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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렐라] 아이스크림의 씁쓸한 맛 : 아이스크림 전문점 알바

알바렐라 【명사】 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다시 쓰는 그 스물 세번 째 이야기. 아이스크림은 차가우면서도 부드럽다.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순간은 참 즐겁고 행복하다.  그러나 그 아이스크림 이면에는 차갑지만 전혀 부드럽지는 않은, 알바들의 고단함이 묻어있다. 오랫동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한 유렐라(23)씨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아이스크림이 마냥 달콤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Q. 하셨던 알바 소개 부탁드립니다.

2년 6개월 동안 한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했습니다. 수능 끝나고 난 뒤 일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같이 알아봤던 알바 자리들은 모두 면접에서 떨어졌고, 또 그 가게가 저희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기도 해서 일하게 됐어요.  
Q. 시급은 얼마정도 받으셨나요?

처음 3개월 동안은 최저시급에서 10% 삭감된 임금을 받았어요. 그 기간은 수습기간이라고 해서 고용주 재량에 따라 돈을 덜 주는 게 가능하거든요. 3개월이 지난 뒤에는 최저시급을 받기 시작했고, 일한 지 1년 정도 지나니까 200원 정도 시급 인상이 있었어요.
Q. 업무 시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미리 업무 시간을 정하지는 않았어요. 일을 맡기기 3일 전쯤에 사장님이 알바들에게 전화를 해서 그때그때 가능한 업무 시간대를 물어봐서 정했어요. 그런데 갓 들어온 알바들의 경우에는 아이스크림 담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오래 일을 시키지 않았어요.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그러다가 점점 능숙해지면 그에 따라 서서히 근무시간도 늘리는 식이었죠. 그렇게 일하다 보면 길게는 일곱 시간에서 여덟 시간 정도 일하기도 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가게가 집 근처기 때문에 아침에 가게를 오픈하고 일을 하다가 도중에 집에서 가서 좀 쉬고 다시 가게로 가서 일을 하곤 했어요.   

그런데 종종 가게 운영시간이 끝난 뒤에도 일을 해야 했던 적이 있었어요. 원래 밤 11시에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데, 주말 밤이 되면 술을 마신 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올 때가 있어요. 그럼 사장님이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저는 11시가 넘어서도 집에 가지 못하고 12시가 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사장님이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신 분이라서 나름대로의 커리큘럼이 있어요. 거기에 맞춰서 처음에는 아이스크림을 담아주는 일을 하다가, 몇 달 뒤에는 계산대 업무를 보고, 그러다 몇 달 더 지나면 가게를 열고 닫는 일도 했어요. 아이스크림을 담을 때도 작은 컵에 담는 일이 아니라 더 큰 통에 아이스크림을 담는 일부터 먼저 배웠어요. 작은 컵에 아이스크림을 담는 일이 더 어렵거든요. 자칫하면 다칠 수도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매장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담다가 다치는 일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희 매장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어요. 
Q. 아이스크림을 담는 일이 보기보다 쉽지 않은가 봐요. 

네. 기술이 필요해요. 두 손으로 도구를 쥐고 온 몸을 이용해서 아이스크림을 푼 뒤에 담아야 하거든요. 또 아이스크림마다 무르기나 딱딱한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특성도 고려해야 하고요. 그래서 제대로 방법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되면 다치기 쉬워요.

저 같은 경우에는 다친 적은 없었지만 오랫동안 일 하다 보니까 엄지손가락과 검지 사이의 살이 까맣게 되고 굳은살이 붙더라고요. 아이스크림을 담을 때 스쿱, 스페이드라는 도구를 사용하는데 스쿱을 이용해서 아이스크림을 뜨고 스페이드를 이용해서 아이스크림을 담아요. 그런데 스쿱을 쓸 때 손잡이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서 잡기 때문에 그쪽 부분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거죠. 또 아이스크림 결이 가지런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이리 저리 스쿱을 굴려서 아이스크림을 떠야 해요. 그러다보면 또 힘이 더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Q. 아이스크림을 담는 일을 하는 동안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달라고 하는 손님들을 종종 만났을 것 같아요.

정말 많죠. 여러 유형이 있는데, 우선 애교파가 있어요. ‘언니, 많이 담아주세요~’라는 식으로요. 비교파도 있어요. 저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줬는데 왜 나는 많이 주지 않느냐고 따지는 손님들이죠. 집요하게 아이스크림 정량을 물어보면서 따지는 손님도 있어요. 아이스크림을 담는 통마다 그에 해당하는 정량이 있거든요. 가게 점원들은 그 정량에 맞게 아이스크림을 담아줘야 하고, 그 뒤에는 손님에게 몇 그램을 담았는지도 알려줘야 돼요. 본사에서 내려오는 매뉴얼이에요. 그런데 그 매뉴얼에 따라 이야기를 해 줘도 계속해서 정량이 얼만지 물어 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담아달라고 요구하는 거죠. ‘내가 비싼 돈 주고 사 먹는데 왜 이 정도밖에 안 담아줘?’라면서 따지는 손님도 있었고요. 

아이스크림을 포장할 때 드라이아이스를 많이 넣어달라고 하는 손님들도 난감했어요. 실제로 포장 아이스크림을 들고 가야 하는 거리보다 더 멀리 가는 것처럼 말하면서요. 점원들이 드라이아이스를 직접 깨야 하기 때문에 드라이아이스가 빨리 동나면 그만큼 힘들어져요. 또 아무리 드라이아이스가 많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이 안 녹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손님들 대할 때마다 힘들었어요. 그러다 2년차 되어서는 요령이 생겨서, 형식적으로만 손님에게 거리를 물어보고 적당히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주게 됐어요. 되돌아보니 별별 손님이 다 있었네요, 하하. 
Q.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진상 손님을 꼽는다면?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던 곳이, 젊은 사람들보다는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돈을 모은 뒤 퇴직한 노인 분들이 많이 사시는 동네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가게 점원들에게 하대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도 그런 일을 많이 겪었고요. 그런데 한번은 어떤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가게로 와서는, 다짜고짜 반말로 아무 아이스크림이나 담아달라고 하는 거예요.  

말투가 거슬렸지만 그냥 참고,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을 담아 드렸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가게로 오셔서는 4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담을 수 있는 통을 선택해서 아이스크림을 다시 사 가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또 아무거나 담아달라고 하셔서 제가 아이스크림을 골라 담아드렸죠. 근데 갑자기 왜 아이스크림 통에 아이스크림 4개를 한꺼번에 담느냐고 화를 내시는 거예요. 원래 통이 이렇게 생겼다, 아이스크림은 섞이지 않게 잘 담아드렸다고 설명했어요. 그런데도 계속 억지를 쓰시더라고요. 어째서 아이스크림을 나눠서 담을 수 있는 통이 없는 거냐, 이건 잘못된 거다, 그런 식으로요. 결국 저도 화가 나서 제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제 말버릇을 탓하면서 본사에 이야기하겠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그렇게 소리치다 나가버려서 큰일은 없었어요. 손님과의 문제에 있어서도 본사 매뉴얼이 있어서, 클레임이 있으면 무조건 그 매장 잘못이고, 그 매장에서 해결해야 하거든요. 그때 저와 그 손님 외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되게 민망하긴 했지만요. 
Q. 아이스크림을 담는 일 외에도, 다른 일을 하면서 곤란했던 적은 없었나요?

계산대 업무를 보는 동안에는 그날 매출액 계산이 잘못 됐을 때마다 조마조마했었어요. 그 책임이 저한테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요. 특히나 저희 사장님은 꼼꼼하셔서 그날 매출을 계산할 때 컵 개수까지 일일이 세어서 매출액을 계산하셨어요. 그런데 그 결과 계산이 잘못 되었고, 그 잘못이 알바들 중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생기면 CCTV를 돌려보면서 확인을 하셨어요. 그때마다 
혹시 제 잘못인 건 아닐까 싶어서 조마조마했어요. 또 제 잘못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날 제가 어떻게 일했는지를 CCTV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게 되니까 민망하기도 했고요. 

Q. 굉장히 오랫동안 알바를 했는데, 그만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알바를 하는 동안 제 스스로가 기계가 되어 간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멍 때리면서 생각하기를 좋아하는데, 가게 일을 할 때는 그럴 수가 없거든요. 심지어 막 알바를 시작했을 때는 사장님에게서 그렇게 계속 멍 때리면서 느리게 일을 할 거라면 차라리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그 이후로는 생각 없이 일 하려고 노력했어요. 아이스크림을 담고, 무게를 재고. 다시 아이스크림을 담고, 무게를 재고. 그러다 보니 점점 기계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고, 일 하는 시간이 아까워졌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가게 점원들을 막 대하는 손님들 때문에 힘들기도 했고요. 왜 점원으로 있는 순간만큼은 이렇게 함부로 대해지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Q. 1년 이상 알바 일을 하면 법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데, 받으셨나요?

아니오.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지 몰랐어요. 그 대신 일을 그만 둘 때 사장님께서 저에게 밥을 사 주셨어요. 
Q. 사장님과 사이기 좋았나 보네요.

네. 사실 사장님이 굉장히 깐깐한 성격이라 사장님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알바들이 많았어요. 아까 말했지만 매출액 계산이 꼼꼼하시고, 또 매장 물건들도 정말 아껴 쓰셔서 비닐봉지 묶는 끈 같은 것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다시 쓰셨어요. 자루가 부러진 대걸레를 계속 쓰신 적도 있고요. 또 시급도 최저시급만 주시고요. 

하지만 전 사장님을 이해해요. 알바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사장님이 갑이지만, 본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사장님이 철저한 을이거든요. 본사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나면, 가게를 운영할 때 필요한 물건들은 무조건 본사에서 구매해야 해요. 아이스크림 기계부터 시작해서 신제품 아이스크림 광고 포스터, 매장 점원 티셔츠, 머리망같은 사소한 물건까지 전부요. 그러다보니 장사가 잘 되어도 남는 게 없어요. 

또 가게 계산대 시스템이 본사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매출액은 물론이고 가게 개점, 폐점 시간까지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사장님이 알바들을 CCTV로 감시하고 있다면, 본사에서는 또 다시 사장님을 계산대를 통해 감시하고 있는 거죠. 마치 판옵티콘처럼. 제가 기계의 가장 작은 부품이라면 사장님은 좀 더 큰 부품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전 사장님을 욕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알바를 하면서 많이 달라진 점이, 알바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됐단 거예요. 예전에는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살 때 그 아이스크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아이스크림을 주는 사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저 사람은 그냥 아이스크림을 주는 사람이 아닌, 나름대로의 삶을 사는 사람으로 보게 돼요. 그래서 알바 일이 힘든 점도 많았지만, 참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Avatar
    이건호

    2013년 8월 29일 17:24

    조심스럽게 댓글 남겨봅니다.
    퇴직금 부분에 대해서 지적하고싶은데요, 체크리스트상으로 보면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한 경우인 것 같네요. 이 경우에는 퇴직금 지급기준이 충족되지 않아 1년 이상 근무하였더라도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 Avatar
      Rhang

      2013년 9월 3일 05:16

      해당 인터뷰 글을 작성한 기자입니다.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좀 더 꼼꼼하게 근로 실태를 파악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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