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Don`t speak Korean!”
 

얼마 전 학교 화장실에서 손을 닦던 중, 한 꼬마 아이가 내게 건넨 말이다. 순간 당황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같이 온 친구 역시 나와 그 아이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다소 냉랭한 눈빛으로 그 꼬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한국이란다.” 아이는 샐쭉한 표정을 짓더니 유유히 화장실 문을 나섰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 ‘어린이 영어캠프’가 한창이다. 얼마 전 교육부가 대학이 운영하는 불법 영어캠프에 대해 폐쇄조치를 내렸지만 상황은 그리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아직도 여러 대학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캠프가 성행하고 있으며, 우리 학교 역시 건물 한 층이 영어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로 인해 북적이고 있다.

총 6반, 한 반에 외국인 교사 1명과 한국인 교사 1명이 각각 배치돼 20명가량의 아이들을 가르친다. 교육과정 또한 빡빡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 등교해 오후 4시나 돼야 수업이 끝난다. 일주일에 5번, 하루에 7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아이들은 한국어 말하기를 금지 당하고 있다. ‘Don`t speak Korean’이라고 쓰여 있는 포스터가 복도 곳곳 심지어 화장실 안에도 붙어 있다. 어쩌다 한국말이라도 하는 날엔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다.

‘학교 안에서는 오로지 영어로만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아이들은 한국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화장실에서의 그 아이뿐만 아니라,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 모두가 ‘Don`t speak Korean’을 입에 달고 있었다. 자기들끼리도 서로에게 주의를 주기 일쑤였다. 그래서 일까. 말 한 마디를 할 때도 머뭇거리고, 눈치를 보고, 그러다 입을 다물어버리는 아이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언젠가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피자를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편하게 식사하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영어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조차도 ‘야미’나 ‘딜리셔스’로만 말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왠지 측은했다.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의 표현조차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영어문장으로 변환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영어캠프의 가장 큰 목적은 영어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영어 말하기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다. 하지만 지금의 영어캠프는 ‘Don`t speak Korean’이라는 슬로건에만 집중된 것 아닌지 심히 걱정이다. 영어캠프의 목적이 한국어를 잊게 만드는 데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Don`t speak Korean’에 함몰된 나머지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빼앗아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