건물 라나 플라자가 무너져 의류 노동자를 포함해 1,127명이 사망했다. 건물 내 의류 노동자의 죽음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건물주 모하메드 소헬 라나는 부실한 5층 건물과 부지를 사들여 3층을 추가로 건축하였다. 붕괴 하루 전 소헬 라나와 공장주들은 건물 외벽에 균열을 발견했지만, 공장 가동 중단은커녕 대략 3,000명의 노동자에게 작업을 강요했다. 사망한 노동자들은 월마트, 갭, H&M, 타미힐피거, 망고 등 세계적 패스트 패션 기업의 하청업체 일을 하고 있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라나 플라자 붕괴 사건 이전인 2012년 11월 말에도 다카 북부의 타즈린 의류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110명의 의류 노동자가 사망했다. 세계적인 패스트 패션 기업들은 시간당 24센트(약 260원)를 받고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장시간 일하는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의 절규를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라나 플라자 사건으로 노동 착취를 통해 이윤을 얻는다는 비난을 받고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여전히 큰 진척은 없어 보인다. 

방글라데시 정부도 의류 노동자를 위한 노동 환경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세계 의류 수출국 2위인 방글라데시에서 의류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한 해 의류 수출량은 200억 달러 규모로 방글라데시 전체 수출량의 80%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글라데시 정부가 핵심 산업인 의류 산업에 제재를 가한다면 패스트 패션 업체를 포함한 의류 기업은 규제가 약한 국가를 찾아 이동할 것이다.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어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할 것이고 방글라데시 경제 또한 악화할 것이 뻔하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자국민의 피해를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의류 산업을 보호하려는 이유이다.
20대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값비싼 윤리적 소비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의 노동 착취 문제는 방글라데시 정부와 의류 노동자, 세계적 패션 업체가 서로 맞물려 있다. 세 주체 중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피해는 을의 처지에 처해있는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여론은 결국 문제의 해답이 패스트 패션 소비자의 윤리적인 소비에 있음을 지적한다. 

윤리적 소비란 사회, 건강, 환경 문제를 염두에 두는 소비 활동으로, 불매운동, 공정무역 상품 혹은 지역 상품 구매 등이 이에 속한다. 2012년에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로는 20대의 61.1%가 생활용품을 윤리적 소비 대상 품목으로 선택해 6개의 품목 중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의류는 20대의 5.6%만이 선택해 가전제품, 재활용품과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생활용품과 음식료품 구매와 비교해볼 때 의류 구매 시 20대의 윤리적 소비 의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 

라나 플라자 사건 당시 한국에서도 SNS 등을 통해 20대 패스트 패션 소비자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윤리적 소비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듯싶었다. 그러나 SNS 내부에서만 그쳤을 뿐 SNS 외부에 있는 20대 패스트 패션 소비자에게까지 도달하지 않았다. 

20대 패스트 패션 소비자의 낮은 윤리적 소비 인식에 대한 물음에 한국 최초 패션 공정무역 회사인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의 홍보담당자 박영주 씨는 “20대 소비자에게 윤리적 소비 개념을 인식시킬만한 패션 관련 공정무역 품목이 아직 많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윤리적 소비의 필요를 인식하고 있는 20대 패스트 패션 소비자도 있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 제품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구매력과 유행을 고려할 때 구매할 수 있는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박영주 홍보담당자는 “20대의 요구를 충족할만한 국내 슬로 패션(패스트 패션에 대응되는 개념) 산업의 수준이 미흡하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또한 40대를 대상으로 한 의류 업체이기에 소품 종류를 제외하고는 20대가 만족할 만한 디자인이 없다. 판매하고 있는 품목들은 손으로 직접 만들고 천연 염색을 하다 보니 가격도 고가이다.”라고 설명했다. 
윤리적 소비 실천의 선행 조건

건강한 소비 사회, 나아가 세계 공동체를 위한 윤리적 소비의 필요성에 대해 반박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윤리적 소비를 실천할 준비가 안 된 20대 소비자가 윤리적인 소비를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과 함께 만드는 대안 경제 미디어 이로운닷넷의 이경숙 대표는 “우리(20대)는 왜 윤리적인 소비를 강요당하느냐고 물어볼 수 있다. 20대는 소득경험이 없고 소비만 하므로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만 인식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경숙 대표는 “기성세대가 교과서에서 정의한 윤리가 아닌 20대가 생각하는 우리 공동체에서 윤리는 무엇인가란 토론이 이뤄져야한다. 20대 윤리가 정의된 후, 어떤 일을 해서 소득을 벌고 어떻게 소득을 정규화시키고 늘려나갈 것인가란 소득 윤리에 대한 토론도 필요하다. 우리의 문제가 해결 안 됐는데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의 인권을 챙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생산한 물품을 소비할 때의 윤리가 고민되고 세워진다.”라고 말했다.

한겨레경제연구소의 조현경 수석연구원은 “20대의 윤리적 소비 실천을 위해선 자발적인 시민 의식 개선이 기본적인 기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개입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기업은 사회적 기업이나 공정 무역과 관련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까지 이뤄진다면 기업이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진다. 한겨레경제연구소 또한 윤리적 소비 공모전이나 관련 도서를 출판함으로써 시민의 자발적인 의식 개선에 개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