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에서 이달부터 어린 손자, 손녀를 돌보는 노인 주민들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손주 돌보미 사업을 시범 운영한다. 이는 지난 2011년 전국 최초로 해당 사업을 실시한 서초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2009년 이후 연이어 전국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강남구는 그동안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들을 펴 왔다. 이번 손주 돌보미 사업도 그러한 정책 기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막내가 만 3개월 이상~ 15개월 미만인 두 자녀 이상 맞벌이 가정에서 아동을 돌보는 만 70세 이하의 조부모가 지원대상이 된다. 한 가정 당 조부모 1명씩 지원받을 수 있다. , 별도의 서류심사 및 면접심사를 거쳐야 하며,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는 의무적으로 30시간의 양성교육을 받아야 한다. 양육수당은 시간당 6000원으로 최대 24만원(40시간)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해당 수당은 여성가족부에서 양육 부담이 큰 가정을 대상으로 일정 시간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봄 서비스가 아이돌보미들에게 시급 5000원을 지불하는 것을 참고하여, 시급 5000원에 교통비 1000원이 더해져 책정되었다.


강남구청 보육지원과 관계자는 기대되는 사업 효과로서 저출산 해소와 더불어 아동의 바람직한 정서 발달 유도, 중장년 일자리 창출 등을 꼽았다. 해당 관계자는 학교 폭력 등의 문제는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함으로써 초래된 정서적 불안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며 손주 돌보미 사업을 통해 아이와 어른 간의 유대관계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또한 그동안 많은 어르신들이 손주들을 돌보면서도 양육지원 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이번 사업을 계기로 그러한 노인들이 공식적으로 양육자로 인정받고, 더 나아가 중장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인 주민들은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이다. 맞벌이를 하는 아들 부부를 대신해 6년째 손녀를 돌보고 있다는 김 모(67)씨는 돈을 준다니까 나쁠 건 없지만, 시급 6000원이라니 파출부 취급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거부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어린 손자 두 명을 봐 주고 있다는 이영근(74)씨는 취지는 좋지만 만70세 이하 노인만 지원 가능하다는 것이 의아스럽다면서 조부모의 연령대 추이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이번 사업에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출산 장려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월 강남구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출산장려금 제도는 출산율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구립보육시설의 확충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강남구는 출산장려금 지급 금액을 축소 조정하고 그 대신 양질의 구립보육시설 확충에 중점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출산장려금의 변종이라 할 수 있는 양육 보조금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지원 가능한 아동의 연령을 만 3개월~15개월로 한정하고 있는 점에 있어서도 실제 조부모가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아동의 연령대 추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2008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0~2세 아동의 양육 담당자 중 조부모의 비율은 소득수준별로 빈곤층 8.8%, 차상위 계층 3.3%, 차상위 이상 계층 5.3%인 반면, 3~5세 아동의 경우에는 빈곤층 20.8%, 차상위 계층 13.7%, 차상위 이상 계층 4.6%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영아 양육보다는 유아 양육에 있어 더 많은 조부모가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조부모의 노동을 동원하는 정책은 그들의 삶의 질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조부모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사업은 돈까지 준다는데 왜 아이를 봐주지 않는거냐는 인식을 초래하여 노인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양육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해당 사업 실시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