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연재 <알바렐라>에서는 20대 알바생들의 수난기를 들려준다. 일 자체가 고되거나,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사장이나 상사의 부당한 명령 등 사회적 약자인 알바생들을 힘들게 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특히 ‘진상 손님’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타나서 감정노동의 강도를 최대치로 올려놓고 떠나므로, 알바생들이 가장 기피하는 대상이다.

20대 알바생들은 다양한 ‘진상’들을 만난다. 생떼를 부리거나, 욕을 하거나, 성희롱에 가까운 말을 날리는 등 알바생 입장에서 그들은 ‘손님’이 아니라 ‘손놈’에 가까웠다. 고함20에서는 이러한 ‘진상 손님’에 초점을 맞춰서, 20대 알바생들의 고충을 전달하고 싶었다.

다양한 ‘진상 손님’ 사례를 모으기 위해서 기자는 개인 트위터에 “음식점이나 카페 알바 하면서, ‘특이한 진상 손님’ 만났으면 답장 부탁 드린다”라고 남겼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려 205명이 리트윗(인용)했고, 약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이 만난 진상손님’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알바를 많이 하는 20대 입장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진상 손님에 대한 공분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알바생들이 들려준 수많은 진상 손님 이야기 중, 엄선(?)해서 ‘진상 손님 Worst 10’을 뽑았다. 알바를 힘들게 하는 상상 그 이상의 ‘진상’들은 의외로 많았다.

※ 현재 알바를 하면서 사례를 이야기해주신 분도 계시므로, 취재원은 전부 가명처리 했습니다. 아래에 나오는 사례는, 알바생들의 경험담을 기자가 직접화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최악의 진상 손님 10위> “오래 일하려면 이런 걸 할 줄 알아야 돼”

장쯔이(20) 부촌에 위치한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 수준은 동네에 걸맞지가 않더라고요. 하루는 아주 진상들을 만났는데요. 들어오자마자 저한테 자기 코트를 벗겨서 옷걸이에 걸어놓으라고 했어요. “오래 일하려면 이런 걸 할 줄 알아야돼”라면서요. 그때부터 기분이 확 상했죠. 제가 어린 여자애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손가락질 하고 반말 하는 건 기본이었어요.


또 중식집에는 짜사이라는 밑반찬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짜사이가 맛 없다면서 저보고 자기가 먹던 젓가락으로 “이거 먹어봐”라면서 주는 거예요. 제가 질색팔색을 했더니 지배인을 부르래요. 그나마 다행인 게 지배인님도 한 성깔하시는 분이라, 즉석에서 무를 무치고 짜사이를 만들어서 줬어요. 그런데 그렇게 유난을 떨면서 막상 짜사이를 새로 받으니까 제대로 먹지도 않더라고요. 어이가 없고, 그런 진상들한테 “왜 나한테 그렇게 대하냐” 따질 수 없으니까 답답하고 서러웠어요.

<최악의 진상손님 9위> “아이스크림이 섞이는 게 싫단 말이야”

배수라(23)  아이스크림 전문점 아르바이트를 2년 6개월 동안 했어요. 어느 날 할아버지가 오셔서 손자에게 줄 아이스크림 컵 하나(싱글 컵)를 빨리 담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무슨 맛인지는 상관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가장 잘 나가는 아이스크림을 담아드렸어요. 손자는 예상대로 그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죠.


그러더니 아이스크림을 쿼터 사이즈로 포장해서 가겠다고 말씀하시다가, 아이스크림이 섞이는게 너무 싫다며 아이스크림을 각자로 나눈 통 같은 게 없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화를 내기 시작하셨어요. 왜 아이스크림을 섞냐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저는 최대한 섞이지 않게 담아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런 말은 무용지물이었고… 

지금처럼 몹시 더운 여름이었고 소리를 지르는 할아버지 뒤로 손님들이 줄을 서서 저를 지켜보기 시작했어요. 다들 이 할아버지가 왜 소리를 지르는지 몹시 궁금해하며 저와 할아버지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더군요. 저는 서둘러 아이스크림을 담아서 넘겨드렸고, 할아버지는 ‘본사에 전화하겠다’, ‘그딴 식으로 버르장머리 없게 굴지 말라’며 한바탕 훈수를 두고 손자와 함께 가게 문을 박차고 나가셨습니다. 할아버지, 원래 쿼터는 섞어서 나오는 거고요, 그거 알바 잘못 아니에요!

  
 

<최악의 진상 손님 8위> “우리 아들이 먹고 싶어하니까 당장 리필해주세요.”

방이숙(25) – 제가 일하던 곳은 커피 리필이 되는 프랜차이즈였어요. 손님이 에스프레소가 들어 간 음료를 마시고 나서, 영수증과 컵을 갖고 와서 1000원~1500원을 추가로 더 내시면 아메리카노로 리필을 해 드렸죠. 저도 커피 많이 마시고, 카페에서 오래 머무는 편이라서 리필 제도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루는 어떤 아주머니가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받자마자, 바로 리필을 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사실상 한 잔을 더 달라는 이야기죠. 그래서 “손님 리필은 커피를 드신 잔에만 해드릴 수 있는 거고, 여기서 드시고 가셔야 합니다”라고 설명을 해줬더니 그 아주머니가 지지 않고 “아들이 지금 집에서 커피를 먹고 싶어하는데… 어차피 지금 리필 해주거나 나중에 해주거나 마찬가지잖아? 빨리 해줘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몇 번 더 안 된다고 하니까 나중에는 “아이 참 단골인데 좀 해줘요!” 라며 성질까지 부렸어요. 그런데 정작 저는 그 손님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오히려 단골들은 그렇게 이상한 요구 안해요.

결국 몇 분 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나중에는 지친 아주머니가 궁시렁궁시렁 대면서 나가더라고요. 말도 안 통하고, ‘리필’의 개념을 아예 모르는 거 아닐까 싶고, 아무튼 황당하기도 하고 성질도 나고 그랬어요.

진상 손님들을 보는 알바들의 심정은 이럴 듯. ⓒ 이말년 웹툰

<최악의 진상 손님 7위> “기업 이미지가 있는데 이래도 되는거야?”

정주리(21)
 
– 모 대기업 하청업체 직원으로서 콜센터에서 일했어요. 제가 하는 일은 주로 대기업 PC에 사용 되는 프로그램 사용법 및 구매법에 관련된 일이었는데요. 그런데 어느 콜센터 알바나 그렇겠지만 사소하거나 특이한 불만이 들어오면, 그걸 처리하는데 너무 골치가 아파요. 특히 저는 대기업 직원이 아니지만, 대기업의 이미지를 생각해야 하니까 전화하는 분들을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기억나는 진상 손님이 있다면… 저희 프로그램을 다운 받기 위해선 ‘코드’를 입력해야 하는데, 다짜고짜 ‘코드’를 달라고 하시는 분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구매내역을 확인해봤더니 없고, 언제 샀냐고 물어봤더니 3년 전에 샀다는 거예요. 몇 년 전에는 저희가 대기업 PC를 구매할 때 프로그램을 무상제공해드린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2011년부터는 ‘무상 제공’ 계약이 해지되어서 더 이상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고 유료로 판매하고 있어요.

그래서 공손하게 “2011년 이후로는 제공이 되지 않고 있으며, 그 점에 대해서는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기업 이미지상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되는 거 아냐 xxx xxxx xxx” 라며 욕설을 퍼붓는 거예요.” 내가 이 프로그램 때문에 이 컴퓨터 샀는데 안 줄꺼야? 그 회사는 고객이 따지면 무조건 주는 데 아니었어?“ 등등 별 말을 다 하더라고요. 계속 저보고 ”너 직책이 뭐야 높은 사람 바꿔“라고 소리를 질러서 결국 대리님을 바꿔드리니까 대리님한테도 욕을 하더라고요. 그밖에도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언성을 높여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정말 몰상식해 보여요.


 

<최악의 진상 손님 6위> 수표를 줬다 뺏다 줬다 뺏다 줬다 뺐다 해

이작가(21) – 저는 홍대 근처의 이자카야에서 일했어요. 그 날은 중년 아저씨 둘이 왔는데, 한 아저씨가 갑자기 절 부르더니 팁으로 10만 원 짜리 수표를 ‘따악’ 하고 건네는 거예요. 흠칫 했지만 부담스러워서 거절했죠. 그랬더니 이번에는 같이 일하는 직원 오빠를 부르대요. 그 오빠는 ‘이게 웬 돈이냐’하면서 덥석 받았죠.

그런데 웃긴 게 돈 줬던 아저씨가 같이 있던 일행이 화장실에 가니까, 갑자기 직원 오빠를 부르더니 “미안한데 다시 좀 줄래?”라고 하는 거예요. 오빠가 돌려주고 나선 “에이 줬다 뺏네”라고 하더라고요. 골 때리는 건 일행이 화장실 갔다오니까 한 번 또 직원 오빠를 불러요.

그러더니 다시 수표를 ‘따악’ 하고 건네는 거예요. 이번에도 직원 오빠는 또 받았죠. 그런데 일행이 화장실 가니까 또다시 “미안한데 다시 줄래?”라고 하는 거예요. 손님이 완전 우리를 농락하는 거죠. 기분이 상한 오빠는 손님 안 보이는데 막 욕을 하더라고요. 저도 너무 황당했고요. 술이 그다지 취한 상태도 아니었어요. 그냥 허세부린 거예요 허세.

그밖에도 이자카야에는 가격대가 아무래도 있다 보니까 직장인들이랑 나이 있는 사람이 많이 오는데, 본인들 술자리 분위기 띄울려고 일하는 직원들 갖고 노는 경우가 많아요.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편에서 이어집니다.> 

<최악의 진상 손님> 5위부터 대망의 1위까지! 2편을 보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