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장학금 지급 대상자: 국가장학금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한국장학재단 최종 지급 승인된 학생 중 등록금고지서상 감면되지 않은 학생.”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장학재단 측에서 국가장학금 제도를 신설한 이후로, 각 대학별 장학제도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이제는 재단 측에 직접 장학금 지급 심사 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있게 되었기에, 서류를 중복 제출받는 수고로운 일을 거치지 않고 국가장학금 제도를 이용해 교내 장학금도 지급하는 대학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른바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 간의 ‘연계’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교내 장학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성적이 되지 않아 신청하지 않으면 차후 교내장학금 선정에도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니 성적과 관계없이 꼭! 신청 바랍니다.” 고려대 학생처 직원 김영준(가명)씨는 수혜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소득분위를 파악하면 더 합리적인 교내장학금 제도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고려대학교 메인홈페이지 장학게시판 캡처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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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2013-2학기 장학 게시판 공지사항 캡처화면.

대학 측에서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게 되면 소득분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국가장학금 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은 교내 장학금의 모든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재단에 장학금을 신청하게 되면 학생의 재산 상태와 가족관계 등의 정보를 학교 측에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면적인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장학금 간 연계의 문제점은,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못한 학생은 교내장학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성신여대 정소연(21, 가명) 학생은 지난 6월 초 1차 국가장학금 신청 시기에 서버에 접속했으나 홈페이지 상에서 오류가 발생해 신청에 실패하고 말았다. “제가 했을 땐 분명 신청 완료라고 떴는데 나중에 한국장학재단에 전화해보니 안 됐다고 하는 거예요. 학교 측에선 해결책도 안 마련한 채로 나몰라라 해서 화가 나더라고요.”

정씨의 경우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국가장학금을 통해 소득분위를 확인해야만 가계곤란장학금을 주는데 국가장학금 신청이 안 되었다는 이유로 교내장학금도 받지 못하는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 2차 신청 시기까지 기다리면 이미 학교에서 받는 장학금 신청시기는 놓치고 만다. 고지서 상에서 감면되는 교내 장학금은 정씨의 편의를 봐주어 이후에 지급하는 것이 불가하다.

한국외대 몽골어과 공지사항 캡처화면.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 간의 중복 수혜와 연계 때문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나, 국가장학금에 신청 실패할 시 대처사항 등은 나와있지 않다.

한국장학재단 상담센터 직원 심민재 씨는 교내장학금과의 연계는 대학별로 결정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재단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 신청을 못 했을 경우 교내 장학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저희 재단 측에서 규정을 정한 건 아니고요. 저희가 어떤 제재를 한 적은 없거든요.”

한편, 이화여대 학생지원팀 직원 서혜정(가명)씨는 교육부 측에서 국가장학금과 교내 장학금 간 연계 규칙을 정한 것이라며, 재단에 국가장학금을 신청해야만 교내장학금을 주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만약 어떤 오류가 발생해서 장학금 신청이 안 되었다면, 그건 한국장학재단에 불만을 표하셔야지, 학교에서 그 학생을 다른 방법으로 구제해주거나 임의로 장학금을 지급할 수가 없어요.” 대학과 재단 양측이 서로에게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장학재단의 온라인 서버 오류 가능성을 차치하고라도, 대학에서 충분히 자체적으로 소득분위 조사를 실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의 국가장학금 제도에만 의존하려는 행정편의는 자칫 두 기관의 장학금을 모두 수혜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둘 다 놓치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정씨와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오직 학생을 위한 장학 제도의 길은 여전히 멀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