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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칼럼]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점령한 멘토 문화

‘청춘’들에게 ‘아픔’을 당연하다고 여기도록 강요하던 멘토 문화가 이제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작년에 폐지된 MBC의 ‘위대한 탄생’, M.NET의 ‘Voice of Korea’나 최근 시즌2가 종영된 ‘Show Me The Money2’, 여기에 이번 달부터 새롭게 시작한 슈퍼스타K5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멘토 문화를 가져와 활용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한 슈퍼스타K 5
ⓒ 뉴시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 이외에도 다수의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으레 멘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한 수많은 참가자는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공통으로 가진다. 그러나 구체적인 목표나 목표를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무지한 모습을 보인다. 때문에 그들은 본인들의 무지함을 일깨워 줄 멘토를 찾고, 멘토들은 그들이 원하는 ‘자기계발’을 기꺼이 도와준다.
 
음악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은 단순히 지원자의 실력을 평가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참가자에게 ‘가르침’을 장황하게 설교하는 ‘멘토’다. 그리고 본인들의 생각이나 조언을 수용하지 않거나 못하는 이에게 혹독한 발언도 스스럼없이 한다. 본인을 멘토로 여기는 이들을 결국 ‘탈락’이라는 이름으로 ‘퇴장’시켜버리는 것도 멘토의 역할이다.
 
멘토는 ‘멘티’들에게 본인들의 조언에 충실하기를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멘티들은 주체성을 잃은 채, 수동적인 모습으로 멘토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Show Me The Money2’의 방송 중 MC메타가 본인의 크루(crew) 구성원들에게 ‘음악적 요구조건이나 의견들은 최대한 배제하려는 생각이다’, ‘전적으로 제 생각을 지지하고 따르겠느냐’라 말하는 장면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속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보여주는 전형이다.
 
ⓒ M.NET 'Show Me The Money2' 방송화면 갈무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드러나는 멘토의 기본적인 틀은 사실 기존 멘토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도 없다. 스스로 선배를 넘어 선구자의 위치에 놓는 태도, 멘티에게 조언을 가장한 강요로 의무감을 부여하는 멘토 문화에서 멘티란 자유의지를 갖지 못한 수동적인 존재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멘토 문화는 기존의 멘토 문화와 마찬가지로, 폐쇄적인 종교의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물론 청춘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위로해주는 멘토 자체가 비판의 대상은 아니듯,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려는 오디션멘토 자체가 비판의 대상은 아닐 것이다. 다만 기존의 멘토 담론에서 제기되었던 멘토 문화의 문제에 대한 아무런 변화도 없이, 멘토 문화를 시장의 영역으로 가져와 소비주의의 하나로 소모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기존의 멘토 문화가 ‘청춘’을 팔았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멘토 문화는 ‘꿈을 향한 열정’이라는 또다른 이름의 청춘 팔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원정을 떠나며 제 아들을 친구 멘토르에게 맡겼다. 전쟁이 끝나고 귀국하여 훌륭하게 성장한 아들을 보고 오디세우스는 ‘역시, 멘토르(Mentor) 다워!’라며 아들을 성장시켜 준 친구 멘토르를 칭찬했다고 한다. 이것이 ‘멘토’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멘토 담론이 뜨겁게 휩쓸고 지나갔다. 그 이후에도 방송에서는 보란 듯이 ‘멘토’를 불러와 ‘청춘’에게 이런 저런 꼰대질을 하고 있다. 여전한 꼰대질과 이를 포장해서 돈벌이로 활용하는 멘토 문화를 보고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멘토다워!”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지후대디

    2013년 8월 20일 00:10

    멘토 문화에 저런 한단면도 있군요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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